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 책과 생각; 건강 1310

독한 세상에 난무하는 말 [박완규]

독한 세상에 난무하는 말 요즘도 각 언론사에서 칼럼을 써달라고 요청해 올 때가 많습니다. 얼마 전에 모 언론사에 쓴 칼럼을 통해서 올해는 우리가 좀 더 건강한 사회에서 살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는 글을 썼습니다. 우리의 삶은 늘 개인적으로는 버겁고 사회적으로는 절망스러움을 자주 느낍니다. 이 생각은 저 혼자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치열한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나름 합리적인 판단체계를 갖추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논리는 합리적인 판단이나 이성이 아닌, 여전히 동물적 욕구와 배설의 욕구에 기반 한 들판의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각 언론사가 날마다 쏟아내는 기사들을 봐도, 각 정당들이 날마다 쏟아 내는 논평을 봐도..

내 거울 같은 사람 [박완규]

내 거울 같은 사람 어제는 제가 아끼는 후배 부부와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두 사람 모두 개인적으로는 무척 선한 사람들이고 가정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문제없이 잘 사는 부부라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 심하게 다투는 부부입니다. 저 앞에서도 둘이 오가는 말이 거칠었습니다. 그럴 사람들이 아니었는데 그 모습에 내심 놀랐습니다. 저에게 얘기를 할 때는 다소곳이 얘기하다가도 서로에게 얘기할 때는 말끝마다 가시가 돋아있었습니다. 둘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두 사람이 제 앞에 오기까지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자녀들까지 부모 속을 썩이는 눈치였습니다. “허구헌날 술 마시고 들어오면서 당신이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어?”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술도 마실 수 있지. 그런다고 날마다 그렇게 인..

직장암 환자를 만나고 [박완규]

직장암 환자를 만나고 어제는 직장암 말기인 분과 긴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의 어머니께서도 직장암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분의 한숨 섞인 말이 남의 얘기 같지가 않았습니다. 이분의 소원은 빨리 죽는 것이라 했습니다. 고통이 너무 커서 가족이 이해만 해준다면 정말로 죽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얘기를 가족들에게 할 수가 없으니 더 힘들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분의 심정이 이해되었습니다. 저의 어머니가 그러셨거든요. 직장암 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부위가 좋지 않으면 인공항문을 따로 만들어서 옆구리에 호수를 차고 있어야 합니다. 어머니는 그것을 죽기보다 싫어하셨습니다. 마지막까지 여자였거든요. 결국 어머니는 끝까지 수술하는 것을 거부하셨습니다. 그때는 제가 너무 어려서 어머니를 위해 어떻게 할 ..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의 마음 [박석무]

제 1122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의 마음 다산의 18년 귀양살이, 괴롭던 날이 많기도 했지만, 때론 한없이 즐겁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은 죄가 없건만 정치법으로 몰려 역적의 신세로 갇혀 사는 삶을 보냈으니, 가슴 터지는 아픔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요. 학문연구의 삼매경에 빠져 ‘사서육경’에 대한 새로운 논리를 찾아낼 때는 뛰고 싶을 정도로 순간 기쁠 때도 많았습니다. 주자(朱子) 이후 700년 가까이 ‘성리학’ 논리에 매몰되어 중세적 논리에서 탈피하지 못할 때, 다산은 중세탈피의 새로운 논리를 참으로 많이 찾아냈습니다. 자신의 고통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임에도 자신보다 더 불우한 환경의 흑산도에서 귀양 살던 중형(약전)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형님을 위로하고, 형..

[삶의 창] 스토리텔링과 하이데거 / 정대건

[삶의 창] 스토리텔링과 하이데거 / 정대건 등록 :2020-07-17 16:03수정 :2020-07-18 02:35 정대건 ㅣ 소설가·영화감독 철학과를 나온 이력 때문에 순진무구한 질문을 많이 들었다. “전공을 살리면 철학관 차리는 거예요?” “사주 봐줄 수 있어요?” 우스갯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라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정말 흔하게 들어봤을 말이다. 물론 주역을 공부하면 사주를 풀이할 수는 있겠으나, 철학과 전공 수업에서 점치는 법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그거라도 배웠으면 굶을 걱정은 덜 했을 수도 있었겠다. 안타깝지만 나조차도 무엇을 배우는 과인지 모르고 들어갔기에,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나무라고 싶은 마음은 없다.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며, 달을 보러 다니고, 사색을 즐기던 10대..

