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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탄핵 이후 국민 통합, 박 대통령의 태도에 달렸다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3. 10. 12:21

[한겨레 사설] 탄핵 이후 국민 통합, 박 대통령의 태도에 달렸다

한겨레 등록 :2017-03-09 17:34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인 탄핵심판 선고가 10일 오전 내려진다. 헌재 선고를 앞두고 정치권은 폭풍 전야의 긴장 속에 빠져들었다. 긴장과 걱정이 더해지는 건,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해 극단적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일부 극우 단체·인사의 발언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그런 우려의 한복판엔 유감스럽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가 지도자로서 더는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다.

전직 아나운서 정미홍씨는 9일 페이스북에 “탄핵이 인용된다면 제가 먼저 목숨을 내놓겠다”고 주장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은 10일 오전 10시에 헌법재판소 앞에 총집결해서 ‘마지막 전투’를 하자고 촉구했다. 헌재가 박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 전면적인 불복 투쟁을 벌이자고 선동하고 있다.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일말의 존중도 이들의 행동에선 찾아볼 수 없다.

극단적인 행동에 힘을 실어준 게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란 사실에 많은 국민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탄핵 반대 운동을 주도하는 박사모에 “고맙고,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탄핵 반대 운동을 더욱 열심히 해달라는 노골적인 부추김에 불과하다. 설령 국회의 탄핵소추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분열과 갈등만은 피하자고 호소하는 게 국가 지도자의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그런데 일부 지지자의 광적인 행동을 오히려 부추기다니 스스로 얼굴에 먹칠을 한 꼴이다. 더 이상의 분열을 막기 위해선 박 대통령이 먼저 극단적 태도를 보이는 일부 지지자를 자제시켜야 한다. 그게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씨를 18대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에 대한 소명이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이 ‘대통령을 사랑하는 방법’이라 착각하는 박사모와 같은 단체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호소문을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주교회의는 “우리 국민은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과 갈등에 직면했다”며 “한국 천주교회는 헌법재판소가 공정한 판결로 법치주의 실현과 민주주의 도약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국정농단 사태에서 비롯했으며, 이 사태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4년 전 국민 앞에 했던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는 취임선서를 되새겨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직무는 ‘더 이상 국가와 국민을 분열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국민이 대통령을 부끄러워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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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785794.html#csidx9e3dac59d67540193e74ad2a779ce6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