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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이정미 재판관, 6년 전 인터뷰 보니…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3. 14. 04:18

‘워킹맘’ 이정미 재판관, 6년 전 인터뷰 보니…

한겨레 등록 :2017-03-13 12:15수정 :2017-03-13 23:37

 

오늘 퇴임한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
2011년 ‘법률신문’과 취임 100일 인터뷰서
여성 재판관으로서의 삶 풀어내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17.3.13 연합뉴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17.3.13 연합뉴스

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오늘 오전 퇴임했습니다. 취임사에서 “소수자와 약자의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한지 6년 만입니다.

취임 당시 1988년 헌법재판소 설립 이래 두 번째 여성 재판관, 비서울대 출신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퇴임 직전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이라는 역사적인 선고의 주인공이 됩니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으로서 ‘2016 헌나1 대통령 박근혜 탄핵’ 심판을 이끌었던 그는 선고 당일이었던 지난 10일 출근길에 분홍색 헤어롤 2개를 머리에 꽂은 것을 잊은 채 차에서 내렸습니다. 다른 7명의 재판관과 함께 그가 얼마나 이 선고에 공을 들이고 집중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를 떠난 이 권한대행의 인생을 잘 보여주는 인터뷰가 있습니다. 헌재 재판관 취임 100일을 맞아 2011년 7월 <법률신문>과 한 인터뷰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드러나기도 하고, 여성 법조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 살아온 노력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이 권한대행의 퇴임을 맞아 인터뷰 내용 중 인상적인 부분을 소개합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문을 읽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문을 읽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0·26이 바꾼 진로

학창시절 수학 선생님을 꿈꿨던 이 권한대행은 1979년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입시를 앞두고 진로를 바꾸게 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하의 총에 맞아 사망한 10·26 때문입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집 근처에서 과격한 시위가 일어났다. 그런 사회 모습에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어떤 방향이 사회가 올바로 가는 길일까 생각하다가 법대에 진학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권한대행은 1980년 고려대 법과대학에 들어가 84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87년 법관으로 임관했습니다.

여성 법조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

대전지법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한 이 권한대행은 서른을 넘겨 결혼해 두 아이의 엄마가 됩니다. “늘 보따리를 들고 다니고 애들이 자면 이후에 일을 하고 아니면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했다. (…) 여성이 소수이다 보니 조금만 일에 소홀해도 눈에 띄었다.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여성 법조인에 대한 평가가 될까봐 조심스러웠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2010년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대전고법 부장판사를 거친 그는 2011년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됐습니다. 전효숙 전 재판관에 이은 두 번째 여성 재판관이었습니다.

판결에 대한 소신

그는 “헌법재판이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아직도 부담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판사로 있을 때보다 언론에 노출이 더 많이 되기 때문”이라는데요, 6년이 지나 돌아보니 이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소신도 밝혔습니다. 2011년 당시 이동흡 전 재판관을 포함한 9명의 헌법재판관 가운데 연수원 기수가 가장 낮았던 이 권한대행은 “기수가 낮거나 온 지 얼마 안 됐다고 해서 위축되거나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이 권한대행은 퇴임 뒤 특별한 계획 없이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이라는데요, 6년 전 인터뷰에서는 “큰 틀에서 공익적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그 쪽으로 활동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했습니다. 큰 짐을 내려놓고 떠나는 이 권한대행의 앞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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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86251.html?_fr=mt2#csidxa3914d9ffe79a5abcb57aa664ec75c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