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 책과 생각; 건강 1310

만나는 기쁨보다 헤어질 슬픔이 앞선다 (편지 1통의 전문)[박석무]

제 1200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만나는 기쁨보다 헤어질 슬픔이 앞선다 (편지 1통의 전문) 다산은 귀양살이 18년, 긴긴 유배기간 동안 참으로 많은 편지를 두 아들에게 보냈습니다. 귀양가던 1801년 말부터 해배되어 돌아온 1818년 가을까지 아들들에게 아버지가 먼저 편지를 써서 보내는 경우, 기(寄)를 사용해 누구에게 부친다라고 쓰기도 하고, 어떤 경우 시(示)라고 써서 보여준다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아들들의 편지에 답장으로 보내는 경우는 ‘답(答) 아무개’라고 표현하여 답장의 편지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편지의 성격이지만 어떤 경우는 가계(家誡)라고 하여, 누구 누구에게 주는 가훈(家訓) 격인 글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강진의 유배 초기, 날짜가 명기된 짤막한 다산의 한 통 편지는 18년..

성선설(性善說)의 올바른 해석 [박석무]

제 1198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성선설(性善說)의 올바른 해석 다산 학문의 근본은 경학(經學) 연구에 있었습니다. 다산의 500여 권이 넘는 저서의 232권 이상은 경학연구에 관한 저서임을 알게 되면 금방 짐작이 가는 일입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반드시 처음에는 경학공부로 밑바탕을 다진 뒤에 옛날의 역사책을 섭렵하여 옛날 정치의 득실과 치란의 이유를 캐보아야 한다 (「寄二兒」)”라고 말하여 학문은 경학공부부터 시작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산은 경(經)의 뜻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서야 인간의 일이나 국가의 일이 절대로 바르게 갈 수 없다고 확언하고 있습니다. “경전의 뜻이 밝아진 뒤에야 도의 실체가 드러나고, 그 도를 얻은 뒤에야 비로소 마음가짐(心術)이 바르게 되고, 마음가짐이 바..

늙은 노인이어서 유쾌한 일 [박석무]

제 1173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늙은 노인이어서 유쾌한 일 75세로 세상을 떠난 다산선생은, 그 시대로 보면 장수를 누린 복 받은 노인이었습니다. 다산의 시집을 보면, 70세 이후에 지었던 시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젊은 시절에 함께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나, 함께 벼슬살이했던 동료들과 오래 이별했다가 다시 만난 삶이어서 더욱 다정하고 정이 넘쳤던 때문인지, 함께 늙어가던 옛 지인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지었던 시들이 유독 많습니다. 특히 송파에 살던 송옹(松翁) 윤영희(尹永僖)나 양근에 살던 현계(玄溪) 여동식(呂東植) 같은 분들과 주고받은 시가 매우 많았는데, 사는 곳이 멀지 않아 자주 어울리면서 풍류를 즐겼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던 무렵 「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라는 6수의 시는 늙은 노인이기..

『논어고금주』를 읽는 즐거움 [박석무]

제 1170 회 『논어고금주』를 읽는 즐거움 논어고금주(論語古今註)』라는 40권의 책은 공자의『논어』를 새롭게 해석한 다산경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름 그대로 고금의 논어에 대한 주석들을 모아놓고 바른 해석이냐 그른 해석이냐를 따지고는 주로 ‘보왈(補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보충해서 해석하는 자신의 학설임을 열거해 놓았습니다. 『논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삼호(三乎)로 시작됩니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인불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라는 글에서 보이듯, 문장의 끝이 호(乎)라는 글자로 끝나서 ‘3호’라는 용어가 나왔습니다. 조선 5백 년 동안에는 대체로 큰 이론 없이 주자(朱子)의 『논어집주..

