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범죄 보호하는 방식으로 작동” 텔레그램 ‘프라이버시의 역설’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3. 25. 06:42

“범죄 보호하는 방식으로 작동” 텔레그램 ‘프라이버시의 역설’

등록 :2020-03-24 18:17수정 :2020-03-25 02:30

 

수사협조 촉구 ‘탈퇴총공’ 등 움직임
전문가 “텔레그램 암호기술 이젠 특별치 않아”

 

한겨레 자료사진

 

‘프라이버시의 역설’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일어난 엔(n)번방 사건을 놓고 개인정보 보호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진단이다. 반체제 인사의 통신 자유 보호라는 가치를 내세워 탄생한 메신저의 보안성을 악용한 심각한 성착취 범죄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대표는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엔번방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여성들의 불법 촬영물이 텔레그램에서 공유되고 있다. 텔레그램이 구축한 ‘프라이버시 보호’가 (프라이버시를 넘어) 범죄를 지키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사성 쪽은 이런 프라이버시의 역설을 강조한 내용을 담아 텔레그램 운영진 쪽에 항의 서한을 조만간 보낼 예정이다. 서 대표는 “인간 존엄의 증진과 강화라는 가치 지향 속에 만들어진 메신저이고 비영리 프로젝트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소통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텔레그램이 보호하려는 프라이버시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며 엔번방 수사 협조를 텔레그램 쪽에 촉구하는 자발적인 집단행동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23일 또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는 ‘N번방 텔레그램 탈퇴총공’이라는 문패를 단 계정이 등장했다. 이 계정에선 25일과 29일 밤 9시 두 차례에 걸쳐 텔레그램 이용자가 동시에 탈퇴하자는 제안글이 게시됐다. 탈퇴 사유를 적는 공간에는 ‘Nth room - we need your cooperation’(N번방 - 여러분의 협조가 필요합니다)이라고 쓰자는 제안도 뒤따른다. 신원 확인이 어려운 계정 운영진은 공동행동을 촉구하는 이유로 “텔레그램이 이번 사건이 일어난 플랫폼임을 알리고 동시에 적극적인 수사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서”라는 글을 남겼다. 이들은 앱스토어에 텔레그램 앱 리뷰를 쓸 때 제목을 위와 같은 탈퇴사유 문구로 통일시키는 ‘리뷰 총공’도 진행 중이다.

 

한편 보안기술 전문가들은 텔레그램의 보안성이 카카오톡나 라인 등의 메신저 프로그램보다 더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2014년 ‘카카오톡 감청’ 사건 이후 이용자들이 텔레그램으로 옮겨간 뒤 경쟁 메신저들도 보안성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텔레그램 운영자가 있는 지역으로 알려진) 독일이나 러시아 쪽 암호 기술이 뛰어난 건 맞으나 현재 시점에서도 ‘더 우수하다'고 보긴 어렵다”며 “텔레그램의 암호 기술은 현시점에선 국내 메신저에도 다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연재n번방 성착취 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