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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탈락·비례연합정당 참여…당원·열성 지지층, 정당을 장악하다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3. 16. 05:32

금태섭 탈락·비례연합정당 참여…당원·열성 지지층, 정당을 장악하다

등록 :2020-03-15 10:47수정 :2020-03-15 13:01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12
금태섭 의원, 권리당원-열성 지지층 모두 패배
민주당 비례연합정당 찬성 결정 당원들이 앞장
2015년 ‘문재인 구하기’ 온라인 10만 당원가입
현재 권리당원 80만명 절반 온라인 당원인 듯
현안 토론에 적극적이고 당비도 성실하게 납부
정치의식 매우 높아 지역구 국회의원 좌지우지
총재-의원-당원·지지층으로 ‘정당 소유권’ 이전
확증편향·배타성 강해지면 외연 축소 위험성도
보수 정당 당원-지지층도 제 목소리 내기 시작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 19 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이 3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 19 국난극복위원회·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를 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948년 5월 10일 1대 국회의원 선거의 정당별 당선자는 대한독립촉성국민회 55명, 한국민주당 29명 순이었습니다. 서울 동대문갑 이승만 의원이 독립촉성국민회였고, 서울 중구 윤치영 의원이 한민당이었습니다. 전체 200명 가운데 무소속이 85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1950년 5월 30일 2대 국회의원 선거의 당선자도 204명 가운데 무소속이 124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정당별로는 민주국민당 27명, 대한국민당 17명, 국민회 13명, 대한청년당 10명 등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정당은 정치인들의 동호인회 수준이었습니다. 당원도 별로 없었습니다.

 

1951년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당을 창당했습니다. 자유당은 1960년 4·19 혁명으로 무너졌습니다. 1963년 박정희 대통령이 민주공화당(공화당)을 창당했습니다. 공화당은 1979년 10·26으로 무너졌습니다. 1981년 전두환 대통령이 민주정의당(민정당)을 창당했습니다. 민정당은 1990년 3당 합당으로 소멸했습니다.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은 민주주의 체제를 구성하는 정상적인 정당이 아니라, 독재의 통치 기구였습니다.그 사이 야당은 한민당-민국당-민주당-신민당-통일민주당-평화민주당-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민주통합당-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으로 이합집산하며 서서히 진화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매우 오랫동안 정당의 주인은 총재였습니다. 총재가 정당을 만들었고 운영했습니다. 선출직 공직 후보 공천권을 총재가 갖고 있었고, 정치자금도 총재가 마련해서 나눠줬습니다. 총재는 국회의원들을 개인의 소유물처럼 부렸습니다.대통령은 집권 여당의 총재였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당 총재, 박정희 대통령은 공화당 총재, 전두환 대통령은 민정당 총재였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노태우 대통령은 민정당 총재, 김영삼 대통령은 민자당과 신한국당 총재, 김대중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 총재였습니다.이 시절 대통령은 ‘제왕적 총재’로 불렸습니다. 대통령은 정당과 정부, 청와대를 모두 자신의 통치 기구로 인식했습니다. ‘당·정·청 개편’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상징하는 말이었습니다.대통령과 여당의 관계가 끊어진 것은 노무현 대통령부터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정 분리’를 국정의 원칙으로 내세웠고 실천했습니다.이명박 박근혜 대통령도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를 되돌리지는 못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여당의 ‘1호 당원’이었지만, 총재나 대표는 아니었습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정당에서 총재라는 직책이 사라진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총재라는 직책과 함께 정당의 주인인 ‘제왕적 총재’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모든 정당이 차례차례 집단지도체제로 바뀌었습니다. 대표나 대표최고위원이 정당을 이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천권도 행사하지 못하고 정치자금을 모아서 나눠주지도 못합니다. 대표나 대표최고위원은 정당의 주인이 아니라는 얘깁니다.그렇다면 정당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당 지도부일까요? 계파 보스들일까요? 중진 의원들일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정당마다 차이가 있지만 지금 정당의 주인은 그래도 국회의원들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국회의원은 전당대회에서 당 지도부 선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지방선거에서는 자신이 관할하는 지역의 공천을 좌지우지합니다. 정당의 중요한 의사 결정이 대부분 의원총회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심지어 의원 제명도 의원총회에서 결정합니다. 어떻게 보면 정당은 국회의원이라는 이름의 자영업자들이 모여서 움직이는 연합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그런데 정당의 이런 ‘자영업자 연합체’ 구조도 그리 오래갈 것 같지가 않습니다.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몇 가지 눈에 띄는 급격한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두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금태섭 의원. 연합뉴스

