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골산 칼럼 제3686호 / 참 좋으신 하나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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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님 가정은 18년 전, 제가 4년 동안 부교역자로 섬겼던 00교회 관리집사로 사역하던 분들입니다. 저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수요일이나 금요일, 집회 시간보다 몇 시간 빨리 교회에 가서 보내곤 했습니다. 관리집사 사택이 교회 경내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저의 동선(動線)이 집사님에게 포착되었던지, 어느 날 저녁식사에 초대해 주셨습니다. 자연스럽게 자녀교육과 더불어 여러 가지 가정사에 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관리집사란 교인들과 맘 놓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가끔 속 깊이 감춰 두었던 얘기를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들어주고 공감해주었던 게 그분들에게는 돌팔이 상담이었지만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한 번은 부인 집사님이 남편과 냉전 상태라며 이혼이란 말을 꺼낼 정도로 화를 삭이지 못했습니다. 부부라면 이럴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내용인즉, 시동생이 다단계에 빠져 수백만 원 빚진 것을 남편이 부인 몰래 갚아주었다가 들통 난 사건이었습니다. “그때 참 고마웠다”고 하는 부인의 말을 가로채며 “그런 말은 뭐 하러 혀”라고 하는 남편에게서 경건한 쑥스러움이 묻어났습니다. 한 살 차이로 내년이면 환갑이라는 집사님들이 참으로 귀여웠습니다. 저는 사실 제가 뭐라 지도해 주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아무 것도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지체들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만 해줘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공급받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중 2학년이던 큰 아들은 해양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석사과정을 마치고 해군 장교가 되어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작은 아들은 홍익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데, 벌써 해군 학사장교 시험에 합격하여 4년 장학생으로 다니고 있었습니다. 두 아들 모두 장학금 받고 다니게 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며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참으로 그럴 만도 했습니다. 교회가 새 예배당 건축으로 빚을 안게 되자 한 푼이라도 아껴서 이자를 부담하기 위해 담임목사를 제외한 부교역자와 관리집사 모두를 교체하기로 당회에서 결의했습니다. 그때 큰 아들이 고 2학년이라서 대학 갈 때까지 만이라도 사례금을 삭감하는 것을 감수할 테니 2-3년만 유예해 줄 것을 간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3개월 말미를 두고 나가라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생자필멸 회자정리(生者必滅 會者定離)” 사람은 누구나 만나면 헤어지게 된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14년을 섬기던 교회를 3주 만에 정리하여 다른 교회로 옮겨갔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교회를 섬기면서 상처도 치유되었고, 남편은 안수집사, 부인 집사님은 주일학교 반사가 되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학교 앞 전도를 나간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때 가장 큰 상처를 받았던 큰 아들이 벌써 서른이 되어 장가를 간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아들 색시감으로 좋은 조건을 제시한 분들이 여럿 있었지만 믿음이 맞지 않아 두 번 만나지 않았는데 지금의 처자를 하나님께서 준비해 주셨다고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믿음이 좋은 처자가 있다고 소개받아 몇 번 만난 후, 가정 형편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어서 솔직하게 자기 부모님은 관리집사로 평생을 헌신하신 분들이며 모아놓은 돈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쪽 집안은 장인이 학교 교감으로 안수집사이고 장모는 권사이며 처자는 영문학을 전공한 재원이었습니다. 가정형편과 부모 직업이 싫다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장모될 분이 조금 실망스런 내색을 했지만 처자가 극구 결혼하겠다고 나오자 결국 상견례를 했습니다. 조금은 서먹한 만남이었지만 덕담을 나누고 신앙생활 이야기가 나오자 신분이나 격식을 내려놓고 장모될 분이 먼저 간증하면서 자기는 예수 믿지 않는 남편을 만나 안수집사가 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사람들로서 주님 안에서 한 지체라는 것에 서로 안심하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처자가 교회 차량 봉사를 위해 1급 면허증까지 발급받았다고 하니 보통 청년은 아닌 듯싶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부인 집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조심스런 목소리로 “목사님, 부탁 하나 드리면 들어주실 거죠?”, “뭔 내용인가를 들어보아야지요.”, “우리 아들 주례해 주세요.” 한참 있다가 “...아들 며느리 나에게 보내세요.”하고 전화를 내려놓았습니다. 정말 마음이 좋았습니다. 참으로 좋으신 하나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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