문화(文化); 책과 생각; 건강 1310

상처 많은 사회 [박완규]

상처 많은 사회 지금부터 1년 전이었습니다. 저의 작은 재능으로 뭔가 하나는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아침마다 글을 써서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내드리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지금 보내드리고 있는 메일과는 다른 형태입니다. 사람들은 날마다 글을 써서 보내드리겠다는 저의 말에 반신반의하였습니다. 연재도 아니고 날마다 글을 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금 쓰다가 말겠지 하고 생각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날마다 글을 써서 문자메시지로 보내겠다는 약속을 하루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꾸역꾸역 쓰다 보니 오늘이 딱 1년째 되는 날이 되었습니다. 1년 365일 중에서 일요일과 법정 공휴일 빼고 아침 8시가 되면 어김없이 글을 써서 문자메시지로 보내드렸습니다. 짧..

국내 최저가의 함정 [박완규]

국내 최저가의 함정 요즘 경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런 경기는 난생 처음이라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요즘 같은 불경기에 밑지지 않고 파는 곳은 홈쇼핑뿐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요즘 홈쇼핑 업체들의 최저가 경쟁이 치열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는 경쟁입니다. 이러한 최저가는 주부들이나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최저가가 농어민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제물삼아서 얻어지는 것이라면 얘기는 전혀 달라질 것입니다. 이 최저가로 인해 영세 납품업체들의 등골이 휜다면 그 최저가는 정당한 최저가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한 때 홈쇼핑에 물건을 납품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제가 느낀 솔직한 심정은 도둑놈도 이런 도둑놈들이 없다는..

‘못된 놈, 나쁜 놈, 죽일 놈’

‘못된 놈, 나쁜 놈, 죽일 놈’ 등록 :2020-08-05 17:16수정 :2020-08-05 17:17 #이십년 전이다. 인도의 성산 난다데비의 파노라마가 보이는 북쪽 코사니 마을에 머물며 산에 오를 때였다. 인도 청년 셋이서 말을 걸어왔다. “어디에서 왔냐?” “한국에서 왔다” “남한이나 북한이냐” 하나 마나 한 질문을 던졌다. 히죽히죽 웃는 그들을 보며 ‘네놈들은 안 봐도 비디오”라는 듯 동네 불량배쯤으로 무시하며 답을 하는 둥 마는 둥 잰걸음으로 그들을 따돌렸다. 그런데 동네 뒷산에 오르듯 마실 물도 간식도 없이 오른 산의 정상은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올라온 시간이 아까워 오기로 정상을 밟고 하산하려니 허기가 져서 다리가 후들거리고 혀는 마른 논바닥이 됐다. 그때 세 청년이 저만치 ..

안식월을 맞이하여 [박완규]

안식월을 맞이하여 제가 메일 통해서 날마다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만 제가 드리는 글이 모두의 삶에 정답이 될 수 없음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드리는 글이 우리의 삶에 좋은 질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정도는 갖고 있습니다. 엊그제는 제가 존경하는 어느 화백님의 작업실에 들렀더니 그분의 작업실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습니다. “나는 내 에너지를 단 한 가지 그림에만 집중한다. 그림을 위해 나머지 모든 것은 포기한다.” -피카소 이 문구를 보면서 그림에 대한 이 분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몇 개월 전부터 저는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쉼이 있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안식월처럼 일에서 잠시 떨어져서 조용히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는 중입니다. 이 기간에 저는 그동안..

“친일행적 대대로 알리려 시비 옆에 ‘단죄비’ 세웁니다”

“친일행적 대대로 알리려 시비 옆에 ‘단죄비’ 세웁니다” 등록 :2020-08-06 18:43수정 :2020-08-07 02:05 [짬] 민족문제연구소 김재호 전북지부장 김재호 지부장이 김해강 시비를 가리키고 있다. 박임근 기자 “시민들이 그의 친일행적을 제대로 알도록 김해강 시비(詩碑) 옆에 옳고 그름을 따지는 ‘시비’를 거는 것입니다.”국치일인 오는 29일 전북 전주 덕진공원에 있는 시인 김해강의 시비 바로 옆에 시인의 친일행적을 담은 단죄비를 세우는 김재호(55)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의 다짐이다. 김 지부장은 내년 3·1절 즈음에 김해강 시비를 철거하는 방향으로 전주시 등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비를 세운 사람들 쪽에서는 소극적이어서 상황에 따라 1993년 세워진 이 시비의 철거가..

