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 책과 생각; 건강 1310

김이나 “노랫말 재료 찾아내는 ‘내 안의 유난스러움’ 재발견했죠”

김이나 “노랫말 재료 찾아내는 ‘내 안의 유난스러움’ 재발견했죠” 등록 :2020-06-02 18:48수정 :2020-06-03 02:38 [짬] 작사가 겸 방송인 김이나 작사법에 이어 노랫말 재료인 언어를 탐색한 에세이를 낸 김이나씨.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육체적인 피로도 때문에 이 쳇바퀴가 문득문득 숨이 막힐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떠올리는 건 언젠가 깨달은 이 생각이다. 나는 이 쳇바퀴를 만들기 위해 이토록 열심히 살았구나.’ 작사가 김이나(41)씨가 지난달 27일 새 책 (위즈덤하우스)을 펴냈다. (2015) 이후 5년 만이다. 전작이 일상의 언어에서 노랫말을 건져 올리는 노하우를 전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책은 노랫말의 ‘재료’인 단어 그 자체에 주목했다. 골..

고마운 형수님 추억 [박석무]

제 1115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고마운 형수님 추억 아무리 냉철하고 이지적인 학자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는 따뜻한 인정이 서려 있기 마련입니다. 다산처럼 비판적이고 굳은 이성(理性)의 소유자였으나, 그의 많은 글을 보면 인간미가 철철 흐르는 대목들이 많이 나옵니다. 특히 그가 귀양 살던 오랜 기간에 고향의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엄한 스승의 모습도 많이 보이지만, 편지의 내면에 흐르는 다산의 인정미와 자식에 대한 따뜻한 애정은 숨길 수 없이 많이 드러나 있습니다. 아홉 살에 어머니를 잃고 젊은 큰 형수의 돌봄으로 유년시절을 보낸 다산은 큰형수의 무덤에 넣은 ‘묘지명(墓誌銘)’이라는 글을 통해, 형수의 인품과 행실을 찬양하는 글을 남겨, 형수의 은혜에 보답하는 정성을 보였습니다. “형수의 성씨는 이씨이..

축 지 법 [박완규]

축 지 법 요즘은 제가 축지법을 사용합니다. 하루에 보통 20km 내외를 걷는데 걷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주변 사람들이 축지법을 쓰냐고 놀라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큰 아이에게 “아빠가 쓰는 축지법의 비법을 너에게 전수해 주겠다.”고 했더니 큰 아이가 손사래를 치며 기겁을 했습니다. 그래서 둘째 아이에게 “너의 형은 아빠의 비법을 배우려는 자세가 안 되어 있으니 둘째인 너에게 아빠의 비법을 전수해 주겠다.”고 했더니 둘째도 단번에 됐다고 거절을 했습니다. 자식 놈들이 이렇게 아빠의 비법을 전수받길 거부하니 할 수 없이 오픈 소스로 모두에게 저의 비법을 공개할까 합니다. 축지법은 ‘땅을 접는 기술’로 땅을 날듯이 걷는 가공할 만한 기술입니다. 옛날에는 중국의 무협소설에나 나오던 비법이었는데 몇 년 전에 허경..

한강 ‘소년이 온다’, 2030 세대가 역주행 이끈 이유는?

한강 ‘소년이 온다’, 2030 세대가 역주행 이끈 이유는? 등록 :2020-05-19 13:57수정 :2020-05-19 14:55 5·18 40주년 맞아 입소문 등 타고 팔려 알라딘, 예스24 베스트셀러 1·2위 등극 2030 젊은 세대 독자가 80퍼센트 차지 소설가 한강.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5·18 40돌을 맞아 한강의 소설 가 주요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1·2위에 오르는 등 ‘역주행’ 하고 있다. 2014년에 초판이 나온 뒤 지금까지 40만부 남짓 팔린 는 19일 현재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올랐고 예스24에서는 종합 2위를 기록했다. 이 책을 낸 출판사 창비의 황혜숙 출판제1본부장은 19일 와 통화에서 “어제 하루만 예스24에서 1천부 가까이 팔..

[크리틱] 영국에서 일어난 유쾌한 사건 / 김영준

[크리틱] 영국에서 일어난 유쾌한 사건 / 김영준 등록 :2020-05-15 16:37수정 :2020-05-16 02:33 김영준 l 열린책들 편집이사 지난달에 있었던 일이다. 코로나 봉쇄로 휴관한 영국 서퍽의 한 도서관. 당번으로 출근한 사서는 깜짝 놀랐다. 책들이 도서관 번호순이 아닌 책 크기순으로 꽂혀 있었던 것이다. 며칠 전 대청소를 실시했는데 청소하던 사람이 서가까지 손을 댔던 모양이다. 본래 도서관식 배열이란 것은 스케치북만 한 책 옆에 명함 크기의 책이 꽂혀도 번호만 맞으면 신경 쓰지 않는데, 이런 모습은 미화원에게 무질서로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도서관답지 않게 가지런히 정리돼 버린 책장 사진은 화제를 모았다(트위터 하트 4만개, 댓글 2천개).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미화원..

