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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 박근혜의 선택은?…60일 대선 정국 변수 다섯가지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3. 12. 07:39

‘파면’ 박근혜의 선택은?…60일 대선 정국 변수 다섯가지

한겨레 등록 :2017-03-10 20:12수정 :2017-03-10 20:33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24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문을 읽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문을 읽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0일 헌법재판소가 18대 대통령 탄핵을 인용함에 따라 정국은 순식간에 19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대선국면으로 바뀌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곧바로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 접수를 시작했다. 11일에는 김용덕 위원장이 공정한 선거 관리를 다짐하는 대국민담화를 한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날짜는 5월9일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오는 20일까지 대통령 선거일을 공고해야 한다. 선거일이 5월9일로 확정되면, 4월15일과 16일 이틀 동안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고, 4월25일~30일 재외투표, 5월4일과 5일 사전투표를 한다. 선거 당일 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대통령 궐위로 인한 선거이기 때문에 두 시간 길다.

대선 일정이 사실상 확정된 만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각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심판 전부터 이미 정가는 차기 대선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된 이상 정국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낯선 상황과 마주하게 됐다. 바둑을 둘 때 머릿속으로 아무리 열심히 계산해도 실제로 돌이 놓이면 반상이 확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앞으로 60일 동안의 대선정국을 가늠할 변수를 짚어본다.

#1. 탄핵 반대 세력

국민들의 20% 정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 이들이 당장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탄핵 인용 직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 집회 참석자 중 일부는 각목과 망치를 들고 경찰 버스 위로 올라갔다. 헌법재판소로 돌진하다가 경찰에 연행된 사람들도 많았다. “아스팔트가 피와 눈물로 덮일 것”이라는 김평우 변호사의 말처럼 탄핵 반대 세력이 극한투쟁을 벌인다면 우리 사회는 혼란에 빠져들고 대통령 선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게 된다.

탄핵반대 세력이 정말 폭력으로 정국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탄핵반대 세력의 주축은 자칭 ‘애국보수 세력’이다. 태극기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상징한다. 이들은 산업화 시대의 주역이기도 하다. 보수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법질서를 존중한다.

헌법재판소라는 국가기관의 결정에 대한 불복은 체제에 대한 도전이다. 탄핵반대 세력은 체제에 도전할 명분도, 이유도, 수단도 없다. 보수 성향의 언론들도 일제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탄핵 반대 세력의 현실적인 선택은 폭력 시위가 아니라 60일 뒤 치러질 대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정당, 어느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시켜줄 것인지 따져보고 표를 몰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5일 박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사진은 지난해 10월 25일 박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2. 박근혜의 선택

탄핵반대 세력의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당장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 구속을 피하기 쉽지 않다.

그는 2월27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지금껏 제가 해 온 수많은 일들 가운데 저의 사익을 위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저 개인이나 측근을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거나 남용한 사실은 결코 없었다”고 발뺌했다.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선고 뒤 침묵했다. 청와대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관저에서 농성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한 적이 있는 새누리당 전 의원은 이런 우려를 했다.

“침묵이 영 불길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현장에서 깨끗하게 승복했던 그 박근혜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이제 친박들은 자신의 정치적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박근혜를 중심으로 뭉치려 할 것이다. 5년 동안 야당 할 각오를 하자고 할 것이다. 박근혜가 그런 말에 넘어가면 우리 보수세력은 끝장이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법처리를 피하고 정치적 생존을 위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 종교시설로 들어가거나 대구·경북으로 내려가 동정을 구하며 정치적 재기를 도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의견서에서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오든 소중한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위해 갈라진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는 말도 했다. 탄핵반대 세력을 선동할지, 통합에 나설지는 그 자신만이 알고 있다.

#3. 황교안 출마 여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대선주자로 나설 가능성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박근혜 탄핵심판이 ‘8 대 0’으로 인용됐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남자’가 선거에 나서기는 어렵다.

황교안 대행은 10일 오후 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주재했다. 국무위원들에게 ‘국정에 한 치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주실 것’을 당부했다. 이렇게까지 말한 뒤에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내던지고 선거에 뛰어들 수는 없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황교안 대행에게 대선 출마를 권고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황교안 대행은 대통령 선거 공고일인 20일께에는 대선 출마 여부를 확실히 밝히게 될 것이다.

황교안 대행이 출마를 포기하면 그가 지금까지 끌어안고 있던 지지층은 여권의 다른 후보에게 흩어질 것이다. 지지도 1% 안팎에 머물고 있는 자유한국당 주자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주자 중에서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앞서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4. 정계개편 가능성

이대로 가면 ‘문재인 대통령’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계개편에 나설 것이다. 정계개편에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대선주자가 있어야 하고 명분이 있어야 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탄핵심판이 끝났으니 이제부터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강하게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홍준표, 김종인 두 사람을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로 나설 수 있는 유력 주자로 꼽았다.

정계개편의 명분은 ‘개헌’과 ‘안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보수 성향의 언론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사유화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제도 때문이라며 권력구조를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가 그런 명분을 앞세워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사람들을 계속 접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사드 배치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혀 온 문재인 전 대표 등 민주당 대선주자들에게 ‘안보 공세’를 펴고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사드 조기 배치와 한-미동맹 강화 움직임이 여권의 정계개편 구상에 안보라는 명분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 정권교체론과 민주당 경선

지금까지 정권교체 찬성 여론은 압도적이었다.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가장 강력하게 떠받쳐 준 힘은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12월9일 탄핵소추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보여준 몰염치는 국민들에게 극도의 혐오감을 안겨줬다. 이런 분위기는 2012년 박근혜의 경쟁자였던 문재인과 민주당에 대한 ‘묻지 마 지지’로 이어졌다. 그랬던 박근혜가 사라졌으니 정권교체론과 문재인 대세론도 ‘조정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게 됐다.

야당가에는 최근 사태를 바라보며 1987년 6월항쟁과 12월 대선 실패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당시 6월항쟁 승리 이후 ‘대통령 선거’라는 현실 정치로 국면이 바뀌면서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시민사회와 학생운동 및 노동운동 세력이 분열했고 정권교체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은 당선 즉시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 1987년 이후 정권인수 과정을 거치지 않는 최초의 대통령이다. 국무총리 임명, 정부조직법 개정, 장관 임명을 위해서는 연립정부 구성이나 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120석, 자유한국당 94석, 국민의당 39석, 바른정당 32석, 정의당 6석이다.

집권 이후 국정운영을 과연 어떻게 할 것인지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매우 중요한 논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문재인·이재명 후보는 촛불민심과 이른바 ‘적폐청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안희정 충남지사는 연정과 협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

3월27일 호남권 순회투표로 시작되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다가올 대선의 승자를 사실상 결정짓는 전초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 분석가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2007년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한나라당 경선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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