“대기권 진입 순간은 야구 방망이로 후려치는 것같았다”

“대기권 진입 순간은 야구 방망이로 후려치는 것같았다” 등록 :2020-08-05 16:36수정 :2020-08-05 16:43 최초 민간 유인우주선 비행사 2인 기자회견 지구귀환 당시 우주선 상황·느낌 생생히 전해 2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돌아온 뒤 우주선에서 내리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우주비행사 밥 벵컨(왼쪽)과 더그 헐리. 나사 제공 "마치 뒤에서 야구 방망이로 내 의자를 힘껏 후려치는 것 같았습니다."지난 2일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 왕복비행에 성공한 미국항공우주국(나사) 우주비행사 밥 벵컨은 지구에 돌아오는 순간 우주선에서 느낀 충격의 강도를 이렇게 표현했다.그는 4일 저녁(현지시각) 휴스턴 존슨우주센터에서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우주선 크루드래건(일명 인데버)의 지구 귀환 과정은 “예..

코로나19 항체의 사냥 장면, 극저온 전자현미경으로 잡아냈다

코로나19 항체의 사냥 장면, 극저온 전자현미경으로 잡아냈다 등록 :2020-08-05 10:23수정 :2020-08-05 10:52 미 연구진, 회복환자의 혈장 항체구조 현미경 촬영 돌기단백질의 세포 결합영역을 이불처럼 덮어버려 코로나19 바이러스 돌기단백질의 RBD 영역(회색)을 덮고 있는 중화항체(녹색). 칼텍 제공 바이러스를 비롯한 병원체가 인체에 침투하면 우리 몸 안에서는 이들 병원체와 면역 시스템 사이에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이 싸움 과정에서 우리 몸에서는 병원체에 대항하는 특수 단백질, 즉 항체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인체 면역 시스템은 병원체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항체를 만든다. 축구 경기에서 상대편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것과 같다. 그 중 어떤 것..

완도에서 보낸 휴가 [박완규]

완도에서 보낸 휴가 완도읍 금일도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저의 살 같은 친구들 세 부부와 삼시세끼 체험을 하고 왔습니다. 파도소리 들리는 외딴 해변가에 우리 세 부부만 있었습니다. 밤에는 달빛을 받은 은비늘 바닷가에서 수영도 하였습니다. 올 여름에 전 국민의 ⅓이나 되는 사람이 며칠 동안 초라한 집에서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면서 지낼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것을 휴가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지난 2박 3일 동안 완도의 금일도에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그것을 휴가라고 했습니다. 거문도 앞까지 배를 타고 나가서 쏨뱅이 낚시를 했는데 6명이서 200마리도 넘게 잡았습니다. 얼마나 많이 잡히던지 나중에는 허리가 아파서 못 올릴 지경이었습니다. 가을에는 감성돔이 엄..

마음의 욕창 [박완규]

마음의 욕창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늘 즐겁게 살고 늘 꽃길만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불행과 직면할 때가 많습니다. 애써 키운 사업이 망한다거나, 부모님이 돌아가신다거나, 갑작스럽게 실직을 당한다거나, 예기치 못한 큰 교통사고를 당한다거나 이런 일들은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마주하는 커다란 불행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큰 상처는 대개 연속해서 오지는 않습니다. 정작 우리를 너무나 힘들게 하는 것은 이렇게 큰 고통이 아니라 일상에서 겪는 작은 상처들입니다. 직장 상사나 동료의 속상한 말, 남편의 이기적인 말 한 마디, 친구의 생각 없는 말, 가까운 사람의 배신... 이러한 상처들이지요. 병원 침대에 오래 누워있는 환자에게 찾아오는 병 중에 욕창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욕창..

‘위력’ 성폭력 재발 막으려면…“권력집단 다양성 제도화해야”

‘위력’ 성폭력 재발 막으려면…“권력집단 다양성 제도화해야” 등록 :2020-07-28 20:44수정 :2020-07-29 22:14 [위력은 어디에나 있다] ④남겨진 과제 : 좌담 (왼쪽부터) 서혜진 변호사(김지은 변호인단), 성지수 연출가(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권수현 여성학자가 26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위력은 어디에나 있다’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가장 취약한 대상에게 남용됐다. 최근 발생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성폭력 사건에서 위력이 작동한 구조는 동일했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언제든지 비슷한 사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계속되는 원인과 해결책을 톺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