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진실 규명해 사회 불신 해소하고
정치권, 대선에 이용할 유혹 뿌리쳐야
온 국민에게 분노와 아픔을 남겼던 세월호의 인양은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다. 3년을 기다려 온 9명의 실종자 수습과 각종 의혹 해소, 사회적 갈등과 아픔 치유, ‘안전 대한민국’ 재설계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어서다. 가장 큰 쟁점은 침몰 원인에 대한 의혹이다. 검찰은 과적과 고박 불량, 선체 구조 변경, 조작 미숙 등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세월호를 직접 조사할 수 없는 탓에 ‘잠수함 충돌설’ 같은 근거 없는 의혹과 루머가 난무했다. 과적의 경우도 그렇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철근 286t 등 총 2142t을 적재해 승인량(987t)을 두 배 초과했다고 추정했다. 반면 세월호특별조사위는 철근 410t을 포함해 총 2215t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단체가 제주해군기지용 철근을 실은 탓에 무리하게 운항하다 화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해경이 대통령 보고용 동영상을 촬영하느라 구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의혹도 여전하다.
세월호 인양은 이런 의혹과 불신을 해소할 기회이기도 하다. 핵심 증거인 선체가 확보되고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특별법’도 발효(21일)된 만큼 신속하게 선체조사위를 구성해야 한다. 6개월간 활동할 전문가들이 과학적이고도 정밀한 ‘눈’으로 의혹을 해소하기 바란다. 그 과정에서 어떤 정치적 입김이나 진영 논리가 작용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유가족들의 아픔과 슬픔, 국민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지 않겠는가.
정치권은 세월호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인양 시기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대선 정국과 맞물린 데다 세월호 3주기가 머지않았다. 정치권이 세월호 이슈를 5월 9일 대선까지 끌고 가려 한다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더 격해질 수 있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도리가 아닐뿐더러 국민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국가개조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철도·화재·선박 대형 인재(人災) 사고가 이어지고, 지진·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사태 때는 컨트롤타워까지 무너졌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대선주자들이 나서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 국가안전시스템부터 리셋하겠다고 약속해야 할 것이다. 그게 세월호 희생자들이 남긴 ‘안전 대한민국’의 교훈을 헛되게 하지 않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