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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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지리산에 봄의 전령인 복수초가 피었다고 합니다. 눈 한 번 내리지 않은 올 겨울은 추위다운 추위 한 번 없이 이렇게 허무하게 봄을 맞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수에서는 벚꽃이 개화를 시작하였고 철쭉도 피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제 지인이 제게 물었습니다.
“당신에게 여수는 어떤 의미입니까?”
저에게 있어 여수는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태어난 곳도 여수이고 죽을 때도 여기서 죽게 될 테니까요. 다른 곳에 갈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니 저의 마지막은 여기가 될 것입니다.
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즐기기 전에 고생하는 것부터 배웠습니다. 저는 지금도 고생하는 것은 전혀 두렵지 않은데 즐기는 것은 아직도 어색합니다. 살다가 너무 즐겁고 재밌으면 불안해집니다.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지금껏 고생스럽게 살았어도 그 고생 때문에 양심에 꺼리는 일을 해본 기억은 없습니다. 실수나 잘못은 있었겠지만 속이거나 양심까지 팔아본 기억은 없습니다. 공개적으로 이렇게 말해도 조금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저는 10년이 훨씬 넘도록 세상을 향해 글이나 말로서 무슨 말인가를 날마다 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쓸 때도 있지만 가끔은 과격한 얘기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저의 글이나 말 때문에 논란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제가 쓴 글이나 제가 한 말처럼 제가 살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글 따로 행동 따로 살지 않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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