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원한 우리 아기, 남편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런 유머가 하나 있었지요. 초등학교 3학년짜리 딸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아빠가 엄마보다 2살 적지?"
"그래 맞아. 엄마가 연상이야."
"근데 왜 아빠는 엄마보다 나이가 적은데 반말을 하고, 엄마는 아빠보다 2살이나 많은데 왜 꼬박꼬박 높임말을 써?"
엄마가 미소를 지으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음, 그건 말이야, 안 그러면 쟤 삐쳐!"
삐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어떠세요? 결혼하신 분들 이해가 될 건데, 아내들이 잘 삐치던가요? 아니면 남편들이 잘 삐치던가요?
"여자는 걸핏하면 삐친다?" 글쎄요. 남자들이 퍼트린 유언비어 아닐까요?
사실은 남자들이 훨씬 더 잘 삐칩니다. 물론 사회적인 만남에서야 삐치는 모습을 볼 기회가 없지만 부부모임을 진행하다 보면 꼭 보게 되는 현상입니다.
삐치는 마음을 숨기기 위해 달변이나 유머로 포장을 합니다. 가면, 융의 표현으로 페르조나(Persona)라고 합니다. 그런 것들로 가려진 사람들은 삐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습니다만 사실은 그 마음 가운데 삐치는 요소가 훨씬 더 많습니다.
두 번째로 침묵하거나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건데요, 시큰둥한 이유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지요.
뭔가 삐친 것 같기는 한데 뭣 때문에 그랬는지 아내들이 잘 모를 때가 있다는 겁니다.
나중에 묻고 또 물어서 들어보면 "세상에 그걸 가지고 삐쳤냐?" "어떻게 남자가 좀생이처럼 그러냐?" "삐칠 것 가지고 삐쳐야지!" 뭐 이런 반응들을 보이게 돼 있지요.
아내와 함께 지하철을 탔을 때, 구걸하는 사람에게 천 원짜리 지폐를 꺼내서 적선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때 한편에서는 ‘참 저렇게 천사 같은 여자가 내 아내라니 참 고맙다. 결혼 잘했다. 나는 행운아다.’ 참 흐뭇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또 다른 한편에서는 ‘쳇! 동전 몇 개 주면 될 것을 굳이 지폐를 주냐? 지갑까지 꺼내서 말이야. 그 돈으로 남편한테나 잘 써 보지.’ 이런 섭섭함이 생기는 거 있죠.
이런 것도 삐치는 것 아닌가요? 선행을 보고 흐뭇한 마음도 있지만 삐치는 마음도 있더라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남자들의 이기심의 뿌리를 보여주는 공통적인 특징입니다.
왜 남자들이 이렇게 잘 삐칠까요?
그 이유는 지독한 자기중심성, 잘못된 이기주의에 근거합니다.
남자들의 경우 아내에게 “나만 봐!” 라고 요구하게 됩니다. 이것이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바로 의처증입니다.
의처증을 가진 남편은 아내가 딴 사람과 웃으며 얘기하거나 다정하게 제스처를 취할 때 화를 내고 분노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둘 사이에 무슨 썸씽이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오해하게 됩니다.
아내가 내가 아닌 다른 대상에게 사랑을 준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마치 내가 먹을 엄마의 찌찌를 다른 아이에게 주는 모습을 보는 어린아이와 똑 같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결혼이 ’둘이 만나 하나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 된 둘이라는 것’을 죽어도 깨달을 수 없습니다.
제가 실제로 의처증 남편을 상담했습니다. 남편은 나와 상담하면서 별 이상한 인간 다 봤다는 표정으로 식식대며 흥분했습니다.
“아니, 선생님은 마무라가 딴 놈하고 이야기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으세요?”
“네. 저 아무렇지 않은데요.”
“으와~~~ 정말요? 정말 아무렇지 않아요? 전 그 꼴 못 봐요. 며칠 전 마무라가 딴 놈하고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기에 그냥 달려가서 이단옆차기를 해 버렸어요. 정말 선생님은 아무렇지 않아요? 야~ 희한하네.”
