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 책과 생각; 건강 1310

네가 있어 외롭지 않았어! [정혜윤·정여울·박상영·한미화의 ‘나를 키운 책들’]

네가 있어 외롭지 않았어! 등록 :2020-05-01 06:01수정 :2020-05-01 09:41 이 시대 글쟁이들은 어떤 글을 먹고 자랐을까요 정혜윤·정여울·박상영·한미화의 ‘나를 키운 책들’ 일러스트 백승영 가슴을 찌릿하게 한 로보의 울부짖음 언제나 우리 엄마의 롤모델은 신사임당이었다. 듣자 하니 신사임당의 아들은 이율곡이란 유명한 학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이율곡 정도는 책을 읽어야 효도하는 줄로 알고 살았다. 나는 효도하고 싶었고 책을 읽었고 그때마다 편애와 간식을 듬뿍 받았고 그것을 즐겼다. 그런 영악한 나조차도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완벽하게 빠져든 책들이 있었다. 그때는 저녁밥도 잠도 싫고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도 귀찮았다. 호기심에 불타올라 간식과 놀자는 유혹에 눈길도 주지 ..

“소설은 나와 세계 사이의 투명한 막” [김금희 첫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

“소설은 나와 세계 사이의 투명한 막” 등록 :2020-05-01 06:00수정 :2020-05-01 12:32 김금희 첫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 예약판매 포함 발간 첫주 1만3천부 ‘훌쩍’ “작가란 건강하지 않은 직업일지도” “이상문학상 거부는 나를 구하고자 윤이형 활동중단은 슬프고 충격적 자기윤리 찾는 이 그린 장편 집필중” 사랑 밖의 모든 말들김금희 지음/문학동네·1만3500원 “산문집을 묶으면서 다시 보니까 이 책이, 글을 쓰고자 하는 꿈을 가졌던 사람과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과 마침내 글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얘기더라구요. 제가 강연 같은 데 가면 그런 질문 꼭 받거든요. ‘저희 애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그런 궁금증이 있는 분들이 이 책을 보면 작가..

그건 단지 동화가 아니랍니다 [정여울의 문학이 필요한 시간]

그건 단지 동화가 아니랍니다 등록 :2020-05-01 06:01수정 :2020-05-01 12:29 오스카 와일드 동화 ‘행복한 왕자’에서 재발견한 자비의 본질과 전염성 그늘진 ‘자비의 사각지대’에도 언어의 햇빛을 비추는 게 문학의 역할 ⑮ 어른이 되어 읽으면 더욱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책&생각] 정여울의 문학이 필요한 시간 오스카 와일드가 1888년에 쓴 동화 에 들어간 월터 크레인(Walter Crane)의 삽화. 슬픔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힘은 무엇일까. 그 힘을 이 세상 수많은 단어들 중에서 고르라면, 나는 자비(慈悲)를 선택하고 싶다. 자비의 핵심은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강렬한 의지다. 나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타인의 아픔에 마음의 안테나를 드리우고, 마침내 그의 고통..

나이듦의 비애 [박완규]

나이듦의 비애 요즘은 겉모습만 보아서는 젊은 사람인지 나이 든 사람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건강상태가 좋아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니 나이가 들었어도 젊음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환갑 나이만 되어도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다 보니 환갑 나이도 이제는 청춘입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조금 늦춰졌다 뿐이지 우리는 결국 노인이 됩니다. 노인이 되면 어쩔 수 없이 허약해지고 병치레가 많아집니다. 그러면 이 분들을 누군가는 보살펴야 합니다. 그 일을 정부와 사회가 떠맡아서 잘 하는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과거에는 그 일을 자녀들이 맡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서 부모 봉양을 의무로 생각하지 않는 자녀들이 늘어나고, 정부와 사회는 아..

[최재봉의 문학으로] 회복기의 노래

[최재봉의 문학으로] 회복기의 노래 등록 :2020-04-23 18:24수정 :2020-04-24 13:35 최재봉 ㅣ 책지성팀 선임기자 19일까지로 예정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새달 5일까지로 보름여 늦춰졌다. 그러나 그 강도는 완화됐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는 지난 18일 두 달여 만에 처음 한 자릿수로 떨어진 이래 줄곧 10명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아직 완전히 안심하긴 이르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이 신종 감염병을 어느 정도 통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 전체를 사람에 견준다면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라는 병에 걸렸다가 치료를 마치고 건강을 되찾는 회복기의 환자와 같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격렬한 고통의 다음에는 선명한 빛깔들이 일어서서 나부끼듯이/ 오랜 주검 위에서 더..

