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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측근 감싸기’ 무리수…검찰 안에서도 “사실상 수사지휘”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6. 24. 00:37

윤석열 ‘측근 감싸기’ 무리수…검찰 안에서도 “사실상 수사지휘”

등록 :2020-06-23 21:23수정 :2020-06-23 23:05

 

검언유착 의혹 수사자문단 소집
부장회의 결론 전 독단적 결정
“자문단 소집은 수사와 별개” 주장
갈길 바쁜 수사팀 발목 잡을 수도
“수사지휘 않겠다더니…” 내부 반발

 

윤석열 검찰총장이 올해 1월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2020 대검찰청 신년다짐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반부패 강력부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 유착 의혹 수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전문수사자문단(수사자문단) 소집을 오로지 자신의 뜻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부산고검 차장검사)이 연루된 이 사건 수사 지휘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놓고 사실상 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다. 검찰 안에서도 ‘측근 감싸기가 지나치다’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4일 <채널에이(A)> 이아무개 기자 변호인의 수사자문단 소집 요청이다. 수사자문단은 대검 지휘부와 수사팀의 기소 의견에 이견이 있을 때 다른 검사나 형사사법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 제도라서 피의자는 신청할 수 없다. 그래서 이 기자의 변호인은 ‘진정’ 형식을 취했다. 수사자문단은 수사가 모두 마무리되고 기소 여부가 결정된 시점에 소집된다. 그래야 제대로 심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 기자의 구속영장 청구가 검토되는 등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검찰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일 <중앙일보>는 “‘전문자문단 소집’ 채널에이 기자 요구, 대검도 수용했다”는 기사를 인터넷으로 보도했다. 전날인 19일 대검 부장회의에서 결론이 내려졌다는 취지의 기사였다.하지만 이 보도에 대해 대검 안에서 다른 주장이 나왔다. 당시 부장회의에서 수사자문단 소집과 관련해 어떤 결론도 내린 게 없다는 ‘반론’이었다. 그러자 21일 대검 고위 간부는 “부장회의가 수사자문단 회의를 하기로 결정이 났다고 윤 총장에게 보고가 올라왔다”고 밝혔다. 대검 예규상 수사자문단 소집권자는 검찰총장이므로, 윤 총장은 대검 부장회의의 결정대로 형식적으로 소집을 지시했다는 설명이었다.

 

<한겨레>는 이런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대검 부장회의) 주재자인 구본선 차장검사가 부장회의 뒤 자문단 소집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윤 총장에게 보고했고 윤 총장은 이를 받아 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고 한다”고 23일 보도했다. 그러자 대검 대변인은 “부장회의는 의결체가 아니어서 (수사자문단 소집) 안건을 결정한 게 아니다”라며 “‘구본선 차장검사가 부장회의를 마친 뒤 논의 경과를 윤 총장에게 보고했다’로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대검 부장회의는 19일 회의에서 수사자문단 소집 쪽으로 의견을 모은 적이 없으며, 차장검사가 윤 총장에게 부장회의의 ‘논의 경과’만 보고했을 뿐이라는 대검의 공식 확인이었다. 즉 수사자문단 소집은 온전히 윤 총장의 뜻이었다는 설명이다. △소집 요청 권한이 없는 피의자 변호인의 이례적 ‘진정’을 받아 △이를 대검 부장회의에서 논의하라고 지시하고 △대검 부장회의의 결정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논의 경과만을 보고받은 뒤 소집을 결정한 주체가 모두 윤 총장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대검 쪽은 23일 수사지휘와 수사자문단 소집은 별개의 절차로 수사자문단 소집은 총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대검 대변인은 “부장검사 회의를 반드시 거칠 필요가 없었는데 차장께서 ‘부장들 의견도 들어보겠다’ 하셔서 (총장이) ‘들어봐라’ 하신 것이고 논의 상황을 보고받고 최종적으로는 총장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널에이 사건은 언론 관련된 이슈도 있는 상황인데 총장이 완전히 책임을 방기하고 빠지는 것은 맞지 않다”며 “중요한 단계에서는 (총장이) 당연히 지휘감독을 하셔야 하는 상황이고 더더욱 수사지휘 프로세스와 전문수사자문단은 완전히 다른 트랙이다. 다른 트랙을 묶을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사자문단 소집 여부는 수사 향배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변수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채널에이 이 기자와 백아무개 기자, 한동훈 검사장 3인의 녹음파일을 확보한 뒤 공모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이 기자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굳힌 상황에서 수사자문단 소집이 혐의 입증을 위해 갈 길 바쁜 수사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검사는 “총장이 대검 부장회의에 검-언 유착 사건 결정권을 일임하겠다고 했으면 그 의결내용을 받아서 결정권을 행사해야지, 상황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면 이게 무슨 수사지휘권 회피냐”며 “이런 상황에서 수사자문단 결론이 나온들 수사팀이 그 권고를 따를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태규 임재우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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