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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스톤 국립공원

성령충만땅에천국 2016. 6. 15. 21:40

옐로스톤 국립공원|성경 말씀 묵상

은혜 | 조회 21 |추천 0 |2016.06.15. 06:13 http://cafe.daum.net/seungjaeoh/J75F/175 

6월의 말씀 산책

 

    이번 댈러스의 막내아들 집을 방문했을 때 그는 어딜 가고 싶으냐고 물었다. 미국 자녀 방문을 많이 해서 거의 대부분의 장소는 가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여행을 자제할까 했으나 나이 들어서 또 언제 여행을 올지 모르는 일이어서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가보았으면 어떨까하고 말을 꺼냈다. 우리는 옛날처럼 둘이서 천천히 쉬어가면서 차를 빌려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 곳은 23년 전 친구 부부를 대동해서 우리가 갔던 곳이라고 아내는 말했지만 나는 막연히 갔다는 생각이 있을 뿐 어디를 어떻게 여행했는지 전혀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그곳은 멀고 험한 곳인데 우리만 보낼 수 없다고 아들이 일주일의 연가를 내서 우리를 안내하겠다는 것이었다. 공연히 너무 먼 곳을 가겠다고 욕심을 부렸다는 후회를 했으나 그냥 따르기로 하였다.

    콜로라도 주의 덴버까지 비행기로 가고 거기서 차를 빌려 예로스톤을 가는 여정이었다. 덴버에서 차를 빌리고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 중간 래러미(Laramie)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 날 8시간의 운전으로 그랜드티턴(Grand Teton) 바로 남단의 잭슨까지 갔다. 날씨는 개었다 흐렸다 했지만 강수 확률 30%가 넘었는데 비기 오지 않아 감사했다. 그러나 우리의 여행 시기가 너무 빨랐기 때문에 대대분의 방문자 센터(visitor center)는 열지 않은 상태였다. 이곳은 잭슨 호에서 흘러오는 snake river의 계곡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바다도 좋지만 산도 좋다. 눈 덮인 산들이 멀리 보일 때는 환호하며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옐로스톤 보다는 그랜드티턴의 로키산맥 산들이 훨씬 아름답다고 말한다. 간헐천에서 유황 냄새를 풍기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는 웅장한 산에 둘러싸인 마을을 보는 것이 비록 황량하게 보일지라도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는 이야기다.

숙소를 정하자 다음날부터는 진짜로 그랜드티턴을 살펴보는 차례였다. 그랜드티턴 팻말이 붙은 공원 내로 들어서자 이제는 봉우리만 보이던 산이 그 치마폭 밑자락까지 보여 주기 시작했다. 그랜드티톤, 중앙 티톤, 남쪽 티톤 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들이 나란히 눈을 이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 높이들은 4,197m, 3,902m, 3,814m로 백두산보다 1,200m가 훨씬 넘는 높이였다. 우리가 달리던 평원에는 풀이 자라고 있었는데 아내는 그것이 꼭 쑥 같다며 나무처럼 웃자란 쑥을 나더러 끊어 오라해서 씹어보고 냄새를 맡아 보더니 분명 쑥이라는 것이었다. 후에 우리는 그것이 미국 서부 산 쑥(sagebrush)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쑥 평원에서 들소(buffalo)들이 한가롭게 쑥을 뜯고 있었다. 이곳은 높은 산과, 우거진 숲과, 큰 쑥밭으로 되어 있는 평원, 더 낮은 곳은 늪지대 그리고 더 낮은 곳은 크고 작은 호수를 이룬 고산 지대였다. 실제로 이 잭슨 호만 해도 그 수면의 해발고도가 2,064m로 한라산보다 높은 곳이었다.