첫째, 금태섭 의원이 경선에서 강선우 전 부대변인에게 큰 표차로 패배했습니다. 권리당원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 경선에서도 크게 졌습니다.둘째, 더불어민주당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반문재인 성향의 이른바 보수 신문에서는 금태섭 의원의 패배와 강선우 전 부대변인의 승리를 ‘친문(친문재인) 공천’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비례연합정당 찬성 결정에 대해서도 “18만 친문 당원이 똘똘 뭉쳐서 비례당을 가결했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친문재인 인사들의 정치 공작이나 사전 모의라도 있었던 것처럼 삐딱하게 본 것입니다.하지만 저는 이번 금태섭 의원 탈락과 비례연합정당 찬성 결정의 본질은 친문 세력의 영향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당의 주인이 국회의원에서 이제 당원과 열성 지지자들로 바뀌어 가는 조짐이라고 생각합니다.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금태섭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킬 의도가 없었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을 탈락시키고 김남국 변호사를 다른 지역으로 돌린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금태섭 의원이 경선에서 패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역구 관리를 소홀히 한 점이 크다고 합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비판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지역구에서는 좀 더 열심히 권리당원이나 지지자들과 토론하고 교감을 나눴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을 소홀히 했다는 것입니다.비례연합정당 참여 문제도 그렇습니다. 이해찬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의석을 손해 보더라도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했습니다. 그러나 시민사회 인사들이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하고 권리당원과 열성 지지자들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태도를 바꿨습니다.최근 저는 더불어민주당의 수도권 국회의원을 잇달아 만나서 비례연합정당과 권리당원들에 대한 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비례연합정당 찬성은 국회의원들이 결정한 것이 아니다 . 열성 당원들이 국회의원들을 비례연합정당 찬성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 각 지역구 열성 당원들은 의원들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다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의석 배분 방식은 물론이고 우리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했을 때와 참여하지 않았을 때 의석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더라 . 당원 대화방에서 정치 토론이 벌어지는데 수준이 어마어마하게 높다 .”

“권리당원들은 정치가 이상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 일시적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더라도 황교안 대표의 미래통합당 세력에 과반 의석을 내줄 수 없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 . 이건 이해찬 대표의 생각도 아니고 이인영 원내대표의 생각도 아니다 . 당원들의 생각이다 . 당 지도부가 거부할 수 없는 일이었다 .”

“권리당원들에게 지난 연말부터 전화로 인사를 하다가 그만뒀다 . 잘 모르는 권리당원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무개 국회의원이라고 인사를 하면 ‘그런데요 ?’라거나 ‘그래서요 ?’라고 되묻는다 . 더는 할 말이 없더라 . 그 사람들이 우리 당의 진짜 주인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 .”

자 여기서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좀 살펴보고 넘어가겠습니다. 강훈식 수석 대변인이 지난 13일 아침 이런 발표를 했습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3월 12일 오전 6시부터 13일 오전 6시까지 24시간에 걸쳐서 비례연합정당 참여할지에 대해서 권리당원의 의견을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21대 총선 지역구 경선 선거권을 가진 권리당원 789,86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 문항은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진보개혁 진영의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고 찬반을 묻는 문항이었다 . 투표율 30.6%, 숫자로는 789,868명 중 241,559명으로 역대 전당원 투표 중 사상 최고의 투표 참여율을 보였으며 , 이 중 찬성 74.1%, 179,096명 , 반대 25.9%, 62,463명으로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음을 말씀드린다 .

