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미 검찰 공소장 보니…반기문 조카 “거래 성사되면 우리 가문 명성 덕분”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 12. 06:24

미 검찰 공소장 보니…반기문 조카 “거래 성사되면 우리 가문 명성 덕분”

한겨레 등록 :2017-01-11 21:49수정 :2017-01-11 22:10

 

미국 연방검찰에 뇌물 혐의로 기소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조카 주현씨가 10일(현지시각) 뉴욕의 연방법원에서 심문을 받은 뒤 떠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 연방검찰에 뇌물 혐의로 기소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조카 주현씨가 10일(현지시각) 뉴욕의 연방법원에서 심문을 받은 뒤 떠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경남기업 ‘랜드마크72’ 매각 과정
고문이었던 부친 반기상씨 덕에
건물 매각대행 계약 체결한 뒤
반 전 총장이 ‘뒤’ 봐주는 양 언급
카타르 왕실에 뇌물 주려 한 혐의
반기상씨 “형님은 관련 없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친동생인 반기상 전 경남기업 상임고문과 조카 반주현씨가 미국 연방검찰에 뇌물공여, 사기, 돈세탁 등 혐의로 11일(한국시각) 기소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반주현씨가 이 과정에서 큰아버지인 반 전 총장이 마치 자신의 ‘뒤’를 봐주는 양 “가족의 명성”, “가족의 보증” 등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검찰 공소장에 적시돼 있고, 미국 연방검찰도 이 부분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태 전개가 주목된다.

<한겨레>가 입수한 반기상-주현씨 부자의 공소장을 보면,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경남기업이 사활을 걸고 매각하려 했던 베트남 하노이 소재 ‘랜드마크72’ 빌딩 매각 대행 작업을 맡은 주현씨가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의 ‘가문’, 즉 반 전 총장과의 관계를 거론한 사실이 확인된다. 2013년 5월 경남기업은 주현씨가 일하고 있던 ‘마커스 앤 밀리챕 캐피털’과 랜드마크72 빌딩 관련 채무 이자 등을 조정하기 위한 리파이낸싱 계약을 맺는다. 반기상씨는 반 전 총장을 의식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의해 상임고문으로 위촉돼 있었고, 이런 조건 때문에 반주현씨가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주현씨는 카타르 왕실과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진 맬컴 해리스를 통해 카타르 왕실 쪽에 뇌물을 주기로 했다. 주현씨는 카타르 국왕이 2013년 9월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앞서 경남기업에서 예치금으로 받은 10만달러 가운데 2만8000달러를 카타르 왕실 선물 비용으로 쓰려다 회사가 이를 승인하지 않자 9월24일 회사에 이메일을 보내 “거래가 성사되면 카타르와 우리 가문의 명성에 기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음날 보낸 이메일에선 “경남기업, 특히 아버지(반기상 고문)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우리 가족의 명성에 대한 위험까지 감수하고 있는데 회사가 도와주지 않아 화를 내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주현씨는 경남기업에도 큰아버지를 ‘팔았던’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의 아들 승훈씨는 2015년 5월 <제이티비시>(JTBC)와의 인터뷰에서 “주현씨가 ‘이 거래는 반기문 총장님이 부탁을 드려서 (카타르) 국왕 라인을 통해 가는 거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7월 미국 <선데이저널>이 공개한 2013년 당시 주현씨와 경남기업 간 이메일을 보면, 주현씨는 “9월25일 뉴욕에서 카타르 국왕 초청으로 열리는 칵테일파티에 제가 참석할 예정인데, 유엔 사무총장님 참석 여부는 반 고문(반기상 고문으로 추정)님과 상의하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고, 다시 9월25일에 보낸 이메일에는 “카타르 국왕과 유엔 사무총장님께서 유엔에서 공식 만남이 있었고, 반 고문님 부탁으로 랜드마크72에 대해 언급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유엔 공식 누리집(www.un.org)을 보면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이 9월24일 유엔을 방문해 반 총장을 면담했다고 돼 있다. 반주현씨가 언급한 칵테일파티가 있었는지, 반 총장이 그 행사에 참석해 그러한 발언을 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주현씨는 2014년 3월 다른 부동산 업체인 ‘콜리어스’로 자리를 옮겨서도 ‘카타르 매각 건’을 계속 추진한다. 경남기업과 콜리어스는 매각대금으로 8억달러를 받아주면 콜리어스가 500만달러 수수료를 받는 조건으로 대행 계약을 맺었고, 경남기업은 콜리어스에 예치금 50만달러를 보냈다. 해리스는 “카타르 외교관에게 뇌물을 주자”고 제안했고, 주현씨는 해리스에게 “이 돈은 불법적인 것이라서 우리 가족 문제로, 나와 우리 아버지가 드러나서는 안 되므로 합법적으로 보이도록 기획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해리스에게 보낸 뒤 50만달러를 송금했으나, 해리스는 이 돈을 모두 탕진했다고 미국 검찰은 밝히고 있다.

반주현씨는 경남기업에 매각 작업이 잘되고 있는 것처럼 하기 위해 자신이 위조한 카타르투자청의 투자의향서, 매각 대행 연장 계약서, 카타르투자청이 빌딩 매입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잔고증명서 등을 보낸 일로 제소돼 59만달러 배상이 확정되기도 했다.

반주현씨의 아버지인 반기상 전 고문은 미국 연방검찰의 기소 내용을 전면 부정했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매각 대행은 회사(콜리어스)가 했는데 우리 아들을 기소했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또 주현씨가 반 전 총장을 언급했다는 이메일 내용에 대해서도 “형님은 조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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