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기고] 정의만이 사회를 지탱해준다 / 신선우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 29. 19:15

[기고] 정의만이 사회를 지탱해준다 / 신선우

한겨레 등록 :2017-01-26 17:50수정 :2017-01-26 20:18

 

신선우
미국 오클랜드대학교 부교수(교육학)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의 칼럼 ‘그들은 당신 같은 사람에겐 관심없다’(<한겨레> 1월25일치)를 잘 읽었다. 여기서 ‘그들’이란 소위 우리 사회에서 입시나 고시로 출세한 엘리트층을 말한다. 김 교수는 문화 예술인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등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조윤선이 엘리트 법조인 출신이란 사실을 지적하며, 그들의 부도덕성과 특권의식을 비판한다. 그리고 매년 전쟁을 방불케 하는 우리 사회의 대학입시제도가 학생들의 정의감이나 공감능력 그리고 개인의 도덕성을 신장시키는 것과 무관하게, 오직 시험 잘 보는 기계로 만드는 왜곡된 교육 현실을 비판했다.

물론 우리의 공교육만 바로 서도 우리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은 차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 교수의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특권의식과 정의 불감증 그리고 부도덕성을 교육 탓으로, 시험제도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뭔가 석연치 못한 구석이 있다.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변절과 기회주의적 처신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해방 후 청산됐어야 할 친일 매국세력이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종교 등 전 영역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또한 이는 불행했던 과거의 문제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숙제이다.

그동안 긴 세월이 흘러 대부분의 친일분자가 세상을 떠난 현실을 고려하면 이제 와서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자거나 물리적 징벌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이후 우리의 행위다. 평생을 친일 문제에 천착했던 임종국 선생은 친일 행위 자체보다도, 이후 그에 대한 참회와 반성이 없었다는 해방 이후 우리의 뼈아픈 현실을 지적하며, “이 문제에 대한 발본색원의 광정이 없는 한 민족사회의 기강은 헛말이다”라고 유고집에서 밝히고 있다.

그렇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라’는 법언은 지금 우리들을 부끄럽게 한다. 역사에서 우리는 자녀들에게 무엇을 교훈으로 남기고 있는가? 난세와 위기의 상황에서, “변명과 변신과 변절”은 용납되고 아무런 후과를 남기지 않으니, 적당히 알아서 처신하는 보신주의와 기회주의자들을 양산하고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불행한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역사의 업보인가! 그 후 우리는 30여년의 군사독재를 겪었고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마침내 문민정부를 세웠지만 군부독재 또한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전통’(?)을 이어간다. 더욱 혹독히 비판받아야 할 점은 청산되어야 할 세력과 야합하여, 정권잡기에 급급했던 야당 인사들의 몰역사성과 정치공학적 처신일 것이다. 그들의 민주화에 대한 공로에도 불구하고, 청산되어야 할 세력에게 면죄부를 헌납한 양김의 행위는 후세 사가들에 의해 두고두고 비판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지금 너무도 명백한 비리로 구속된 최순실 사태 앞에서도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정의와 불의는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다. 우리가 준엄한 정의를 확립하지 못하면, 반드시 불의가 판치게 되어 있다.(‘반민특위’ 와해 과정을 상기해 보라) 두말할 나위 없이 이런 사회는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어떻게 변절과 기회주의자들이 득세하는 부도덕한 세상이 영속하겠는가!

지금 촛불시민혁명은 이러한 불의와 부정과 몰상식의 역사를 ‘광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권교체를 넘어,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쌓인 적폐를 일소하는 ‘정의의 장’이 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미국 워싱턴의 연방정부 법무부 청사 입구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오직 정의만이 사회를 지탱해준다.”(Justice alone sustains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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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80407.html?_fr=mt0#csidx8e892d4a1d16a22a66f235b1e4cc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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