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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특검 탓’이 아니라 ‘삼성 탓’이다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2. 16. 10:22

[한겨레 사설] ‘특검 탓’이 아니라 ‘삼성 탓’이다

등록 :2017-02-15 18:21수정 :2017-02-15 19:3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두고 삼성이 “최순실 특검이 아니라 삼성 특검으로 변질됐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보수언론은 “특검이 촛불을 등에 업고 먼지떨이 수사를 한다”고 비난을 퍼붓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뇌물공여 혐의 등을 조사받기 위해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뇌물공여 혐의 등을 조사받기 위해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특검은 법원이 지난달 19일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자, 추가 수사를 거쳐 26일 만에 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이번에 특검은 이 부회장이 최순실 모녀에게 433억원을 건넨 대가의 범위를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뿐 아니라 순환출자 해소와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등 이 부회장의 후계 승계 과정 전반으로 넓혀서 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삼성에 특혜를 주도록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파악했다. 합병은 승계 과정의 한 단계일 뿐이다. 특히 지주회사 전환은 합병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로,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합병 직후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안가 독대’를 앞두고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준비한 ‘대통령 말씀자료’에 “우리 정부 임기 안에 삼성의 후계 승계 문제가 해결되기 바란다” “삼성도 문화재단 후원에 적극 참여해 달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부회장의 후계 승계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거액을 요구한 것이다. 또 이 부회장과 함께 영장이 청구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해 9월 말 독일에서 최씨를 만난 뒤 작성한 “검찰 수사 개시되면 삼성 폭발적”이란 내용의 메모도 확인됐다. 이런 게 ‘먼지’라면 세상에 구속될 피의자가 누가 있겠는가.

삼성과 보수언론은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경영 공백은 물론 쇄신 작업도 물 건너간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러길래 왜 진작 쇄신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고 싶다. 2008년 ‘삼성 특검’을 비롯해 그동안 여러 차례 쇄신의 기회가 있었지만 총수 일가가 내팽개쳤다. ‘총수 리스크’를 해소하지 않는 한 ‘삼성의 위기’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재벌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희생양이 아니다. 공범이다. 태생부터 문제가 많았던 정권이지만 그 정권을 돈으로 더욱더 오염시켰다는 점에서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계속 피해자 행세를 한다면 돈을 앞세워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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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782776.html?_fr=mt0#csidx38191cb09db634d96fd9e8e8dec213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