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의 뜰에서
제일 눈물겹고 예쁜 것은, 어쩌면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나무들이 울울창창 뻗어나던 봄과 여름의 뜰이 아니라, 지금의 텅 빈, 멸망의 뜰일는지 모른다. 자본주의적 세계경쟁이 불러오는 헛된 안락과 상대적인 소외의 비명소리가 울울창창한 오늘날의 세계인으로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멸망의 아름다움을 잊기 쉽다. 그러나 텅 빈 뜰을 보라. 나뭇잎이 다 떨어진 황량한 산야를 보라. 가파른 경쟁의 밀림을 숨 가쁘게 내달리다가 지금 어깨를 웅크리고 쓸쓸히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당신의 그림자를 보라. 가장 눈물겹고 예쁜 것의 본체가 거기 있지 않은가.
박범신 <산다는 것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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