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대통령 탄핵에서 보듯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대로라면 또다시 실패한 대통령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다수가 개헌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권력구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기는 대선 전인지 후인지 어떤 국민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무리한 추진은 정치권이 정략적 ‘권력 나눠 먹기’에만 몰두한다는 인식만 낳을 수 있다. 당장 “개헌을 정치인 마음대로 결정하나”(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국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개헌에 반대한다”(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반발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안창호 헌법재판관도 탄핵심판 결정문에 ‘권력공유형 분권제’ 개헌을 제안하면서 “개헌이 정치세력 간 권력투쟁이나 담합의 장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경계한 바 있다.
그렇다고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과제를 마냥 미룰 수도 없다. 특히 대선 주자들이 눈앞의 대선 승리만 염두에 두고 개헌을 외면한다면 무책임하다. 문 전 대표를 포함한 대선 주자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권력구조를 비롯한 개헌안의 뼈대를 내놓고 국민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4년 중임제’ 개헌 공약을 지키지 않다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려 하자 국면 전환용으로 개헌 추진을 발표한 바 있다. 개헌 공약을 담보하려면 구체적인 추진 일정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