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언론

미역 수제비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3. 5. 02:49

 

 

 

 

 

 

 

 

미역 수제비

 

 

 

 

 

 

 

어제는 아내가 미역 수제비를 끓여주었습니다. 제가 미역수제비를 좋아하는 줄 알고 자주 끓여주는 음식입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였습니다.

 

그날은 비가 내리는 날이었는데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는 일을 나가시고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비를 참 좋아했던 저는 혼자 툇마루에 앉아 발을 허공에 구르며 내리는 빗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머니께서는 일을 마치고 비에 흠뻑 젖어 대문을 들어섰습니다. 그리고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배고프지? 조금만 기다려라. 엄마가 금방 수제비 끓여줄게”

 

그때, 어머니께서는 쌀뒤주에 쌀이 자주 떨어져서 수제비를 자주 끓여주셨는지는 제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또닥또닥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마루에 앉아 수제비를 먹으면, 밥상 위에 수제비와 김치 하나만 있어도 부족함이 없는 한 끼의 식사였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그렇게 수제비를 자주 먹어도 전혀 질리지 않았습니다. 날마다 밥상위에 올라오는 꽁보리밥보다는 수제비가 훨씬 맛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머니가 수제비를 준비하는 동안에 저는 늘 어머니 옆에 착 달라붙어서 아궁이에 불을 때기도 하고, 팔팔 끓는 물에 밀가루 반죽을 뚝뚝 떼어 넣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어린 제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지만 그러는 동안에 어머니는 다른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별 호사스런 음식이 많지만 그때 어머님께서 쓸 만 한 재료도 없이 부엌에서 뚝딱 만들어 낸 음식만큼 맛있는 음식을 저는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수제비만 보면 늘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평생을 자식을 위해 살아오신 어머니, ‘어머니’ 하고 가만히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괴어 오는 이름입니다.

 

요즘은 어디나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지만 특히 어르신들의 상당수는 변변한 마스크도 없이 사실상 방치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오죽하면 ‘딸 둔 노인은 방역 마스크, 아들 둔 노인은 천 마스크’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겠습니까.

 

어르신들이 자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KF94급 방역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현재의 상황을 빗댄 유머로 보입니다. 오늘은 멀리 계신 부모님께 안부 전화라도 드리시기 바랍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분이시잖아요.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