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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닉슨과 박근혜, ‘탄핵 대통령’의 심리 / 박찬수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2. 1. 04:18

[아침햇발] 닉슨과 박근혜, 탄핵 대통령의 심리 / 박찬수

한겨레 등록 :2017-01-31 15:30수정 :2017-01-31 18:56

 

박찬수
논설위원

  
탄핵의 벼랑 끝에 선 대통령 심경은 어떨까.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사실을 부인하고 강한 분노와 억울함을 표출한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저건 탄핵당하는 대통령들의 공통된 심리가 아닐까.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확신, 권력 남용을 대통령의 당연한 권리로 보는 착각, 국민을 믿지 않고 때론 국민을 속여도 괜찮다는 잘못된 믿음, 그리고 거짓말을 들춰내는 언론에 대한 적개심, 이 모든 게 탄핵 대통령의 심리적 경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사실 이런 심리 상태는 탄핵의 결과물이 아니다. 바로 이런 특성을 모두가진 대통령이 탄핵에 직면한다고 보는 게 옳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직을 불명예 사임한 리처드 닉슨을 떠올리게 한다. 상원의 탄핵 투표를 코앞에 두고 사임한 닉슨이나, 끝까지 헌법재판소에서 시비를 가리자는 박 대통령이나 심리 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두 사람에게선 탄핵에 직면한 대통령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최순실씨가 재벌한테서 돈을 받고 장차관 인사에까지 개입했는데도 박 대통령은 연설문 표현 같은 것만 좀 도움을 구했다고 말했다. 그냥 아는 지인일 뿐이란 1차 해명과는 달라졌지만, 거짓말의 연속이다. 백악관의 워터게이트 사건 개입을 알고 있었음에도 닉슨이 여러 차례 기자회견에서 이를 부인한 것과 비슷하다. 국민에게 진실을 감추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거짓말도 통치행위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개인적 성향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백악관 보좌관을 지낸 데이비드 거건은 닉슨에 대해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본성엔 캄캄한 지옥에서 온 악마가 착한 천사와 공존했다고 평했다. 심리학자들은 닉슨의 이중적 속성의 근원을 불우한 성장기에서 찾았다. 부모의 죽음과 오랜 은둔생활로 박 대통령에게도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 닉슨이 도덕적 리더십에 집착했던 것만큼이나 박 대통령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 헌신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엔 정치적 승리를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반대자를 잔혹하게 제거하는 악마성이 숨어 있었다.

이걸 들춰내는 언론을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싫어했다. 닉슨은 언론이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도 않았고 대표권도 없는데 권력의 중심으로 행세한다망할 놈들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미군의 캄보디아 폭격 기사를 내보낸 <뉴욕 타임스> 기자들을 불법 도청하라고 연방수사국(FBI)에 지시했다. 닉슨의 말에 누구보다 공감하는 사람이 박 대통령이다. 익명의 허위보도로 선거에서 뽑힌 대통령을 난도질하는 게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취임 이후 첫 단독인터뷰를 극우보수 성향의 정규재 티브이와 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닉슨은 사임하는 날까지 국민에게 워터게이트 사건을 사과하지 않았다. 의회의 압력에 물러나긴 했지만 스스로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에게서도 국민에 대한 미안함을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누군가 (탄핵을) 기획했다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더라도 이런 자기최면은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중에 닉슨은 내가 미국민들을 실망시켰다. 이건 평생 안고 가야 할 짐이다라고 사과했다. 3년 뒤 예능 진행자 데이비드 프로스트와의 인터뷰에서였다.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거 같아 가슴이 더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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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80710.html?_fr=sr1#csidx9785f98d54b1da49e430cc0589e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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