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언론

최순실 “대통령 얘기 왜 나오느냐…정치적 의혹만 제기”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3. 18. 15:43

최순실 “대통령 얘기 왜 나오느냐…정치적 의혹만 제기”

한겨레 등록 :2017-03-17 17:01수정 :2017-03-17 23:24

 

17일 장시호씨·김종 전 차관 등 ‘국정농단’ 재판서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 관련 증언 일절 안해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모든 질문 답변 거부
법조계 “정당한 증언 거부 사유라고 보기 어려워”


특검 소환에 불응하다 체포영장이 발부돼 강제소환된 최순실씨가 지난 1월25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에 들어서며 고함을 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특검 소환에 불응하다 체포영장이 발부돼 강제소환된 최순실씨가 지난 1월25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에 들어서며 고함을 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통령님에 대한 건 증언을 거부하고 싶다.”

“정치적으로 몰고 가지 말라. 말하고 싶지 않다.”

“개인적인 사항이라 대답하고 싶지 않다.”

‘증인’ 최순실이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한 증언을 거부하며 17일 열린 국정농단 재판은 사실상 공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이날 열린 최씨와 조카 장시호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최씨는 증언거부권을 적극 행사하고 나섰다.

먼저 그는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후원 관련 증언을 일절 거부했다. 최씨는 “(삼성 뇌물 혐의 관련) 제가 갖고 있는 자료도 없고 준비된 것도 없다. 자유를 압수당해 기본적인 생각을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 또 “검찰에서 대통령님을 (뇌물 혐의로) 자꾸 끌고 들어가고, 김종 차관도 그런 입장이라 말할 수 없다”고도 했다.

형사재판에서 증인은 자신이 형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최씨는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및 김 전 차관 등과 공모해 삼성이 영재센터에 16여억원을 후원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강요)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특검은 이 16억원을 삼성이 경영권 승계 등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고 건넨 뇌물로 보고 있다. 최씨는 삼성 관련 증언이 뇌물 재판에서 자신의 형사상 책임을 가중시킬 것을 우려해 증언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고 나섰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을 독대한 사실을 아느냐’는 장씨 변호인의 질문에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대통령 얘기가 영재센터 관련해 왜 나오느냐”고 답했다. 이어 ‘더스포츠엠(장씨의 차명회사)가 케이티 스포츠단을 위해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통령님에 대한 것은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과 조금이라도 연관된 질문이 나오면 ‘그런 얘기 묻지 말라’며 증언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했다. 이에 장씨 변호인은 영재센터 금고에서 발견된 케이티 동계스포츠단 창단 관련 서류에 ‘케이티 현황과 문제점. 동계올림픽. 케이티 위상 높이는 걸로’라고 최씨 자필로 적힌 메모를 제시하며 “최씨가 케이티 동계올림픽스포츠단을 만든 뒤 더스포츠엠을 통해 운영수수료를 챙기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검찰과 장씨 쪽이 ‘정치적’이라며 공격하기도 했다. 최씨는 장씨 변호인에게 “엉뚱한 정치적 질문은 피해달라. 안 그래도 의혹 제기 때문에 힘들다”며 날을 세웠고, 검찰에 대해선 “검찰에서 사익을 추구하려 했다고 저를 몰고 간다”, “검찰에서 대통령님을 자꾸 끌고 들어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법조계에선 최씨의 증언거부권 행사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광철 변호사(법무법인 동안)는 “현행법상 형사재판에서 증인에게 대답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무조건 답변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증언 거부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풀이했다.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나 증언을 거부할 땐 5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

최씨는 이날 증언을 마치며 “국가의 불행한 사태와 대통령 파면을 만들게 한 원죄를 사과드리지만, 저한테 씐 의혹이 너무 많아 그걸 벗고자 재판에 나온다”며 울먹였다. 또 “외부 접견이 전혀 금지돼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외부와 소통 통로는 한 군데라도 열어주기 바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다만 최씨는 이날 문체부의 영재센터 후원 강요 등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영재센터 오너는 최씨’라는 장씨 쪽 주장도 반박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6962.html?_fr=mt2#csidx1b7f3e14b1ec5f19879d03270cd8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