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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근본대책 필요한 요양현장 /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4. 1. 04:47

[세상읽기] 근본대책 필요한 요양현장 / 양난주

등록 :2020-03-30 18:53수정 :2020-03-31 09:29

 

양난주 ㅣ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스페인 요양원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군인들이 노인요양원에서 시신을 발견했고, 생존 노인은 방치되어 있었으며 직원들은 도망갔다고 했다. 전쟁영화 한 장면이 떠올랐다. 총을 든 군인들이 어두컴컴한 건물을 수색하다 이미 죽은 혹은 처참한 상태의 노인들을 발견하는 장면 말이다. 인터넷에는 더한 기사와 글들이 퍼지고 있었다. ‘스페인 요양원, 무더기 시신 발견’은 흔한 제목이었다. 직원들이 금품을 챙겨 도주했다고도 했다. 모두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사나흘에 걸쳐 스페인 신문 <엘 파이스> <엘 문도>, 그리고 우리 언론들이 인용한 영국의 <비비시>(BBC), 미국의 공영라디오(NPR)를 찾아본 결과 ‘특수부대+무더기 시신+도망간 요양시설 직원’의 조합은 사실과 거리가 있었다.

 

마드리드 지역에서는 이번 코로나19 확산으로 4천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보건의료장비와 시설 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전체 감염자의 14%가 보건의료인력이다. 병원 어디고 병상을 놓아도 모자라 호텔도 치료소로 개조했지만 급하고 중한 병이 아니고는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요양시설 직원 가운데 감염자가 늘었고 노인 사망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 요양시설에서는 의사, 요양직원, 조리사, 청소부가 차례로 감염되거나 격리되어 결국 노인 24명과 2명의 직원만 남아 보건당국에 긴급 구조요청을 했다고 한다. 요양원에 군대가 투입된 것은 방역지원을 위해서였다. 군인들은 몇몇 요양시설에서 침대 위에 방치된 시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국방부 장관이 티브이에서 이를 밝히고 검찰이 이와 관련한 형사적 책임을 조사하겠다고 하자 요양시설에서는 지침을 따랐을 뿐이라는 항변이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요양원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장비를 갖춘 장의사가 도착할 때까지 그대로 둬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했다. 통상 사망 후 두 시간 안에 도착하던 장의사가 사망자 폭증으로 하루가 넘도록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이 사건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던 건 우리나라 노인요양시설, 요양병원, 사회복지생활시설 모두 안전하지 않다는 걱정에서였다. 지병 확률이 높은 노인과 장애인, 떠먹이고 씻기고 부축하는 신체접촉이 일상인 공간, 2m 안전거리는 도저히 확보되기 어려운 다인실이 표준인 운영.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간병인력을 직접 채용하지 않는 요양병원에는 직원교육관리에 약한 고리 하나가 추가된다. 다른 생활시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번화한 곳에 위치해 있고 개방적인 평소의 장점도 감염병 앞에선 약점이 되고 만다.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요양병원 집단감염의 원인을 여기서 찾아야 할까?

 

최근 경상북도에서는 564개 사회복지생활시설이 2주간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실시했다. 1만명 가까운 시설종사자들이 2주 동안 퇴근을 못 하고 회의실 등에서 자면서 일했다. 모든 종사자들의 동선을 적는 이동일지는 2월부터 매일 써 보고했고 하루 세번씩 전 직원과 입소자의 체온도 시에 보고한다고 했다. 종사자 가운데 누가 신천지 교인인지도 명단 대조로 확인되었다. 이런 극단적인 조치로 확진자 발생을 막는다면 사회복지시설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할 때마다 격리해야 하는가?

 

영국에서 발표된 요양시설과 지원주택, 재가기관을 위한 코로나19 대응지침은 어떻게 지역에서 안전하고 협력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장기요양 종사자가 개인보호장비를 갖추고 서비스에 임해야 한다며 모든 장기요양시설에 개인보호용구를 무상 지급하는 것이 이슈다. 기관들이 요양인력을 공유하고 가용 병상 수를 공개할 것도 제안한다. 영상회의, 주치의 조언, 급성치료 직원, 지방정부 공공의료팀 등과의 연계를 위해 스카이프 이용법을 익히라고도 한다.

 

<엘 파이스>는 스페인에서 대규모 사망을 낳은 요인으로 부족한 의료자원과 집중감염원이 된 요양시설, 그리고 원활하지 않은 재가지원을 꼽았다. 이제 돌봄과 위생, 안전은 따로 생각할 수 없다. 혼자 힘으로 생활할 수 없는 모든 이에게 타인과의 접촉에서 안전한 물리적 거리를 확보할 개인공간은 돌봄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질문해야 한다. 정신병원 폐쇄병동, 요양병원, 요양시설, 장애인시설이 입소한 당사자에게 꼭 필요했는지, 대안은 없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안전한 개인공간이 보장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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