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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 건도 누락 없이 대통령기록을 확보하라! / 이소연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3. 16. 11:29

[기고] 한 건도 누락 없이 대통령기록을 확보하라! / 이소연

한겨레 등록 :2017-03-15 18:09수정 :2017-03-15 20:59

 

이소연
덕성여대 교수·한국기록학회장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많은 국민들이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남기고 갔어야 할 대통령기록에 주목하고 있다. 이 기록들은 앞으로 본격화될 검찰수사를 위한 주요 증거이다. 인수위도 없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나 위안부 협상 등 외교현안의 후속 업무를 이어가야 할 차기 정부에 꼭 필요한 국정운영자료이기도 하다. 세월호의 아픔으로 가슴에 온통 멍이 든 가족들과 국민들이 삼 년째 고대하고 있는 7시간의 비밀에 관련된 기록도 여기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기록은 오늘 대한민국의 국민뿐 아니라 미래 한국인에게 전승해야 할 역사문화유산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대통령 임기 종료 전 6개월 동안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절차를 적용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사실 지정기록의 지정과 해제에 관한 예외적 상황에 대해서는 입법미비의 상태가 계속되는 중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지정기록의 보호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대통령이 사망한 경우나, 박 전 대통령처럼 탄핵 등의 사유로 유고가 발생했을 때 지정기록의 보호와 공개의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정한 법조항은 없다. 최근 대통령기록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이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는 법적 해석의 대상이다.

그 기록의 생산에 관여하지 않은 사람이 어떤 기록을 지정기록으로 보호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정기록은 기록 건 단위로 검토하여 지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업무수행에 참여하지 않은 권한대행이 이 일을 맡는다면 모든 기록을 일괄하여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검찰수사를 위해서는 법원의 영장을 받아 접근할 수 있겠지만, 국민의 알 권리는 매우 긴 시간 동안 불필요하고도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의 기록은 보호의 대상이라기보다 확보의 대상이라는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 유고시 지정과 해제의 권한을 누구에게 위임할 것인가에 대해서 충분히 논의하여 법제를 정비할 수 있을 때까지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통령이 떠난 후 청와대를 지키고 있는 보좌진과 경호진 중에는 앞으로 검찰의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국정농단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초기에 이미 관련기록을 체계적으로 파기하라는 지침이 있었을 정도이니 이미 상당량의 기록이 파기되었을 것이다. 한 건의 기록이라도 더 안전하게 확보할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고 실행하는 일이 시급하다.

미국과 호주 등이 채택하고 있는 기록처분동결(records freeze) 제도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황교안 직무대행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기록 일체를 현재 상태 그대로 봉인하고 대통령기록에 대한 일체의 폐기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여의치 않다면 검찰이 압수수색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대통령 기록을 확보하고 봉인하는 것이 차선책일 것이다. 청와대와 행자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국가기록원이 이 초유의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단과 힘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가 끝난 후, 국가기록원과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기록관에 편입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현재 검찰과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종결된 수사기록을 모두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여 수사기록에 대한 국민의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용산참사 수사기록 3천쪽도 이미 오래전에 국민에게 돌려주었어야 할 기록이다.

이와는 별도로 국회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모든 기록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모든 대선후보는 대통령기록 지정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국가적 중대사에 관련된 기록의 폐기를 금지할 수 있는 제도를 대선공약으로 발표해야 한다. 유권자인 국민이 이미 알아버렸다. 기록이 모든 것의 시작이고 끝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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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86658.html?_fr=mt0#csidx21147855528b78591d0d0cefd6a4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