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언론

누구에게라도 묻고 의논해야 [박석무]

성령충만땅에천국 2021. 9. 7. 10:54

제 1178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누구에게라도 묻고 의논해야


세상에서 살아가다 보면 아는 일보다는 모르는 일이 더 많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독단으로 일을 처리한다면, 그때는 필패에 이르고 맙니다. 그래서 옛날의 어진 이들은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했습니다. 『논어』의 ‘불치하문(不恥下問)’ 네 글자는 그래서 나온 말입니다. 아무리 낮은 지위의 사람에게라도 모르는 일은 반드시 물어서 행해야지,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시경(詩經)』대아(大雅)에는 ‘순우추요(詢于芻)’라는 구절이 있는데, 요순(堯舜)같은 성인들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농촌에서 꼴 베고 소먹이는 농부에게라도 물어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경상도 장기에서 귀양 살던 다산은 한가한 논길을 걸으면서 지은 시에, “나라 편안하게 다스릴 계책을 알고 싶거든, 단연코 농사짓는 농부에게 물어라.[欲識治安策,端宜問野農]” 라고 말하여 나라 다스리는 치안책까지도 농부에게 물어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도자다운 지도자 역할을 하려면 누구에게라도 묻고 상의하여 가장 옳고 바른 방법을 찾아내야지, 남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면 그 사람은 결코 지도자일 수 없습니다.


『목민심서』에서도 다산은 이 문제를 부연하여 참으로 자상하고 세밀하게 설명해줍니다. “천하의 일이란 한 사람이 다 할 수 없다.[天下之事 非一人所爲也]”라는 대전제를 내걸고, 아무리 높은 고관대작이라도 지위가 낮은 사람의 의견도 반드시 물어서 참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산은 실예를 하나 들었습니다. 감사(監司)를 지낸 한지(韓祉)라는 분은 재임 중에 아침에 막료들이 인사차 방문하면 반드시 물었으니, “내가 어제 했던 일에 무슨 허물이 없었던가?” “없습니다”라고 답하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다시 질문을 했습니다. “세 사람이 걸어가도 그 중에 스승이 있기 마련인데 10여 명의 의견이 어떻게 똑같을 것인가”라고 말하며 정직하게 말하라고 다그칩니다. “말해서 참으로 내가 옳다면 다행이지만, 그르다면 서로 의논하여 다시 생각할 수 있다면 깨우치는 바가 없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해 아랫사람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지적받아 바른 행실로 바꾸려는 행동을 했으니, 그 얼마나 훌륭한 지도자의 자세인가요.

며칠 전 뉴스에서 여당 대표가 국가의 원로 몇 분을 초청하여 풀기 어려운 정치문제 해결을 위해 조언을 듣던 장면이 보도되었습니다. 그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던가요. 낮은 지위의 일반인들에게 묻고 의논하여 옳은 것을 찾아내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항차 경험이 풍부하고 정치적 경륜이 높은 원로들에게 묻고 질문하는 일이야 얼마나 의미가 크고 기분 좋은 일인가요. 꼭 원로들만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전문가들이라는 사람이나, 그 일에 관여하는 사람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의 사람들을 초치하여 견해를 듣는 일이야 얼마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인가요.

지도자 혼자서는 절대로 옳고 바른 일을 제대로 해내기가 어렵습니다. 최고 통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라도 원로나 전문가 및 관계자들과 함께 앉아 국사를 논하고 세상일을 함께 상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근래에 그러한 일이 뉴스에 별로 나오지 않아 항상 서운했는데, 요즘 여당 대표가 묻고 질문하는 자리를 갖는 모습은 그래도 믿음직스러웠습니다. 모든 지도자들, 제발 세상일을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 누구에게라도 묻고 의논하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랍니다.



박석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