‘목(牧)’의 뜻을 제대로 알자 [박석무]

제 1166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목(牧)’의 뜻을 제대로 알자 얼마 전에 어떤 유튜브 강의를 들었더니, 강의하는 분이『동경대전』의 수운 최재우와 『목민심서』의 다산 정약용을 비교하여 말하면서 ‘목민(牧民)’이라는 책 제목만 보아도 다산은 수운에 미치지 못하는 학자라고 했습니다. 그분의 주장에는 민(民)을 피치자(被治者)로 여겨, 목민이란 백성들을 다스리고 통치하는 권위적인 용어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목’을 다스리고 통치하는 뜻으로만 해석한다면 그런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목민심서』의 서문에서 밝힌 다산의 주장이나『목민심서』내용에서 언급한 ‘목’에 대한 다산의 생각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게 됩니다. 다산은 목민심서 서문에서 고대 중국의 성군(聖..

다산을 알려준 역사적 문헌(文獻)[박석무]

제 1165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다산을 알려준 역사적 문헌(文獻) 옛날의 제도나 문물을 아는데 증거가 되는 자료나 기록을 ‘문헌(文獻)’이라고 말합니다. 문헌이 없고서야 어떻게 옛일을 알며, 지나간 시절에 대한 실상을 파악할 방법이 있겠는가요. 그런 의미에서 문헌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다산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지니고 온갖 서적과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지가 오래되었지만, 저로서는 가장 중요하고 값지게 여기는 문헌이 있는데, 오늘은 그에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다산을 연구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자료라고 권해주고 싶은 생각이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글의 소제목만 보아도 다산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글인가를 금방 알게 됩니다.「다산선생의 일생」을 4개 분야로 설명합니다..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를 간행하고 [박석무]

제 1164 회 풀러쓰는 다산이야기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를 간행하고 참으로 긴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사상계』같은 잡지에서 ‘실학’에 관한 이야기나 책에 늘 관심을 기울였지만, 전문적으로 연구하기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졸업반이던 대학 시절, 대학원에 들어와 ‘한국법제사’를 연구하라는 교수님의 충고로 조금은 정밀하게 다산의 저서에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번역서가 거의 없던 때여서, 참으로 겉핥기식의 원문을 보던 때였습니다. ‘71년 「다산 정약용의 법사상」이라는 글로 석사학위를 받았지만, 대학 도서관에 있던 「신조선사」간행의 『여유당전서』안의 목민심서 등을 지나가는 식으로 보았을 뿐입니다. 논문을 쓰려는 목적으로만 읽었습니다. 그때도 『목민심서』는 널리 알려..

즐거움도 슬픔도 절제할 줄 알아야 [박석무]

제 1163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즐거움도 슬픔도 절제할 줄 알아야 『논어』를 읽어가다 보면 어쩔 때는 통쾌하다 못해 견디기 어려운 희열의 극점에 이르는 때가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송(宋)나라의 정자(程子)는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손과 발로 춤추고 뜀뛰는 지경에 이른다(不知 手之舞之 足之蹈之)”라고 말하여 그 즐거움과 기쁨이 어느 정도인가를 설명한 글이 있습니다. 『논어』를 제대로 읽고 그 의미를 제대로만 파악한다면 참으로 지극한 즐거움에 이를 수 있다는 이야기들입니다. 팔일(八佾)편에, “관저는 한없이 즐거우면서 음(淫)하지 않고, 슬프기 그지없지만 상(傷)하지 않는다(關雎 樂而不淫 哀而不傷)”라는 공자 말씀이 나옵니다. ‘음’과 ‘상’을 우리말로 정확하게 표현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남녀 간의..

[숨&결] 학교 가는 길 / 배복주

[숨&결] 학교 가는 길 / 배복주 등록 :2021-05-05 14:10수정 :2021-05-06 09:42 배복주ㅣ정의당 부대표 몇 해 전, 장애 학생 부모가 특수학교를 짓게 해달라며 체육관에서 무릎을 꿇는 영상이 뉴스에서 보도된 적이 있었다. 그 체육관은 서울교육청에서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에 폐교된 초등학교 공간에 특수학교를 짓기 위해 주민토론회를 연 자리였다. 혐오의 말을 쏟아내며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장애 학생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시사회를 다녀왔다.일반적으로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학생들은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배정을 받아 입학한다. 하지만 특수교육 대상인 장애 학생들은 통합학급이 있는 학교에 다니게 되거나 집 근처 통합학급이 없거나 중증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특수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