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통신망에 글 올려 “2003년 부장검사로부터 성추행”
“2005년 성매매 전담 검사가 성매매…문제 제기하자 인사상 불이익”
“조희진 지검장에 알렸지만 어떤 후속조치도 없었다”
“조직 내 강자와 약자의 문제…검찰 내 치외법권 걷어내야”
“2005년 성매매 전담 검사가 성매매…문제 제기하자 인사상 불이익”
“조희진 지검장에 알렸지만 어떤 후속조치도 없었다”
“조직 내 강자와 약자의 문제…검찰 내 치외법권 걷어내야”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도 3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부장검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털어놨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도 ‘미투’(#MeToo) 폭로에 합류했다. 그는 자신이 성희롱·성추행 피해를 겪은 사실을 털어놨을 때 조희진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단장(서울동부지검장)이 침묵했다며 조 단장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임은정 검사는 5일 오전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선배 검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겪은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2003년 5월 한 부장검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임 검사는 당시 “(ㄱ부장이) 굳이 아파트 1층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따라 내리더니 목이 마르다며 물을 달라고 했다. 만취한 정신으로, 물 달라는데 어떻게 안 주냐는 안일한 생각에 집에서 물 한 잔 드리고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해드렸다”며 “갑자기 입안으로 들어오는 물컹한 혀에 술이 확 깼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이어 ㄱ부장이 자신의 오른손을 힘껏 잡아당기며 “임 검사, 괜찮아. 들어와”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석 검사를 통해 사표 제출을 요구했는데 (ㄱ부장은) 확답 없이 휴가를 가 버렸다”고 적었다. 선배 검사에게 상담을 요청했지만 “그냥 니가 사표를 써라. 알려지면 너만 손해다”라는 조언을 들었다고도 했다. 임 검사는 “결국 지청장에게 찾아가 ‘주거침입·강간미수 고소도 불사하겠다’고 단도직입적으로 통보해 겨우 사표를 받았다“고 밝혔다.
2005년 부산지검에 근무할 땐 성매매 전담 부장검사가 성매매를 하는 걸 목격했다고도 밝혔다. 임 검사는 “2차를 굳이 따라가지 않으려는 저를 선배들이 굳이 데리고 갔다”며 “성매매 전담인 ㄴ부장검사가 결국 성매매를 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부장검사에게 이 일을 이야기하며 ㄴ부장이 성매매 피의자로 보여 결재를 받지 못하겠으니 부를 바꿔달라고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며 “(이후 조처가) 지지부진하던 사이 그 ㄴ부장은 사법개혁 관련 업무로 파견을 나갔다. 정식으로 문제제기한 것인데 당시 부산지검에서 왜 감찰을 착수하지 않았는지는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임 검사는 문제제기를 한 뒤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2007년 광주지검으로 발령이 났을 때, 수사 지휘권이 없는 공판부에 배치됐다. 임 검사는 “광주지검에서 부 배치안을 짤 때 ㄴ부장에게 저에 대한 세평을 물었나보다”라며 “‘경주에서도 부장 잡아먹더니 부산에서도 부장 잡아먹었다. 부장에게 꼬리 치다가 뒤통수치는 꽃뱀 같은 여검사’라는 답을 (광주지검이) 듣고 놀라 공판부에 배치됐다고 한다”고도 했다.
조희진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단장(서울동부지검장)
임 검사는 당시 여검사 모임의 ‘맏언니’ 격인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이런 사실을 털어놨지만 “어떠한 후속조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최초의 여성 검사장에 오르는 등 검찰 내 여성 1호 타이틀을 대부분 보유한 인물이다. 임 검사는 “그때 무언가의 조치를 해주셨다면 2010년 서지현 검사의 그 불행한 강제추행 피해가 없었거나, 최소 피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즉시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쉽다”라며 “이것이 (조희진 검사의) 조사단장 자격에 제가 이의를 제기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직장 내 성폭력이 왜 지금껏 덮였는지에 대해 조 단장님도 조사를 받아야 할 객체”라고 밝혔다.
임 검사는 그러면서 “불복종의 용기(가) 있는 동료들이 계속 나온다면, 법과 제도 개혁으로도 당장 고치기 어려운 검찰의 부조리를 고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동료들의 불복종 용기에 기꺼이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서 검사의 일은 한 개인의 문제, 남자 상사들과 여자 후배들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에서 강자와 약자의 문제”라며 “검찰 스스로 만든 치외법권을 우리 스스로 걷어내자”고 글을 마무리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