[삶의 창] 그녀의 말, 그녀의 노래 / 은유 작가

[삶의 창] 그녀의 말, 그녀의 노래 등록 :2020-04-17 17:18수정 :2020-04-18 15:40 은유 작가 새벽에 메일이 도착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말, 어렸을 때 아빠에게 성폭력을 당한 경험을 글로 썼는데 수업할 때 읽을 용기가 나질 않아 잠을 설치다가 쓴다고 했다. ‘망설임’이란 단어의 반복에서 20년간 키운 마음의 소란이 느껴졌다. 가해자가 가족이고, 가족인데 가해자다. 피해 자체보다 그 피해를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이 괴로웠다는 그는 그동안 말하지 못한 이유를 이렇게 적었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다른 지인에게도 편지가 왔다. 5년 전 애인에게 감시, 폭행을 당한 그는 지난해부터 상담을 시작했고 데이트폭력 피해를 기록하는 책을 준..

‘피해자의 말이 살아날 때 사회도 변화할 수 있어요’

‘피해자의 말이 살아날 때 사회도 변화할 수 있어요’ 등록 :2020-04-05 09:43수정 :2020-04-05 18:06 [토요판] 은유의 연결 반성폭력 활동가 ‘오매’ 김혜정 피해자와 함께 세상을 바꾸어온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미투운동, 안희정 사건 공대위 등 반성폭력 운동에서 배운 것 지원과 도움은 주고 받는 것 안희정 사건, N번방 공대위 등 피해자의 지혜와 경험 반영한 정의가 중요해 N번방 피의자 신상 공개되던 날 공대위, 피해자 지지글 올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3월17일 오전 한겨레신문사에서 은유 작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장한나 같은 지휘자를 꿈꿨다. 여러 악기를 다루고 싶었다. 중학교 때 리코더..

“땡감같은 아이들에게 달콤한 홍시 기대하는 사람들이 잘못”

“땡감같은 아이들에게 달콤한 홍시 기대하는 사람들이 잘못” 등록 :2020-04-19 09:04수정 :2020-04-19 17:08 [토요판] 김종철의 여기 ‘공교육 모델’ 덕양중 이준원 전 교장(상) 폐교위기 학교가 공교육 모델 돼 교사-학생 수시로 대화하고 토론 학부모도 학교운영 당당한 주체 학생들 성적 눈부신 향상은 덤 평교사에서 공모 통해 교장 발탁 소통·헌신으로 학교 변화 이끌어 “사춘기 거친 행동은 부모 탓 인격적 대우 하면 중2병 없어” “아이들은 감에 비유하면 떫은 땡감입니다. 달콤한 홍시가 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합니다.” 이준원 전 덕양중 교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사진을 찍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체벌이나 교..

내 삶의 원칙 [박완규]

내 삶의 원칙 살다보면 '이것을 말을 해 말어?' 하고 고민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고민이 될 때 제가 지키는 원칙 하나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은 나의 권리이고, 그것을 받고 안 받고는 상대방 권리라고. 그러니 적어도 상대가 판단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일관된 생각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뭔가 어려운 얘기를 말하고자 할 때 ‘이 말을 해도 괜찮을까, 내가 이 말을 하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 말도 꺼내지 못하고 시기를 놓쳐버린 적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그 좋은 예가 짝사랑의 고백입니다. 좋아하는 하는데 사랑한다는 말도 못해 본 사랑 말입니다. 그런데 지나고 나니 차라리 고백이라도 해서 상대가 “너, 싫어!”라는 말이라도 들었으..

한국적 아노미 그린 ‘기생충’에 ‘반항형 인간’은 왜 없을까

한국적 아노미 그린 ‘기생충’에 ‘반항형 인간’은 왜 없을까 등록 :2020-04-11 17:13수정 :2020-04-11 17:20 [토요판] 표창원의 여의도 프로파일링 ⑥ 영화 ‘기생충’과 범죄정치학 ‘기생충’이 보여준 한국적 아노미 일상 감내하는 ‘의례형 인간’ 김씨 불법으로 돈 좇는 ‘혁신형’ 되려다 실패해 결국 ‘은둔형 인간’ 된 이야기 정치 핵심은 ‘의례형 인간 지키기’ 지배 엘리트 탐욕으로 윤리 무너져 성실한 다수의 ‘의례형 인간’들을 ‘은둔형’ ‘혁신형’으로 내모는 사회 21대 국회는 과연 바꿀 수 있을까 영화 은 로버트 머튼이 제시한 사회적 아노미와 이에 적응하는 다양한 유형의 인간 군상을 생생하고 흥미롭게 보여준다. 하루하루 일상을 근근이 살아가던 ‘김씨 가족’은 신분을 위조해 돈을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