발표문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은 대략 80만명입니다. 당원 가입 이후 매달 1천원 이상 당비를 내는 사람들입니다. ‘종이’로 입당한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입당한 온라인 당원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온라인 당원이 정확히 몇 퍼센트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절반가량인 것으로 추정됩니다.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설명에 의하면 ‘종이’ 당원보다는 ‘온라인’ 당원이 나이가 젊고 당비 계속 납부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온라인’ 입당은 2015년 8월 정당법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시스템을 가장 먼저 구축해서 그해 12월부터 온라인 입당을 받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10만명이 몰려들었습니다.당시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문재인 대표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온라인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온라인 권리당원들이 대체로 ‘친문재인-반안철수’ 성향을 강하게 띠는 배경입니다.그 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 2017년 대통령 선거 당내 경선과 본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 국면을 거치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요? 이른바 보수 신문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팬덤 문화에 물든 문재인 대통령 골수 지지층에 불과할까요?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권리당원을 포함한 열성 지지층이 결국 우리나라 정당의 새로운 주인,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를 이끌어 갈 새로운 주도 세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이들은 각종 선출직 공직 후보를 공천하기 위한 당내 경선에서 적극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합니다. 현역 의원이라도 이들이 집단으로 거부하면 공천을 받을 수 없습니다. 금태섭 의원이 그런 경우입니다.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들은 당비를 정기적으로 납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인에게 후원회나 펀드로 정치자금을 몰아주기도 합니다.쉽게 말해서 과거 총재가 갖고 있던 공천권과 정치자금 배분권을 이미 권리당원과 열성 지지자들이 상당 부분 행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권리당원이나 열성 지지자들을 정치의 새로운 주도 세력으로 보는 이유입니다.그런데 정치의 주도 세력이 바뀌고 있는 현상과 그런 세력이 이끌어가는 정당이 당장 선거에서 현실적으로 성공할 것인지 아닌지는 좀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최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당직자가 기자들과 이런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금태섭 의원의 공천 탈락을 계기로 중도층의 마음이 떠날 것이라는 분석은 안 해봤나 ?“중도층은 미신이다 . 쟁점마다 다른 투표를 하는 (스윙 보터 ) 층이 있을 뿐이다 . 중도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에 따르면 그렇다 . 영향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본다 .”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대해서도 찬성 쪽에 섰던 의원들은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정치 현실이 되고 나면 총선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국회의원 총선거는 어차피 적극 지지층을 투표장에 많이 끌고 나가는 쪽이 이긴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양 진영으로 갈려서 수도권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서 중도적이고 온건 합리적인 사람들이 민주당을 어떻게 볼지 걱정이다 .”

“수도권에 꽤 영향이 있을 것이다 . 중도층 , 지식인들에게 상당히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렇게 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으며 당 지지도가 하락했다가 최근에 겨우 회복했습니다. 당시에 입은 ‘내상’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고 봐야 합니다.그런데 이번 비례연합정당 참여 문제로 전 당원 투표를 하면서 당내에서 25% 정도 반대 의견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75%의 높은 찬성률에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5%의 반대론자들을 잘 설득하지 못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가 4·15 총선에서 투표장에 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또 중도층 유권자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저는 중도층 유권자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는 사람입니다.지역구 소선거구제 중심의 선거제도에서 일부 지지층의 투표 포기나 중도층의 외면은 그 정당에 치명상을 줄 수 있습니다. 접전 지역에서는 수천표나 수백표 차이로 당락이 뒤바뀌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 20석 빼앗기지 않으려다가 잘못하면 지역구 선거에서 그 이상의 의석을 빼앗길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어떤 집단이든 확증편향과 배타성이 너무 강하면 외연이 축소될 수 있습니다. 결국 최근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과 열성 지지층의 결집이 4·15 총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당내 반대론자나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앞으로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맥락이 조금 다르지만 최근 미래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벌어졌던 한 가지 사건도 의미를 짚어볼 만 합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가 서울 강남병에 34세의 청년 기업가를 공천했다가 당원 및 열성 지지층의 반대로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저는 처음에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공천은 전통적인 보수층 유권자들에게는 잘못된 것으로 보이겠지만 젊은 연령층에서 새로 형성되는 보수층 유권자들에게는 미래통합당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당원과 열성 지지층의 반발로 공천은 취소됐고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수십 년 동안 당 지도부의 결정을 묵묵히 받아들이던 보수 정당의 당원과 열성 지지자들도 이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따라서 앞으로 보수 정당의 파격적 개혁은 좀 더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과연 미래통합당에 좋은 일일까요, 나쁜 일일까요? 답변하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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