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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택 칼럼] 개천절 집회는 ‘바람잡이’들이 책임지고 막아라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9. 16. 04:29

[김이택 칼럼] 개천절 집회는 ‘바람잡이’들이 책임지고 막아라

등록 :2020-09-14 17:04수정 :2020-09-15 16:19

 

일부 언론은 ‘기-승-전-정부 때리기’에 골몰하느라 전광훈 일파의 ‘바이러스 테러’ 책임까지 옹호한다. 방역에까지 ‘정치 프레임’을 씌우는 건 언론 아닌 정치 논리다. 그동안 전씨 일파를 키워준 ‘바람잡이’ 정당·언론들은 개천절·한글날 집회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

 

김이택 칼럼

 

‘전광훈 일파’가 개천절 집회 강행을 예고했다. 경찰이 금지하자 이번에도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한다. 거리두기는 2단계로 완화됐지만 하루 확진자는 여전히 100명 안팎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광복절 때처럼 집회를 열겠다는 건 대국민 협박이나 다름없다. 서울시는 10명 이상 집회 금지 조처를 10월11일까지 연장했다. 이들은 법원이 금지하면 기자회견 형식을 빌려서라도 밀어붙일 태세다. 광복절 집회 땐 ‘문재인 탄핵’을 내세웠으나 이번엔 ‘방역 독재 규탄’ 명분이 추가됐다. 정부가 ‘방역 실패 책임을 교회에 떠넘긴다’고 주장한다.

 

이단 취급 받는 신천지의 대표도 국민 앞에 사죄하며 무릎을 꿇었지만 퇴원한 전씨는 사과는커녕 재수감 직전까지 “순교” 운운했다. 감염병마저 정치투쟁 소재로 삼더니 결국 그의 지지자들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까지 고발했다.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을 감염의 주범으로 조작하는 데 앞장섰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하나님’만 믿고 이런 ‘국민 밉상’ 짓을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간 전씨 일파를 부추겨온 ‘바람잡이’들 가운데 제1야당은 일단 꼬리를 내렸다. 광복절 집회를 앞두고 ‘집회 참석은 개인의 자유’라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두 손 모아 부탁드린다”며 개천절 집회 연기를 요청했다. 광복절 집회를 3·1 운동에 비유하며 헛발질하긴 했으나 일단 전씨 일파와는 ‘거리두기’에 나섰다. 일부 보수언론들도 ‘개천절 집회 취소하고 추석도 언택트 불가피’(<중앙일보> 9월7일치), ‘코로나 위기에 개천절 서울 도심 집회 안 된다’(<동아일보> 9월9일치)며 사설로 집회 취소를 요구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여전히 전씨 일파를 감싸고돈다. 코로나 확산 책임을 ‘전씨 일파’ 대신 정부에 돌린다. 정부가 종교단체 소모임 금지를 해제하고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바람에 코로나 확산에 ‘씨를 뿌렸다’는 것이다.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 광화문 집회’를 ‘희생양’ 삼아 덤터기 씌우며 ‘적반하장’으로 화낸다고 정부를 비난한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에게 하듯이 해운대 피서객 인파를 검사하면 확진자가 쏟아졌을 것’이란 주장은 광복절 집회 뒤 전씨 일파가 일부 언론에 실었던 ‘가짜뉴스’ 광고 문안을 빼닮았다. 이렇게 방어해주는데 전씨 일파가 개천절 집회를 취소할 이유가 있을까.

 

정부가 소모임 규제를 푼 게 코로나 확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8월15일 이전까지 100명 안팎이던 확진자가 이후 300~400명 수준까지 폭증한 건 통계로 확인되는 팩트다. 14일까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만 1167명, 광화문 집회(서울 도심 집회) 관련자는 579명에 이른다.

지난 8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사람들이 무대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은 ‘일상생활’과 ‘방역’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고심하며 거리두기 단계를 결정해왔다.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판단이 잘못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설사 그런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대놓고 방역 전선을 무너뜨리는 이들의 책임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정부의 실책을 지적하더라도 이와 별개로, 코로나 확산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집회를 강행한 책임은 엄중하게 따지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광화문 ‘집회’의 코로나 확산 책임엔 의도적으로 침묵해왔다. 전씨 일파에겐 신도 명단 제출하고 당국에 협조하라고 촉구했을 뿐 광화문 집회 자체를 정면으로 비판한 적은 없다. 오히려 그들이 억울하게 코로나 확산 주범의 누명을 썼다며 안타까워하는 글이 넘쳐난다. 과거 논조에 비춰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승-전-정부 때리기’ 의도가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된다.

 

조선일보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그랬다. 확진자가 11명에 불과하던 2월 초부터 ‘방역 참사’라며 방역당국을 겨냥했다. 외국 언론들까지 방역의 모범 사례로 칭찬할 때도 ‘시진핑 주석 방한 성사를 위해 국민을 제물로 바쳤다’는 등 정부 비난에 골몰했다. 이제는 ‘바이러스 테러’ 하는 이들의 책임까지 감춰주며 옹호에 나선 것이다. 급기야 전씨 일파 같은 ‘극우’와 단절하려는 제1야당을 ‘비겁하다’고 비난하는 지경까지 갔다. 방역에까지 ‘정치 프레임’을 씌운 결과다. 언론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다.

 

이른바 ‘1등 언론’을 자처하는 데가 이러니 전씨 일파가 굳이 사죄할 이유가 없다. 개천절·한글날 집회까지 강행하겠다는 것도 이런 뒷배를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그동안 전씨 일파를 키워준 ‘바람잡이’ 정당·언론들이 개천절 집회를 막아야 한다. 그럴 책임이 있다.

 

대기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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