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의 적 때문에 망하는 나라는 없다’는 게 사가(史家)들의 견해다. 내부의 적, 특히 국론의 심각한 분열이 국가의 존망(存亡)을 가른 사례는 동서고금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지금 우리는 그런 미증유(未曾有)의 분열 위기를 맞고 있다. 헌재가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든, 기각하든 나라는 심각한 갈등과 혼란에 빠져들 우려가 크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박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정 수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탄핵이 인용되면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당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기각될 경우에도 박 대통령이 내년까지 임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현재 탄핵 찬성 여론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은 대통령을 떠났다.
박 대통령이 현 정국을 직시하기 바란다.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일으켜 세운 나라인데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며 정계 입문을 결심했다던 박 대통령을 국민은 기억한다. 20년 전 못지않게 나라가 백척간두에 선 지금,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파탄으로 치닫는 것은 박 대통령 자신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1974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탄핵 표결을 앞두고 “대통령으로서 나는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사임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사임하면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탄핵심판은 실익(實益)이 없어 종료된다.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며 애국심을 강조해온 대통령이다. 이쯤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길인지, 진심으로 고민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