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12월16일 외교부 청사에서, 서울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와 함께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7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만난 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 본부장은 “한·미가 남북관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항구적 평화정착에 관해 긴밀히 공조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고 ‘한-미 공조’를 강조했다. 그럼에도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발언을 둘러싸고 갈등 기류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한-미 정부가 이런 ‘합의사항’을 공개한 건 주목할 만하다.지난주 해리슨 대사는 “(금강산 개별관광 등이)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에서 다루는 게 낫다”고 말해 한국 정부와 국민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런 시점에 미국이 남북관계에서 한국 정부의 주도적 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한 걸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내놓은 건 긍정적이다. 중요한 건, 원론적 입장이 아니라 구체적인 남북경협 과정에서 미국이 지지 태도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말로는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하면서도 실제로는 ‘대북 제재’ 원칙을 앞세워 한국 정부의 노력에 제동을 건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18년 8월 남북이 함께 진행하려던 북쪽 철도 상태 조사를 유엔사령부가 불허한 건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때론 남북관계의 선행을 통해 북-미 관계를 견인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 정부도 인정해야 한다.‘대북 제재’에 매달린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가 비핵화 협상을 질곡에 빠뜨렸다는 건 지금의 북-미 관계가 잘 보여준다. 어려움을 벗어나려면 북한도 적극 대화에 나서야 하지만 우선 미국 정부가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게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을 증진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는데, 미국의 적극 지원은 북-미 대화 복원을 위해서도 절실하다고 본다. 개별관광이 현실화하려면 관광객이 유엔 제재의 피해를 입지 않게 한-미 정부간 구체적인 협의가 중요하다. 미국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한국 정부의 경협 추진을 뒷받침하길 바란다.더 중요한 건, 남북관계 진전의 또다른 당사자인 북한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아무리 미국이 협조해도 북한이 거절하면 경협이든 인적 교류든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북한을 설득해서 실질적인 남북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