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국회의원의 질문에 답변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 때에 3천만 원을 받은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내 목숨을 내놓겠다”라는
참으로 극단적인 말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억울하고 기가 막혔다면 그런 막말을 했겠느냐고 생각하면서 고 성완종 씨의 말이 사실이
아니기를 은근히 기대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모든 인류가 그렇다고 믿는 경전(經傳)의 이야기가 뒤집힐 수 있을 것이냐는 의심을 떨굴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는 책이 『성경』이고 그 두 번째가 『논어』라고 하는데, 『논어』에는 정확한
기록이 있습니다. 태백(泰伯) 편의 글입니다. “새가 죽으려 할 때는 그 울음소리가 슬프고, 사람이 죽으려
할 때는 그 말이 착하기 마련이다.” [鳥之將死 其鳴也哀 人之將死 其言也善] 이에 대하여 주자(朱子)는 설명합니다. “새는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슬프게 우는 것이지만 사람은 궁색한 처지에 놓이면 본디의 성품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하는
말이 착한 것이다”라고 풀어서 이야기했습니다. 다산은 한 걸음 더 들어가 의미 깊은 글을 인용하여 설명합니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까닭은 시작과 끝냄에 신중히 하고, 곤궁함에 처하여도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짐승은 죽으려 할
때 소리를 가려서 낼 겨를이 없고, 오직 군색하고 급박한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다. 사람은 죽으려 할 때 착하게 생을 마치는 생각을 못 하고 오직
슬퍼하고 두려워할 뿐이라면 짐승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때문에 인격 있는 사람이 죽으려 할 때에는 정도(正道)를 간직하고 격언(格言)을 잊지
않는다…”라고 설명하여 사람이라면 죽음에 임해서 착한 말을 할 수밖에 없음을 인증해주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논어』를 읽었던 경험으로 애초에 성완종 리스트가 나오고 죽음에 임해서 인터뷰 기사가 신문에 실린 내용을 보면서 죽은 사람의 착한 말은 분명히
사실일 거라고 믿었지만, 리스트에 오른 권력자들의 위세가 너무 높고 당당하여 차마 진실을 이야기하기가 어려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마침내
법원은 리스트와 인터뷰 내용이 사실임에 분명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8명 중에서 2명만 재판 중이고, 6명은 무혐의 처리한
검찰의 입장은 어떻게 될까요. 꿀 먹은 벙어리로 입을 다물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뭔가 한마디는 해야 할 것 아닌가요. 2심, 3심이 남았으니
확정판결이 나와야 된다고 하겠지만, 『논어』의 이야기대로라면 확정 판결은 이미 나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정치논리에 많은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의
재판 관례로 2심 3심에서 뒤집힐 수야 있습니다. 그래도 그런 결론을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상식적인 진리, 임종에
했다는 유언을 누가 믿지 않으며 사실로 인정하지 않을 방법이 있는가요. 이만 했으면 모든 당사자들은 허위와 거짓의 너울을 벗고 이실직고하면서
죄과를 달게 받는 입장을 취하면 어떨까요. 상식이 진실이라는 것을 이런 때에 한번 보여주기를 기대해봅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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