21세기 이야기할머니 ‘탄생 설화’…2000자 토씨까지 외우기

21세기 이야기할머니 ‘탄생 설화’…2000자 토씨까지 외우기 등록 :2020-05-16 06:47수정 :2020-05-16 07:15 [토요판] 커버스토리 이야기 들려주는 할머니들의 세상 이야기할머니 전국 2800여명 한 이야기당 1500~2000자 매년 30여편 토씨까지 암기 이야기 외워 직접 들려줄 때 책 읽어줄 때와는 다른 경험 “아이 상상력의 공간 넓혀줘” 세대간 단절된 소통 복원도 “강소자 이야기할머니 2하끼(학기) 때 또 뵈(봬)요. 사랑해요♥” 서울 노원구청 직장어린이집 아이들이 이야기할머니에게 보낸 감사 편지.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복, 일명 ‘케이(K)-드레스’에 ‘빨간 이야기 가방’을 든 여성 어르신.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읽고, 쓰고, 말하는 여자.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옛이..

유치원 다시 가는 날 ‘이야기 요정’ 할머니가 나타날 거예요

유치원 다시 가는 날 ‘이야기 요정’ 할머니가 나타날 거예요 등록 :2020-05-16 06:46수정 :2020-05-16 07:14 [토요판] 커버스토리 이야기 들려주는 할머니들의 세상 50~70대 여성 어르신들 동물 우화, 선현 미담 위주 매년 4~12월 옛이야기 수업 현재는 코로나로 무기한 연기 노년의 우울감과 위축 잊어가 “아이들 사랑 때문에 ‘거만’해져 할머니들 기쁜 이유는 딱 하나 아이들이 제 얘기를 들어줘요” 정양(69) 이야기할머니가 지난해 5월 경북 영주시 하나유치원에서 이야기 수업을 하는 모습.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 어린이집과 유치원에는 ‘빨간 가방을 든 이야기 요정’이 나타나곤 합니다. 아이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찾아오는 ‘이야기할머니’ 2800여명이 그들인데요. 매년..

“평화·개혁 앞장서온 ‘한겨레’ 기후위기 대안담론도 이끌기를”

“평화·개혁 앞장서온 ‘한겨레’ 기후위기 대안담론도 이끌기를” 등록 :2020-05-15 05:00 “민족·민주·민중 표방…‘진실과 평화’로 창간 이념 다듬어 분단극복과 재벌개혁 노력 돋보이지만 더 정교한 비판 필요” ”4·15 총선, 반촛불세력 거점에 타격…입법부 개혁 쇄신 해야 기본소득과 기후문제와 거시적인 담론도 외면 말길 바란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는 18일로 지령 1만호를 맞는다. 창간 이래 32년은 한국 사회를 바꾸고 전진시키기 위한 ‘담론 투쟁’의 한길이었다. 그 사이 한국 사회는 군사독재의 그림자가 가시지 않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몇 차례 정권교체를 거쳐 사회 곳곳에 인권의식과 민..

고등교육 받은 생선 [박완규]

고등교육 받은 생선 어제 저녁 반찬으로 고등어자반이 식탁위에 올라왔습니다. 아내와 그 고등어를 먹으면서 “옛날에 말이야...”하면서 저의 어렸을 적 얘기를 꺼냈습니다. 어렸을 적 우리 집은 구워먹고 지져먹는 반찬의 절반은 고등어가 담당했습니다. 그때는 고등어가 아주 저렴해서 국민 반찬이었거든요. 고등어는 묵은 김치와 함께 끓인 조림도 맛있었지만 그보다는 연탄 화덕에 올려서 석쇠로 자글자글 구운 고등어가 최고였습니다. 빨간 불꽃이 올라오는 연탄 화덕위에 석쇠를 올려서 고등어를 지글지글 구운 뒤에 빨간 고추장으로 적당히 화장을 시킨 다음 살짝만 더 구우면 온 동네가 고등어 냄새로 진동을 했습니다. 연탄 화덕 위에 고등어를 올려놓으면 잠시 후에 검푸른 껍질이 볼록볼록 부풀어 오르면서 자글자글 소리가 납니다. ..

어버이날에...[박완규]

어버이날에...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어제는 출장을 떠나기 전에 빨간 카네이션을 들고 부모님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어려서부터 저는 저보다 일찍 주무신 어머니를 빈 적이 없고, 저보다 늦게 일어난 어머니를 뵌 적이 없습니다. 어느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그와 비슷한 마을로 시집온 어머니는 식구들의 아침을 지으면서도 그 사이에 수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텃밭의 풀을 메고 장독대를 청소하고 집안 곳곳을 쓸고 닦은 다음에야 자식들의 아침 밥상을 차리셨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있어야지’하는 생각이 들 때면, 그 많은 일을 해내신 울 엄마를 생각합니다. 울 어머니의 평소 지론은 “죽을 만큼 위험한 일 아니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 아니면, 뭐든지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