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동구 전일빌딩 주변에 헬기가 떠 있는 모습.(5·18기념재단 제공)/뉴스1 © News1
1980년 '5월 광주'를 무력으로 진압한 계엄군이 헬기에서 광주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총을 쏜 사실이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것으로 추정된 총탄 흔적에 대해 ‘헬기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추정된다'는 정밀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12일 광주시에 따르면 국과수는 이날 시에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무더기 탄흔의 크기와 형태, 사격 높이와 방향 등을 분석한 '전일빌딩 총탄흔적' 최종 감식 결과서를 통보했다.
또 "발사위치는 헬기서 발사됐었을 가능성이 추정되나 사용 총기 종류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다"고 덧붙였다.
시는 국과수가 명확하게 '5·18 당시 헬기 사격에 의한 탄흔'이라고 적시하지 않았지만 "5·18 때 헬기에서 총을 쐈다"는 여러 증언 등을 고려해 5·18 헬기 사격 총탄 흔적으로 결론냈다.
계엄군에 맞섰던 5·18 시민군의 최후 항전지였던 엣 전남도청 앞에 위치한 전일빌딩은 당시 옛 전남일보(현 광주일보) 소유의 건물로 10층은 전일방송 영상 데이터베이스(DB) 사업부가 사용하던 곳이다. 80년 5월 당시에는 광주시민들이 계엄군의 총칼을 피했던 장소였다.
정부와 군 당국은 그동안 "헬기 사격을 뒷받침할 직접 증거가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국과수는 앞서 시의 요청으로 지난해 9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광주 동구 금남로1가 전일빌딩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해 10층 내부 기둥, 천장, 바닥 등에서 130여 개의 총탄 흔적을 발견했다.
현장감식을 진행했던 김동환 국과수 총기연구실장은 총탄 자국의 각도가 수평에 가깝고 당시 전일빌딩 주변에 고층 건물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헬기 사격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탄흔이 만들어진 방향을 보면 옛 전남도청 쪽에서 금남로 방향으로 돌면서 쏜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변 지형을 볼 때 전일빌딩 10층보다 높은 곳이 당시 없는 것으로 보아 헬기에서 사격한 것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탄환의 크기를 감안할 때 일각에서 제기한 헬기에 장착된 기관총 난사(기총소사) 보다는 M16 소총을 이용한 사격으로 추정했다.
2011년 경매물로 나온 빌딩을 광주도시공사가 광주시의 요청으로 138억원에 매입해 관리하고 있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