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재판 개입’ 위헌이지만 단죄 못한다는 법원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2. 15. 06:48

‘재판 개입’ 위헌이지만 단죄 못한다는 법원

등록 :2020-02-14 20:02수정 :2020-02-15 02:35

 

사법농단 재판 3번째 면죄부
임성근 부장판사 1심서 무죄
“지위 이용 불법행위 징계사유
직권남용으로는 볼 수 없다”
유사 혐의 양승태 재판도 영향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문 위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문 위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직권남용의 ‘성긴 그물망’으로는 재판 개입 행위를 단죄할 수 없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일하면서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56·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농단의 핵심인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다. 유해용 변호사와 성창호 부장판사 등에 이어 세번째 무죄가 선고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는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위헌적 행위는 맞지만, 처벌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 판사는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4~2016년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청와대 의중을 전달받고 청와대의 관심 재판에 개입해 선고 내용을 수정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칼럼을 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관련 사건과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프로야구 선수들의 약식명령 사건이다.

임 판사는 재판 관여 행위는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죄를 물을 수는 없다고 주장해왔다. 법리상 문제 행위가 공무원의 직무권한에 해당해야 처벌이 가능한데, 법원의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는 재판에 관여할 수 있는 직무권한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였다. 임 판사의 재판 관여 행위가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면서도,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는 재판에 관여할 권한이 없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번 판단대로라면 사법행정권자가 재판에 개입한 혐의는 형사적으로 처벌할 길이 없게 돼, 검찰의 사법농단 공소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등에 법원행정처 심의관이나 일선 재판부를 통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임 판사와 혐의 내용이나 구조가 비슷하다. 고한솔 장예지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