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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너무도 허술한 정부의 ‘가축 전염병’ 방역 체제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2. 10. 18:23

[한겨레 사설] 너무도 허술한 정부의 ‘가축 전염병’ 방역 체제

등록 :2017-02-09 17:55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가금류 피해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굽이 2개인 우제류에 감염되는 구제역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가축 전염병의 발생을 사람의 힘으로 완전히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감염 확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그런데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때 보여준 당국의 허술한 방역 체제를 또 한 번 보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구제역은 지난 5일 충북 보은의 젖소 사육농장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염이 확인됐다. 이어 전북 정읍, 경기 연천의 농장 소에서 감염 확진 판정이 나왔고, 9일 보은의 최초 발생 농가 근처 한우농장 소에서 또 양성 반응이 나왔다. 아직은 소에서만 감염이 확인됐지만 돼지 감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구제역 피해가 가장 컸던 6년 전에는 2010년 12월14일부터 이듬해 3월21일까지 모두 19개 시·군에서 피해가 발생해, 우제류 가축 174만여마리를 살처분한 바 있다. 보상비 등에 투입된 돈만 1조원이 넘는다. 그렇게 피해가 커지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당국의 대응을 보니 미덥지 않다. 백신을 접종했다는데, 첫 구제역 확진 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19%에 그쳤고, 정읍 농장의 경우는 5%에 불과했다. 소의 항체 형성률이 80%를 밑돌면 감염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어설픈 표본조사 수치를 믿고 자신하고 있다가 당한 꼴이다.

방역 당국은 부랴부랴 12일까지 전국 소 330만마리 가운데 접종한 지 아직 4주가 지나지 않은 소를 빼고 283만마리에 대해 백신 일제접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또한 차질을 빚게 됐다. 보은과 정읍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O형’이지만, 연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그동안 잘 발생하지 않던 ‘A형’으로 확인됐다. 이럴 때 필요한 ‘O+A형’ 백신의 경우 국내 보유 물량이 부족해 급히 수입하기로 했다. 수입해서 접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항체가 형성될 때까지 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가축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당국이 나서서 예방 조처와 준비 태세를 잘 갖추고, 일단 발생한 뒤에는 초동 대응을 잘해서 축산 농가의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 허점투성이의 당국 대응이 축산 농가의 불신을 사, 방역 협력 체제에 금이나 가지 않을지 걱정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782024.html?_fr=mt0#csidxc6f7289e1ff94f1becb28884efe89d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