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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비판만 할 것인가, 바이러스는 다시 돌아온다 / 남상곤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3. 27. 04:45

[왜냐면] 비판만 할 것인가, 바이러스는 다시 돌아온다 / 남상곤

등록 :2020-03-25 18:34수정 :2020-03-26 02:40

 

남상곤 ㅣ 미국 아주사퍼시픽 대학교 공중보건학과 교수

 

2011년 영국의 내각사무처가 발행한 ‘자연재해와 생활기반에 대한 국가 운영 안내서’에 보면 회복력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성하는 네가지 요소로 저항(resistance), 신뢰성(reliability), 반복성(redundancy), 그리고 반응·회복(response & recovery)을 들고 있다. 한 사회의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잘 대처하고 대응하고 회복하는가는 이 네 요소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공중보건 인프라’는 회복력이 가능한 보건의료 시스템을 뜻한다. 여기서 ‘회복력’이란 공중보건의 위험요소를 시기적절하게 효율적으로 저항, 흡수, 수용, 적응, 변형·회복하기 위한 기존 시스템의 역량이나 사회의 역량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에는 위험요소의 위기관리를 통해 사회의 구조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공중보건 인프라의 성숙도에 따라 각 사회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것이 다르다. 예를 들어, 중국은 코로나19에 대해 도시 폐쇄라는 극단적인 저항과 반복적인 방역을 통해 점차 코로나 위기에 반응하고 회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하지 못하기에, 언제 다시 새 위기에 봉착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코로나19에 대해 소극적인 저항을 통해 회복을 꾀하고 있지만 역시 신뢰성이 결여된 검사와 그 방역, 확진 과정 때문에 실제 확진 인구가 훨씬 많으리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은 31번 확진환자 전까지는 코로나19가 잡혀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희망을 갖기도 했다가 신천지 신도 31번 환자를 필두로 기하급수적인 확진자의 증가 사태를 맞고 말았다. 하지만 한국은 위 네가지 공중보건 인프라를 고루 갖췄기에 새로운 확진환자가 점차 줄고 있으며, 한 사람도 놓치지 않겠다는 방역보건 당국의 필사적인 노력과 의지로 세계 보건의료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다.

 

지금 유럽과 이란에서 벌어지는 확진환자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멀리 유럽과 중동의 일이 아니다. 이미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고 선포했다. 지금의 상황에서 한 사회의 공중보건 인프라의 개념이 아닌 전세계적 공중보건 인프라의 개념이 요구된다. 그것은 우선 공통의 관심사인 전염병을 같이 예방하고, 확진환자를 같이 치료하는 일이다. 국경을 무조건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이 방역 과정에서의 자료를 공유하고, 마스크와 코로나바이러스 검사키트를 지원하고, 백신을 공조하여 개발하는 일이다. 세계가 하나로 이어진 지금 유럽과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남의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지금 한 나라의 정부를 비난하고, 다른 나라의 상황과 비교하는 일들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한국이 방역에 성공하고 일본이 실패하는 일이 한국의 승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이 성공을 거둔다고 한들, 후에 일본에서 방역 실패로 감염자의 폭발적 증가가 발생하면 또 다른 한국의 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금은 세계적인 협력과 공조가 필요한 시기다. 모든 역량을 각국의 보건당국에 모아주어야 한다. 지금은 비판과 비난보다 응원하고 협력해야 할 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느 정도 지나간 뒤에 어떤 정책이 잘되었고 잘못되었는지, 어떤 나라가 방역에 성공적이었는지, 잘한 점과 실수는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보면 된다. 그때 잘잘못을 따져 누군가를 문책하거나 비난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세세한 분석을 담을 매뉴얼을 준비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또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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