그분이 오히려 저보고 이상한 눈초리를 하시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혹시 그런 마음이 든다 할지라도 저는 아내에게 가서 물어볼 겁니다. 어떤 상황이고 그게 누군지. 그게 파악이 돼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면 그때 이단 옆차기를 하든지 말든지 그때 결정하는 거지요."
남편이 그 말을 이해를 못하는 겁니다.
최근 이렇게 남편의 의처증으로 상담을 요청해 오는 아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 남편들의 공통특징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항상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려 주기를 바라는 타입.
둘째, 내가 의심하게 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 즉 안심하게 해달라는 타입.
셋째, 자신을 언제라도 받아들여 주기를 바라는 타입입니다.
의처증이란 인간의 심리적 발달기저 가운데 신뢰감 즉 ‘basic trust(기본적 신뢰)’ 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사람의 심리 8단계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태어나서 첫 번째 단계, 그때 이루어야 할 과제가 ‘신뢰 vs. 불신’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를 통해서 좋은 관계, 좋은 대상관계를 맺고 나면 사람을 믿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사람을 불신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이 성인되었을 때 대인관계는 과도한 친절과 자상함, 과잉된 예의로 표현됩니다. 사람을 믿을 수 없으니 과잉친절을 통해서 그것을 숨기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밖에서는 착하고 예의바르고 자상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집에만 들어오면, 혹은 술을 마셔 이성이 마비되면 악마로 돌변합니다.
이 사람 마음속에는 엄마의 자리가 펑크 났으니 엄마와 같은 대상에게 강하게 밀착하려는 유아적 의존욕구를 발산하게 됩니다.
유아적 의존욕구란 자기 필요에 따라 외부환경을 조절하려는 의도를 말합니다.
그것도 빽빽 울어서 조절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엄마에게 밀착하고픈 심리적 욕구는 결혼하면 섹스에 대한 집착으로 드러납니다.
의처증 남편들의 공통점은 섹스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덤벼들게 돼 있습니다. 당하는 아내들은 속이 뒤집어집니다.
또 섹스의 반응 정도에 따라 아내를 의심하기도 합니다.
제가 부부 상담을 하는 가운데, 치료 작업 시간에 터진 한 아내의 통곡입니다.
“제가 사실은 너무 화가 나서 남편에게 잘 응해 주지 않았거든요. 나이가 50이 다 되어가는 남자가 시도 때도 없이 덤비는데 어떻게 다 응해주나요? 근데 조금만 소홀하다 싶으면 ‘너 딴 새끼 있지?’ 라고 하는데요. 정말 미치겠어요.”
상담실에서 이런 얘기를 꽤 많이 듣게 됩니다.
혹시 이런 노래 기억하시나요? 문주란 씨 노래입니다.
"처음에 사랑할 때 그이는 씩씩한 남자였죠. 밤하늘에 별도 달도 따주마 미더운 약속을 하더니….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
제가 어느 단체에 가서 기타 치면서 이 노래를 불러주었더니 여성들 반응이 아주 장난 아니었죠.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한다." 이 가사를 보면 참 재밌습니다. 2절에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결혼을 하고 난 후 그이는 애기가 되어 버렸어. 밥 달라 사랑 달라 보채고 둘이서 놀기만 하재요. 할 일은 해도 해도 많은데 자기만 쳐다보래. 웃어라 안아 달라 조르는 당신 골치 아파 죽겠네. 남자는 여자를 정말로 귀찮게 하네~"
어떠세요? 남편 때문에 귀찮은 경험 해보신 분들 꽤 많으시죠?
남편이 아내에게 원하는 것들은 따뜻한 밥과 포근한 잠자리, 그리고 모든 것을 알아서 제공해 주는 절대적인 엄마의 손을 기대합니다.
마치 엄마젖을 질펀하게 빨다가 졸음이 쏟아지면 젖꼭지를 물고 잠이 드는 행복한 아이이기를 기대합니다.
이 요구는 자녀를 출산한 뒤에도 줄어들지 않아서 아내가 아이에게 신경을 쓰거나 외부에 에너지를 쓰게 되면 남편은 삐치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내가 볼 때 남편은 영원한 이기주의자에 평생 어린아이가 됩니다.
그것도 지극히 정상이라고 하면 좀 그럴까요? 이것도 지극히 있는 현상이니까 너무 그렇게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