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 책과 생각; 건강 1310

김영란 전 대법관 “민주주의는 모르는 다수가 ‘숙고’로 다스리는 체제죠”

김영란 전 대법관 “민주주의는 모르는 다수가 ‘숙고’로 다스리는 체제죠” 등록 :2020-07-10 05:59수정 :2020-07-10 10:05 김영란 전 대법관, 영·프·미·독·한 헌법 둘러싼 역사의 현장 소개 “다크웹 사건, 형량 너무 낮아 나도 충격…사법 엘리트 ‘경의’ 부족” 김영란의 헌법 이야기: 인간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역사 김영란 지음/풀빛·1만6000원 8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와 만난 김영란 전 대법관은 “촛불 이후 직접 민주주의 움직임, 개헌 논의 등을 지켜보며 ‘민주주의는 자격 있는 사람만 하는 것인가’를 오래 고민하고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책 솔직히 어땠어요? 책 내고 만난 첫 독자라서 너무 궁금해요.” 8..

[심채경, 랑데부] 막 시작된 우주적 랑데부

[심채경, 랑데부] 막 시작된 우주적 랑데부 등록 :2020-07-09 18:44수정 :2020-07-10 15:51 서로 다른 두 궤도의 절묘한 발맞춤을 가능케 하는 과학 기술의 발현, 인류의 관심을 지구 밖으로 넓혀나가겠다는 의지, 우주와의 랑데부는 그 모든 것을 내포하는 교향곡이다. 별생각 없이 신문 기사를 훑어보다 이 글을 만난 당신에게도 우주적 랑데부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심채경 ㅣ 천문학자 비투비 임현식의 노래 중에 ‘랑데부’(Rendez-vous)라는 곡이 있다. 그대의 중력이 나를 끌어당겨 거리를 두고 서서히 따라가다 마침내 긴 여정의 끝에 서로 맞닿는다는 내용이다. 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낭만적인 노래가 내게는 우주를 꿈꾸는 노래처럼 들린다.우주를 떠다니는 ..

[삶의 창] 어떻게 신경을 안 써 / 홍인혜

[삶의 창] 어떻게 신경을 안 써 / 홍인혜 등록 :2020-07-10 16:43수정 :2020-07-11 02:35 홍인혜 l 시인 나는 작은 일에도 예민하다. 사소한 사건에도 마음이 제 리듬을 잃고 요동치곤 한다. 시인답게 말하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겠지만 사실 그런 지순한 성정과는 거리가 멀고 그저 안달하는 성미에 가깝다고 하겠다. 내 마음을 거스르는 일들은 그야말로 소소하다. 창작물에 달린 날 선 댓글, 창틀을 울리는 윗집 실외기의 소음, 급하다기에 밤을 새워 가며 넘긴 시안을 확인조차 않는 클라이언트 등등. 나는 이러한 것들을 ‘마음의 거스러미’라고 부른다. 삐죽 돋아나 따끔따끔 마음이 쓰이고 종국엔 내 삶의 매끈함을 해치기 때문이다. 어떤 거스러미들은 제거가 가능하지만 어떤..

[문정희 칼럼] 거북이의 이빨이 자라는 시간

[문정희 칼럼] 거북이의 이빨이 자라는 시간 등록 :2020-07-09 18:54수정 :2020-07-10 15:44 바다거북에게 있다는 카벙클(carbuncle)이라는 이빨이 떠올랐다. 카벙클로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온 거북이만이 살아서 큰 바다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알은 그만 모래 속에서 썩어 버리고 만다. 인간에게 카벙클은 언어가 아닐까. 언어로 자신을 깨고 밖으로 나와야 진정한 생명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나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 파블로 네루다는 이런 질문을 시로 썼다. 시는 질문이다. 질문을 통하여 타성과 확신과 폭력 속에 갇힌 사물과 생각을 원초로 돌려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최근 뜻하지 않..

[숨&결] 아끼는 게 실력이다 / 김민식

[숨&결] 아끼는 게 실력이다 / 김민식 등록 :2020-07-06 19:15수정 :2020-07-07 09:59 김민식 ㅣ (MBC) 드라마 피디 둘째 딸이 중학교에 올라가자 코로나가 터져 온라인개학을 했다. 스마트폰도 없는 아이인데, 원격 수업은 어떻게 듣지? 노트북을 사줄 형편은 안 되고, 태블릿 피시라도 구하려고 보니 유명 브랜드 제품은 가격이 상당했다. 나중에 등교개학하면 안 쓸 물건인데 굳이 비싼 걸 사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 12만원대 저가형 태블릿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온라인개학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 어느 날, 아내가 물었다. “그래서 당신이 주문한 태블릿 피시는 언제 와?” 갑자기 난감하다. “음… 그게 실은 워낙 저렴한 제품이라, 해외배송인데, 확인해보니 오는 데 2주가 넘게 걸린다고..

