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2. 21. 06:29
발 달린 글
보낸사람


발 달린 글

제가 존경하는 어느 선배님이 계십니다. 오래 전에 제가 이분의 아버지에 관한 얘기를 글로 썼는데 그 글이 인터넷에 저의 이름도 없이 작자 미상의 글로 많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외국에 거주하는 지인 한 분이 이 글을 저에게 보내주었습니다. 좋은 글이라고 하면서. 제가 쓴 글인지도 모르고서 말입니다.ㅎ
여수에서 쓴 글이 어느 순간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글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원문은 제법 길기 때문에 그 글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제 선배님의 아버지에게 친한 친구가 한 분이 계셨습니다. 두 분은 평생 동안 친 형제 이상으로 우애를 나누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친구 분이 오랫동안 병을 앓아오다가 87세의 연세로 숨을 거두기 한 시간 전에 정신이 잠깐 돌아오더니 선배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하더랍니다. 그렇게 전화를 한 친구 분은 선배님의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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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나 먼저 간다. 니는 천천히 놀다 오니라. 니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가고 싶은데 내가 갈 수가 없다.”
당시에 거동이 몹시 불편했던 선배의 아버지는 친구 분의 전화를 받으면서 말도 못하고 그냥 눈물만 뚝뚝 흘리더랍니다.
나 먼저 간다는 친구의 말에는 그동안 고마웠다는 고마움도 함께 들어 있었겠지요. 저 세상에서 꼭 다시 만나자는 의미도 함께 들어 있었겠지요.
그리고 그로부터 정확하게 한 시간 후에 그 친구 분의 장남으로부터 아버님께서 운명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선배로부터 그 얘기를 듣고 나서 나는 이 다음에 세상을 떠날 때,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 “나 먼저 간다.”고 작별인사를 할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친구가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주변에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많은 사람 중에 겨우 한두 사람 건지고 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인 것 같습니다.
혹시 입장을 바꾸어 내가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을 때 ‘나는 누구에게 전화를 해서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한 번 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것도 내 삶의 성적표가 되지 않겠습니까.
박완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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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진은 김광중 작가님이 담아온 여수 밤바다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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