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다고 해서...
요즘 제가 새로운 사업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잠도 하루에 서너 시간 밖에 자지를 못하고 있네요. 하루 중에 잠시의 짬도 없이 부지런히 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메일을 쉬지 않으려 하는데 며칠 쉬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옛날 어느 왕국에 공주 자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신은 언니 공주에겐 미모를 주었고 동생 공주에겐 재치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왕국에 잔치가 열리면 사람들은 처음엔 다들 얼굴 예쁜 언니 주위로 몰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언니 곁을 떠나 동생 곁으로 모였습니다. 예쁜 얼굴엔 잠시 마음이 홀리지만 유쾌한 대화는 사람을 오랫동안 즐겁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에도 그렇잖아요. 늘 분란을 일으키고 늘 소송에 휩싸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분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공통점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말을 함부로 하고 결정을 함부로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이 늘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요즘도 저는 아무리 바빠도 걷는 것을 하루도 쉬지 않습니다. 걸으면서 저의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저의 몸과 마음이 가지런해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하루도 걷는 것을 거르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어제도 제법 더웠습니다. 그래서 일과를 모두 마친 늦은 저녁에 밖으로 나가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걷고 나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서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 모습을 본 아내가 말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운동하다가 당신 아프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저는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딸도 없는데 나중에 당신이 아프면 내가 당신 병간호를 해야 하잖아. 당신이 아프면 당신을 안고 병원도 가야하고, 당신 목욕도 시켜야 하는데 내가 비실비실하면 어떻게 당신 병간호를 할 수 있겠어. 내가 지금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체력을 기르는 것은 모두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요.”
저의 말에 아내의 얼굴에는 여름밤의 함박꽃이 가득 피어났습니다.
저는 같은 말이라도 말을 예쁘게 하면 복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말을 예쁘게 하는 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예쁜 말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말이고 상대방과 불화 없이 지내고 싶다는 사회적 신호이기도 합니다. 여자의 이상형은 ‘재미있는 남자’이고, 남자의 이상형은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 주는 여자’라고 하지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그에게 함부로 말하는 것은 소중한 사람에 대한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멀리 있는 사람이나 높은 사람에게는 깍듯이 예의를 갖추면서 정작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은 부족한 생각이니까요.
아무리 나와 가깝고 흉허물이 없는 아내라고 해도 함부로 하는 남편의 말에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잖아요. 오늘은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렇기에 내게 더욱 소중한 사람일수록 예쁜 말을 해주는 하루이기를 소망합니다.
즐거운 금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박완규 올림
|
오늘 사진은
박곡희 작가님이 여수 오동도에서
찍어온 동박새 모습입니다.
'문화(文化); 책과 생각; 건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를 물건 취급해온 역사, 동서양 다를 바 없었다 (0) | 2020.08.23 |
---|---|
“나는 인간의 잔인함과 가장 훌륭한 선의를 지켜보았다” (0) | 2020.08.23 |
[삶의 창] 코로나 우울과 사회적 안전망 / 정대건 (0) | 2020.08.21 |
[삶의 창] 스토리텔링과 하이데거 / 정대건 (0) | 2020.08.21 |
[삶의 창] 투수를 일으킨 “어제저녁 뭐 먹었어?” / 홍인혜 (0) | 2020.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