[왜냐면] 인간의 존엄보다 귀한 메달은 없다 / 현병호

[왜냐면] 인간의 존엄보다 귀한 메달은 없다 / 현병호 등록 :2020-07-06 19:10수정 :2020-07-07 02:37 현병호 ㅣ 교육매체 발행인 자신의 목숨으로 체육계 폭력을 고발한 고 최숙현 선수는 다시 태어나면 운동 같은 거 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한다. 밥 먹는 것보다 축구를 더 좋아한다는 한 아이의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전학을 해서 원하는 학교 축구부에 들어간 아이는 폭력에 시달리면서 한국에서는 축구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다. 벌써 20년 전 이야기다. 스포츠계의 폭력성은 몇십 년째 이어져 오는 ‘전통’에 가까워 모르는 이들이 없을 정도다. 학교 운동부에 한 발이라도 들였던 사람들은 군대 문화 뺨치는 그 전통에 넌더리를 친다. 남다른 ‘빽’이 있거나 맷집..

[크리틱] 소설이 왜 필요할까 / 김영준

[크리틱] 소설이 왜 필요할까 / 김영준 등록 :2020-07-03 16:01수정 :2020-07-04 19:51 김영준 ㅣ 열린책들 편집이사 뭐든 끝장이라고 말하면 효과가 좋은 건 사실이다. 그런 발언은 우리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소설 (1969)에는 독서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평론가가 “이제 소설은 끝났다”고 선언하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옆에 앉은 평론가2가 맞장구치듯 말한다. “현대 독자들은 글을 읽고 이를 장면으로 떠올리는 능력을 상실했다.” 그 뒤 반세기가 흘렀는데 앞에 나온 것들 중 실제로 죽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은 여전히 명작이고, 소설이 끝났다는 선언도, 독자의 정신적 능력에 결함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철마다 반복된다. 늘 마지막 숨이 끊어진 것 같던 독서토론..

구체적 단상이 추상적 사고로 발전하려는 간질간질한 순간

구체적 단상이 추상적 사고로 발전하려는 간질간질한 순간 등록 :2020-07-04 07:22수정 :2020-07-04 08:56 [토요판] 장강명의 책 한번 써봅시다 18. 에세이 쓰기 (5) 삶을 사랑하는 태도와 나만의 철학 좋은 에세이스트의 자질, 사랑 뭐라도 애정하면 할 말 많아져 통찰은 꾸준한 헤아림의 결과 서론-본론-결론, 찬성·반대에 초점 맞춰진 글 ‘잘 쓰기’ 교육 넓고 새로운 생각의 길 내려면 검색 대신 나만의 명언 써보고 막연한 기분에 정확한 호명을 일러스트레이션 이내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이 뭘까. 나는 ‘삶을 사랑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사랑하면 그 대상을 유심히 헤아리게 된다. 그에 대해 할 말이 많아진다. 좋은 에세이에는 그렇게 삶에 대한 남다른 관찰과..

[단독] 취준생의 쾌거…영국 사전서 ‘야스쿠니 안치’ 예문 날렸다

[단독] 취준생의 쾌거…영국 사전서 ‘야스쿠니 안치’ 예문 날렸다 등록 :2020-06-30 11:31수정 :2020-06-30 21:01 케임브리지 사전 ‘enshrine’(신성한 장소에 간직하다) 예문으로 ‘야스쿠니 신사 안치’ 들어 한국 취준생 “예문 수정해달라” 문제 제기 주영대사관 “전범들 묻힌 곳 사용 부적절” 출판사 “지적 고맙다”며 흔쾌히 수정 일본 야스쿠니신사에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라고 표기된 공물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한 취업준비생의 문제 제기로 전세계인이 이용하는 영국 케임브리지 사전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와 관련한 부적절한 예문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우리말로 ‘(신성한 곳에) 봉안하다’, ‘소중히 간직하다’라는 뜻을 담은 단어 ‘e..

문화와 예술에도 우리 것을 담아야 [박석무]

제 1119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문화와 예술에도 우리 것을 담아야 얼마 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석권하면서 이제는 글쓰고 창작하는 일에 일대 변화가 와야 한다는 기대를 품은 글을 썼던 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문학가나 예술인들, 이제는 남의 예술 모방이나 남의 문화모방에서 벗어나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우리 것인 문화에 마음을 기울이라는 염원이 담긴 글이었습니다. ‘기생충’이 바로 그런 영화여서 그만한 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생각에서 쓴 글이었습니다. 200년 전의 다산은 이미 그런 생각으로 글을 쓰고 창작을 했다는 증거까지 예시하기도 했습니다. 그 문제에 대한 다산의 확고한 신념을 보여주는 내용을 소개하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걸핏하면 중국의 고사(故事)를 인용하는데 이것 또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