    우리가 공원 내에 있는 Jackson Lake Lodge에 이틀간 숙소를 정하고 옐로스톤 탐색을 시작하자 아내는 자기가 이곳은 23년 전 다녀본 것 같다고 말했다. 내는 처음 걷는 길 같다고 하자 아내는 분명 여기 어딘가에 작은 자갈이 깔린 호숫가가 있고 우리는 그곳 나무벤치에서 점심을 먹었다는 것이다. 드디어 콜터베이(Colter Bay)에서 그런 곳을 찾았다. 아내는 호숫가로 걸어 들어가더니 바로 그곳이라고 이야기 했다. 나는 꿈속을 헤매는 것 같았고 아내는 23년 전 과거를 걷고 있었다. 거기를 지나 Old Faithful이라는 안내소에 갔을 때는 마침 간헐천이 높이 솟구치는 954분의 10여분 전이었다. 40분 내지 두 시간 차이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예고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기회를 맞춘 것이다. 위에서 스며든 물이 석회암의 틈새를 통해 지하로 내려가 용암과 지열로 뜨거워져 압력이 강해지면 지상으로 솟구친다는데 32-56m 높이로 솟구치는 것이 장관이었다. 고지대의 지표가 땅 속을 흐르는 용암과 뜨거운 물로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이었다.

아내가 또 보았다는 것은 폭포였다. 수많은 간헐천들을 거쳐 Norris의 큰 간헐천을 지나 동쪽의 Canyon Village에 왔을 때 33mUpper Fall93mLower Fall을 전망했는데 아내는 23년 전과는 보는 위치가 다르다고 해서 여러 전망대를 찾아 다녔다. 그러나 우리는 똑같은 위치를 찾지 못했다. 한 쪽은 뜨거운 물이 유황 냄세를 풍기며 솟아오르고 한 쪽은 옛날의 큰 지진으로 깊은 계곡이 생겨 마치 Yellowstone에 있는 Grand Canyon을 보는 것 같았다.

    마지막 날 우리는 Mammoth Hot Springs을 들렸다. 지표면 상에서 여기만큼 넒고 다양하게 지열 때문에 생기는 기괴한 조각물을 볼 수 있는 곳은 없다고 한다. 간헐천, 머드가 끓고 있는 곳, 계단처럼, 그리고 괴물처럼 굳어진 석회석 사이로 지금도 흘러 나고오 있는 무지개 색깔의 탄산수들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이곳은 한 구멍이 막히면 또 다른 약한 틈새를 타고 뜨거운 석회질 물질을 녹인 탄산칼슘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에 늘 살아있는 조각물을 만들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 표면의 아름다운 색깔은 호열성(好熱性) 미생물 때문이라고 하는데 가장 뜨거운 곳은 노란 색, 좀 찬 곳은 오렌지나 갈색, 혹은 초록색을 띈다고 한다. 아무튼 하나님의 조화는 지금도 과학자들이 뒤쫓아 힘겹게 알아내고 있을 뿐이다.

과거를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현재를 즐기고 있는 나와 생생한 과거의 추억 때문에 변해버린 현재를 보며 어리둥절한 아내와 누가 더 행복할까? 아내는 Mammoth Hot Springs의 널빤지 산책길을 꼭 걸어야겠다고 말했고 아들은 위쪽의 Upper Terrace 산책로에 우리를 내려주고 중간만큼 함께 안내하다가 자기는 다시 올라가 차를 몰고 Lower Terrace의 주차장에 와서 우리를 기다려 주었다. 그곳에는 수백 년 동안 쌓아올려 탑처럼 화석이 되어 있는 자유의 모자(Liberty Cap)가 서 있는 곳이었다.

    나는 내가 운전을 해서 23년 전에 왔다는 이 공원과 지금의 공원을 비교하면서 아내와 기억력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아내를 이길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아내의 훌륭한 기억력 때문에 감탄하고 있으면 된다. 만일 반대한다면 아내는 한국으로 귀가해서 20여 권이 넘는 과거 앨범을 뒤져 증거물을 제시할 것이다. 나는 과거를 완전히 잊고 현재를 살며 즐겼다는 것이 만양 행복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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