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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발] 무엇이 부동산 정책을 망쳤나 / 신승근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7. 11. 04:02

[아침 햇발] 무엇이 부동산 정책을 망쳤나 / 신승근

등록 :2020-07-09 19:09수정 :2020-07-10 02:47

 

살 집 빼곤 다 팔아라. 청와대, 정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어수선하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도 결국 서울 반포 아파트 처분을 약속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의원 출마자의 ‘실거주용 1주택 서약’에 따라 2년 안에 다주택을 처분한다던 약속 이행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실태조사를 마친 9일 각자 사정이 달라 시한을 일괄 적용할 수 없다며 “최대한 빨리 처분”을 권고했다. 사정 없는 이가 어디 있을까. 문재인 정부 3년, 그런 식으로 정공법을 회피해온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6·17 대책’으로 민심이 폭발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고 역설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부동산 대책이 최대 민생이 아닌 때가 과연 있었나. 지난 3년, 국민은 폭등하는 서울·수도권 집값에 절망하고 박탈감을 호소하고, 배신감에 아우성을 질렀다. 정부를 믿고 집을 처분하거나, 안 사고 버티던 이들만 물정 모르는 바보가 됐다. “아직도 이 정부를 믿니?” 내 주변엔 다른 길을 간 이들이 어깨를 펴고 산다. 2017년 ‘8·2 대책’이 발표되자 임대 활성화 정책에서 허점을 발견하고 아파트 여러 채를 갭투자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이들은 절세와 재테크로 대박이 났다.

 

문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한 적 없다. 지난 3년 21번의 크고 작은 정책을 쏟아낸 것도 집값을 잡고 싶은 강한 열망의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의지와 실력은 별개다. 보유세 강화. 많은 이들이 근본 처방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엄포만 쏟아내며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해 ‘12·16 대책’에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4% 방안’을 포함했다. 하지만 강남·분당 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이 바람을 잡고, 총선 사령탑인 이낙연 전 총리가 나서 ‘종부세 완화’를 외치면서 입법은 좌절됐다. 여권은 침묵했다. 스스로 약속한 정책조차 무력화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청와대 참모의 ‘다주택 해소’ 약속도 헛말이었다. 지난해 12월 경실련은 청와대 전·현직 참모 76명의 부동산 소유 실태를 고발했다. 강남, 세종, 경기도 재건축단지 등 가격 급등 지역에 부동산을 가진 그들의 민낯에 국민은 분노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6개월 안에 다주택 해소를 권고했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까지 다주택을 유지하며 ‘억’ 소리 나는 자산 가치 상승 혜택을 고스란히 누렸다. 여당인 민주당 다주택자들은 매각 압력이 들어오자 팔지 않고 자식에게 증여(박병석 국회의장,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했다. 국민 눈엔 ‘두 손에 떡 들고 가난뱅이 등치며 더덩실 춤추는 놀부’ 같은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청와대 참모, 고위공직자, 여당 의원 가운데 다주택자는 당장 집을 팔아야 한다. 무슨 변명이 더 필요한가. 국민을 시장에 패배자로 내몰고 당신들은 살뜰히 챙겼다는 게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지난 3년 서울 중위 아파트 값은 52% 올랐다. 임기 5년 동안 12번의 집값 안정 대책을 냈지만 서울 아파트 값이 56.6%나 폭등한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던 문재인 정부 3년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더는 다주택자가 주택 정책을 주무르는 자리에 가서도 안 된다.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국회 기획재정위, 국토교통위에서 다주택자들은 즉각 배제해야 마땅하다. 언행일치야말로 명분 있는 정치다.

 

그것으로 끝내선 안 된다. 거기서 멈춘다면 정책의 실패를 공직자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돌려 상황을 우회하는 것일 뿐이다. 처절한 자기반성은 새 출발의 기본이다. 총체적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 미래통합당과 수구 언론의 무분별한 정치 공세에 휩쓸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좌절감을 호소하고 정부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현실을 쉽게 넘겨선 안 된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묻고, 필요하다면 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정책이 바로 설 것이다.

 

‘풍선 효과’만 유발하는 핀셋 규제도 멈춰야 한다. 근본 처방은 종부세 강화다. 세금폭탄론에 우물쭈물하는 사이 국민은 집값 폭탄에 눌려 죽을 지경이다. 보유세 강화 약속, 이번엔 꼭 지켜야 한다. 의원,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고위공직자 1주택법’ 도입에 여당 의원들이 발 벗고 동참하길 바란다. 완벽한 해법은 아니지만, 자리와 자산 이익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스스로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신승근 ㅣ 논설위원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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