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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방송사고’ 켈리 교수 “웃음 줘 행복하고 감사”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3. 16. 11:15

‘탄핵 방송사고’ 켈리 교수 “웃음 줘 행복하고 감사”

한겨레 등록 :2017-03-15 18:36수정 :2017-03-15 22:52

 

15일 부산대에서 언론인터뷰…“BBC에서 다시 인터뷰하자고 해 유명해진 것 알아”
아내 김씨는 자신을 보모로 지칭한 여론에 대해 “그런 시선에 익숙…인식 바뀔 것”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가족이 부산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부산대 제공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가족이 부산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부산대 제공
“웃음을 주게 돼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지난 10일 부산의 자택에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과 한반도 상황 등을 놓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 생방송 인터뷰를 하다가 열린 문 틈으로 아이들이 뛰어드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에 나가 유명해진 로버트 켈리(45) 부산대 교수는 15일 오후 부산대 본관 3층 301호 세미나실에서 한 취재진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방송사고가 난 뒤 다시는 언론과 인터뷰를 못 할 줄 알았는데 1시간도 안 돼 영상이 만들어지고 비비시 방송에서 인터뷰 요청이 다시 들어오면서 유명해진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아이들이 놀림거리가 될까봐 거절했지만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방송사의 설득에 영상 게시를 허락했고, 인터뷰 영상은 비비시 페이스북에서 14일 현재까지 8400만건, 유튜브 계정에선 1639만건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이날 켈리 교수는 언론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으나 “그동안 자녀들과 가족에 대한 걱정 때문에 나서기 조심스러웠다”며 미안해했다. 이날 인터뷰는 국내외 언론사들이 부산대 쪽에 거듭 요청해 성사됐다. 이날 국내외 언론의 뜨거운 관심이 다시 확인됐다. 비비시에선 싱가포르에서 직원을 보내 생방송 진행을 하는 등 국내외 50여명의 취재진이 기자회견장을 가득 채웠다. 켈리 교수는 이날 아내 김정아(41)씨와 딸 매리언(유나·4), 아들 제임스(유석·생후 8개월)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방송 사고’ 때 노란색 스웨터를 입고 어깨춤을 추며 아빠 곁으로 왔던 매리언은 이날은 입에 사탕을 물고 녹여 먹는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매리언은 기자회견 도중 마이크를 잡고 ‘아’ 등의 소리를 내며 또다시 아빠의 인터뷰를 방해해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켈리 교수의 아내 김씨도 여유로운 표정으로 답변했다. 그는 “거실에서 딸과 생방송을 지켜보다가 딸이 아빠에게 간 뒤 돌아오지 않아 놀랐다. 보통 방문이 잠겨 있으면 다시 와야 하는데 너무 당황했다. 빨리 데리고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두 아이를) 급하게 잡아당겼다”고 말했다. 켈리 교수는 “집에서 외국 언론들과 영상 인터뷰를 할 때는 정장을 차려입고 방문을 잠그지만, 이날 방문 잠그는 걸 깜박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딸이 유치원에서 생일 파티를 해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생방송 인터뷰 당시 상의는 넥타이를 매고 재킷을 입었지만 바지는 편한 청바지를 입고 있어 자신이 직접 일어나 상황을 정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긴급 속보를 다룰 때 최대한 빨리 전문가 인터뷰를 해야 하는 방송사들은 정리된 스튜디오가 아닌 전문가의 집에서 화상 인터뷰를 종종 한다.

아내 김씨는 방송사고 장면을 본 유럽인들이 자신을 보모라고 댓글을 달면서 아시아 여성에 대한 전형적인 편견을 보여준다는 인종차별 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해 “그런 시선들은 많이 받아 이미 익숙해진 상태다. 다문화가정이 많아졌으니 인식이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요가 강사로 일하는 김씨는 부산에서 켈리 교수를 만나 결혼했다.

켈리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자 “헌법과 법에 따른다는 원칙을 지키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일 인터뷰에서 “탄핵 절차 전체를 끝까지 마무리한 민주주의 국가는 거의 없는데, 한국인들은 폭력이나 큰 혼란 없이 이를 해냈다. … 이를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부르고 싶다”며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켈리 교수가 벼락 스타가 되면서 부산대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그가 몸담고 있는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사무실과 부산대 홍보실엔 인터뷰를 요청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켈리 교수의 제자들도 유명세를 탄 스승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방송사고 장면이 나가고 첫번째 수업이 있던 지난 14일 강의실로 들어오는 켈리 교수에게 학생들이 큰 박수를 쳤다고 한다. 15일 인터뷰 현장에도 켈리 교수의 제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현재 부교수인 켈리 교수는 1994년 미국 마이애미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 2005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8년부터 부산대 정치외교학과에서 미국정치론, 미국외교정책론, 국제관계 현안 등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영어 외에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부산/김광수 기자, 황금비 기자 kskim@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6676.html?_fr=mt2#csidxc915dad6f76bc459f501ec3c779a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