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언론

[한겨레 사설] ‘탄핵 불복 자진사퇴’ 용납할 수 없다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2. 23. 22:57

[한겨레 사설] ‘탄핵 불복 자진사퇴’ 용납할 수 없다

등록 :2017-02-23 17:45

 

박근혜 대통령이 아예 판을 깨버리기로 작정한 듯하다. 특검의 대면 수사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박 대통령이 자진사퇴를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사태 이후 꼼수로 일관해온 박 대통령이 ‘마지막 꼼수’를 꺼내 들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특검의 수사 결과나 헌재의 심리 과정을 살펴볼 때, 탄핵 기각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 보인다. 박 대통령 쪽도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박 대통령 변호인들이 막가파식 행동으로 헌재 탄핵심판정을 난장판으로 만든 것도 정상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이는 ‘불공정 프레임’을 내세워 판을 엎어버리려는 정치적 노림수로 보인다. 바둑을 두다가 패색이 짙어지자 아예 바둑판을 엎어버리려는 못된 심보다.

사실 탄핵이 임박한 시점에 대통령직을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부터 어불성설이다. 청와대도 자진사퇴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단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그동안 보인 파렴치한 행보를 고려하면 액면 그대로 믿을 바가 못 된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헌정 사상 탄핵을 당한 첫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당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통령직 파면 뒤 자칫 구속될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위기를 돌파할 꼼수로 떠오른 것이 탄핵 결정 전 자진사퇴 카드다. 자신이 물러났으니 탄핵 결정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식의 법리 논쟁으로 탄핵을 피해 보겠다는 얕은꾀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자진사퇴를 한다고 해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리가 만무하다는 점이다.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억울하다. 하지만 헌재 심리가 불공정해서 물러간다”는 따위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공산이 크다. 국론분열 방지를 위한 고뇌에 찬 결단 따위의 명분도 내세울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자진사퇴는 국가적 혼란 사태를 진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국론분열과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나라를 더 큰 혼돈에 빠뜨릴 게 분명하다. 현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자진사퇴가 결코 용인돼서는 안 될 이유다.

자유한국당 등 정치권 한쪽에서 “대통령이 사임하고 정치권은 사법처리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식의 제안을 내놓는 것도 어이가 없다. 애초 야권이 내놓은 대통령의 조기사퇴를 통한 정치적 해법 제안을 걷어찬 것은 바로 박 대통령 쪽이었다. 그리고 ‘탄핵소추안 발의를 할 수 있으면 한번 해보라’고 배짱을 부렸다. 그런데 이제 와서 탄핵을 당할 것이 확실시되자 정치적 해법 운운하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노릇이다. “강력범이 도주하다가 포위망에 갇혀 붙잡힐 수밖에 없게 되자 자수하면 그것을 자수로 봐야 하느냐”는 등의 비아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박 대통령은 이제 아무리 발버둥 쳐도 헌법과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피해 갈 수 없다. 자신이 애초 주장한 대로 탄핵심판대에 올려졌으니 이제는 헌재의 심판에 승복하는 길밖에 없다. 헌재의 결정을 무산시키고 계속 무죄 주장을 펼치려는 박 대통령의 의도는 단호히 저지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더는 박 대통령의 몽니와 꼼수에 끌려다닐 수 없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783930.html?_fr=mt0#csidx418610dfa36d968bd1e5dd109d81f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