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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세월호 앞에서 옷깃을 여미며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3. 24. 17:32

[한겨레 사설] 세월호 앞에서 옷깃을 여미며

한겨레 등록 :2017-03-23 17:56수정 :2017-03-23 21:29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려 1073일 만이다. 온 국민이 참담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던 그 청백의 외양과 달리 여기저기 검붉은 녹이 슬고 생채기가 난 처참한 몰골은 우리의 가슴을 다시 짓누른다. “우리 아이가 저렇게 지저분한 데 있었다니…” 하며 오열하는 가족들의 애끊는 심정이야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하룻밤에 올라올 것을 왜 3년씩이나 끌었단 말인가. 침몰에서 구조 실패, 늑장 인양까지 모든 것이 잘못돼 왔음을 세월호는 온몸으로 우리에게 증언하고 있다.

이제라도 인양 작업을 착오 없이 마무리하는 것은 물론 곧 진행될 미수습자 수습 과정에서도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어선 안 된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그 암흑의 시간 동안 삭풍 부는 동거차도에서, 또는 길거리에서 슬프게도 ‘유가족 되기’를 기원하며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견뎌왔다. 가족들을 온전하게 품에 안을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이 이분들의 한을 손톱만큼이나마 풀어주는 길이다.

선체 인양은 진실 규명 작업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인양 과정을 둘러싼 의문부터 풀 필요가 있다. 2015년 4월 인양을 결정하고 8월 인양업체가 선정된 뒤에도 크레인 방식으로 인양한다며 선체를 훼손해놓고 다시 ‘재킹 바지선’ 방식으로 바꾸는 등 오락가락했다. 조류와 기후 등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하지만 하필 대통령이 쫓겨난 직후 인양이 성공한 것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더 이상의 억측과 논란이 없도록 해양수산부는 분명하게 해명하기 바란다.

침몰 동기도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무리한 선체 개조와 과적, 조타수의 조타 미숙 등이 겹쳐 침몰한 것으로 수사와 재판을 통해 규명돼왔다. 그러나 당시 국정원의 석연찮은 행적에다 일부 학자와 누리꾼들의 레이더 영상 분석 자료 공개 등으로 충돌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선체 조사로 진실이 가려지길 기대한다.

사고 이후의 부실 대응과 그 책임 문제는 가장 핵심적으로 밝혀야 할 과제다. 현장에 출동한 목포해경 123정장 한 사람이 징역 3년형을 받았을 뿐 청와대와 정부, 해경 수뇌부의 책임은 하나도 밝혀지거나 단죄되지 않았다.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이 자신들의 책임을 덮기 위해 조직적으로 진상 규명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진상 규명 은폐·방해 행위의 전말을 밝히고 책임자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참사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를 방해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검찰 수뇌부, 방송통제를 시도한 이정현 전 홍보수석 등 권력형 범죄를 저지른 청와대와 정부 고위층이 건재한 것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진실을 밝혀낼 주체를 다시 세우는 일도 시급하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세월호선체조사위 특별법은 선체 조사를 목적으로 한다. 필요하면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도 요청할 수 있으나 활동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의 재가동이 필요하다. 또 부실 대응 책임과 진상 규명 방해·은폐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행태로든 별도의 강력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

수백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중한 7시간을 허비한 대통령이 제 한 몸 처벌을 피하려 조서를 7시간이나 읽었다는 사실에 국민이 분노한다. 세월호가 올라온 이 시점에 박근혜씨에게 7시간에 대한 고백과 진솔한 사과를 다시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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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787747.html?_fr=mt0#csidxceac5e99f3b83ae88dd11eff48331c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