바스티유 감옥에 철학책마저 가둔 앙시앵레짐

바스티유 감옥에 철학책마저 가둔 앙시앵레짐 등록 :2020-07-18 07:13수정 :2020-07-18 10:50 [토요판] 주명철의 프랑스 역사산책 ⑬ 바스티유 생탕투안 프랑스혁명 상징인 바스티유 감옥 영국과 100년전쟁 중인 14세기 말 파리 방어 요새 중 하나로 건립돼 16세기엔 왕의 금고 구실 했으나 루이 13세부터 감옥으로 사용 혁명 때까지 모두 5300여명 감금 금서 뜻하는 철학책도 가뒀다가 3년마다 모두 파쇄한 뒤 없애 프랑스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1789년 7월14일 파리 시민들의 바스티유 감옥 습격 장면. 감옥 주둔군의 지휘관이었던 베르나르레네 드로네(가운데 팔을 잡힌 사람)가 체포돼 끌려나오고 있다. 화가 장 피에르 루이스 로랑 올의 그림으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위키피디..

고 박환성·김광일 피디 유작 ‘야수의 방주’ 14일 공개

고 박환성·김광일 피디 유작 ‘야수의 방주’ 14일 공개 등록 :2020-07-13 18:11수정 :2020-07-14 02:06 3년전 남아공서 촬영중 사고사…EBS “13~15일 추모방송” 고 박환성 피디. 제공 3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촬영 도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박환성·김광일 독립피디(PD)의 유작 가 14일 (교육방송·밤 9시50분)에서 공개된다. 인간의 제물이자 오락거리가 된 야수들의 처참한 현실을 돌아보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모색하는 다큐멘터리다. 두 피디는 3년 전 이 작품을 촬영하다 세상을 떠났다. 살아 있었더라면 2017년 10월 방송됐을 프로그램이다. 동료들이 뜻을 합쳐 작품을 완성했다. 가 에서 방영되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가진다. 한 독립피디는 “이 작..

21세기 칙릿의 ‘SNS적 풍경’

21세기 칙릿의 ‘SNS적 풍경’ 등록 :2020-07-17 20:01수정 :2020-07-18 02:33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넷플릭스 제공 패션 사진작가 나라 리미(나카타니 미키)는 30대 후반의 나이에 업계 최고의 위치에 오른다. ‘사진가로서의 위엄이 부족한 어린 여자애’라는 폄하의 시선을 극복하고 성공의 정점에 선 리미는 젊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당당하고 완벽한 리미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있다. 결혼은 싫지만, 아이를 원하는 것. 오랜 노력에도 임신에 실패하고 우울해하던 리미는 우연히 광고 촬영장에서 젊은 단역배우 햐쿠타 나쓰메(이케다 에라이자)를 만난다. 감독에게 무시당하고 분노의 눈물을 흘리던 나쓰메의 눈빛을 본 리미는 저도 모르게 그녀..

“웬 구타요? 즐겁게 운동하면 성적이 더 좋은걸요”

“웬 구타요? 즐겁게 운동하면 성적이 더 좋은걸요” 등록 :2020-07-18 21:24수정 :2020-07-18 21:38 [토요판] 김종철의 여기 ‘즐거운 육상부’ 김은경 서울 염창초 코치 스포츠 폭력 왜? “쟤는 한번 맞으면 잘할 텐데라는 낡은 생각 뿌리 깊이 남아 있어” “운동성적 올리기 위한 강압 때린다고 성적 잘 나오지 않아” 염창초 육상부는? “피구 등 각종 놀이 끼워넣어 운동이 즐겁도록 도왔더니 운동성적은 서울에서 상위권 반장 배출 등 학업성적도 우수” “아이들이 즐겁게 운동하니까 운동 성적이 더 잘 나와요.” 서울 강서구 염창초등학교에서 육상부를 지도하는 김은경 코치가 지난 10일 오전 학교에서 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스포츠에서는 늘 1등만..

‘80년대 아이유’ 이경미, 속세를 떠난 사연

‘80년대 아이유’ 이경미, 속세를 떠난 사연 등록 :2020-07-17 17:46수정 :2020-07-17 23:33 [이재익의 노래로 보는 세상] 가수 이경미와 영화 ‘밤쉘’ 궁정동과 폭스뉴스, 권력형 성범죄의 질긴 역사 이경미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는지? 1980년대에 지금의 아이유 같은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다. 그 시절 초등학생이었던 필자는 나중에 그를 알게 되었는데, 영상을 찾아보니 ‘80년대 아이유’라는 별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자료가 그리 많지 않지만 ‘설마’라는 댄스곡은 무대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체계적인 보컬 트레이닝이나 기획사의 연습생 프로그램이 없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해보면, 단단한 음색과 폭넓은 표현력은 감탄할 만하다. 그는 80년대 최고의 인기 음료 오란씨와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