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 채용·보직변경·광고대행사 선정 강요 유죄
법원 “대통령, 경제수석 요구받은 기업이 느낄
압박 이용해 기업 경영의 자유 심각하게 침해”
‘포레카 지분 강탈’ 공모 5명 중 4명 유죄 인정
뇌물혐의 인정된 송성각 전 원장 징역 4년 선고
법원 “대통령, 경제수석 요구받은 기업이 느낄
압박 이용해 기업 경영의 자유 심각하게 침해”
‘포레카 지분 강탈’ 공모 5명 중 4명 유죄 인정
뇌물혐의 인정된 송성각 전 원장 징역 4년 선고
지난 2월 특검사무실에 소환된 차은택씨.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케이티(KT)에 광고대행사 선정 등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차은택(48)씨에게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 법원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이어 차씨의 1심 선고에서도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를 인정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22일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케이티 황창규 회장을 압박해 이동수씨의 채용, 보직변경을 하게 하고 플레이그라운드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하도록 했다는 강요 혐의가 충분히 유죄로 인정된다”며 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차씨는 2015년 최씨에게 지인인 이동수씨가 대기업에 채용될 수 있도록 부탁했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은 “윗선의 관심사항”이라며 황 회장에게 채용을 요구했다. 이씨가 채용되자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은 이씨에게 케이티 광고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을 맡겨달라고 황 회장에게 재차 부탁했다. 박 전 대통령의 요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6년 2월 안 전 수석은 “브이아이피(VIP) 관심사항”이라며 황 회장에게 최씨가 설립한 플레이그라운드를 케이티 광고대행사로 선정할 것을 요구했고, 플레이그라운드는 68여억원어치의 광고 7건을 실제로 수주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차씨의 이동수씨의 채용·보직변경과 광고대행사 선정 요구 적용된 강요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무리 대통령이나 경제수석이라 하더라도 사기업에 특정인 채용이나 특정 기업체의 광고 선정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직무권한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며 “공무원의 권한에 속하지 않는 일이므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부분은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차씨와 함께 기소된 송성각(59)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피고인 5명의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 강탈 강요미수 혐의는(56) 김홍탁 전 모스코스 대표이사를 제외하고 모두 인정됐다. 재판부는 “차씨와 공범들이 피해자에게 청와대 어르신, 포스코 최고위층을 언급하면서 공동인수를 압박한 점 등에 비춰보면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 전 대표는 “(2015년 3월5일) 피해자를 유일하게 만났을 때 짧은 시간만 있다 자리를 떠났고 그 뒤 만나거나 전화 통화한 사실이 없는 등 포레카 인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며 무죄로 봤다. 국정농단 관련자 중 첫 무죄다.
특히 재판부는 포레카 지분 강탈 과정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 공소사실은 차씨 등이 최씨, 안 전 수석과 공모한 것으로 되어있고 공모자에 대통령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서도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것으로 차씨 등과 최씨가 대통령을 연결고리로 하여 안 전 수석과 이 사건 범행을 공모했다고 판단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 외에도 차씨가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담 만찬 및 문화행사’ 대행업체로 선정된 회사에 앞으로 잘 봐주겠다며 영상 제작 용역 대금으로 약 3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알선수재), 자신이 운영하던 아프리카픽쳐스의 허위 직원 계좌로 받은 월급을 생활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횡령) 등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송 전 원장이 “영업을 도와주겠다”며 업체에서 받은 3700여만원어치의 금품도 뇌물혐의를 인정했다.
그 결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차씨 외에도 송 전 원장은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 3700여만원의 추징금이 선고됐다. 김영수(47) 전 포레카 대표이사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김경태(39) 전 모스코스 사내이사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차씨의 양형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대통령, 경제수석의 요구받은 기업이 느낄 수 있는 압박을 이용해 기업 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 인정된 피고인의 죄책이 대단히 중해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차씨는 40분이 넘는 선고가 끝나자 바로 법정에서 퇴장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