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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이건 고쳐 주세요”…수백쪽 조서 7시간동안 검토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3. 25. 05:07

박 “이건 고쳐 주세요”…수백쪽 조서 7시간동안 검토

한겨레 등록 :2017-03-22 17:56수정 :2017-03-22 22:39

 

박 전 대통령, 14시간 조사·7시간 조서검토
‘단답형’ 예상 깨고 장황한 답변
검찰 “상당히 준비하고 온 느낌”
변호사 “예상질문 뽑아 예행연습”
조사뒤 박쪽 “검찰에 경의” 문자
유화적인 메시지 보내려 한 듯


헌정 사상 첫 파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21일 검찰 조사는 ‘21시간 조사’, ‘7시간 조서 검토’, ‘장황한 답변’ 등 예상 밖의 일들이 많았다.

박 전 대통령의 답변 스타일부터 예상을 깼다. 애초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평소 발언 태도를 볼 때 이번 조사 때도 단답식 답변을 할 것이라고 보고 대응책을 강구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검사 질문에 상당한 분량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예상과 달리 전반적으로 말을 많이 했다”며 “상당한 준비를 하고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쪽 손범규 변호사는 21일 인터뷰에서 “검찰의 예상 질문을 뽑아보고 대답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예행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 검찰청에 소속된 속기사 대신 속기 실력이 뛰어난 검사를 대동했다. 보안을 고려한 것이다. 통상적인 피의자 조사 때는 검사나 수사관이 문답을 하면서 직접 문서 작성을 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는 속기사를 활용한다.

박 전 대통령은 21일 밤 11시40분부터 이튿날 오전 6시54분까지 밤을 꼬박 새워 진술조서를 검토했다. 웬만한 피의자의 조사 시간과 맞먹는 시간이다. 말보다는 글이 익숙하고 ‘수첩공주’라 불릴 정도의 꼼꼼한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진술조서가 재판 과정에서 공개될 가능성이 있는 역사적 기록물인 만큼 각별히 신경을 쓴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새벽 두시께 조서 검토를 마무리했다가, 다시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최소 수백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태도 전환도 화제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은 현직 신분일 때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검찰과 특검의 대면조사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했다. 이 때문에 이번 검찰 조사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조사 요구에 바로 응했고, 22일 새벽 검찰 조사가 끝난 뒤에는 손범규 변호사의 이름으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까지 보냈다.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상황에서,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손 변호사는 <와이티엔>(YTN) 인터뷰에서 “(심야조사는) 대통령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검찰이 리드하는 대로, 위법하거나 불법적인 것이 아니면 순순히 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날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두 부장검사의 조사 시간을 비교해, 삼성 뇌물 수사가 뒷전에 놓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총 14시간의 조사 시간 중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의 강제모금 등을 조사한 한웅재 형사8부장이 11시간을 썼고, 나머지 3시간은 삼성 뇌물수수 사건을 조사한 이원석 특수1부장이 썼다. 그러나 한 부장의 조사 내용에 박 전 대통령과 삼성, 에스케이(SK), 롯데 등이 주고받은 ‘청탁-대가 관계’의 상당 부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두 재단에 낸 204억원의 경우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이미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돼 있고, 검찰도 에스케이와 롯데가 재단에 낸 111억원과 45억원을 뇌물 혐의가 짙다고 보고 보강수사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조사 시간이 차이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각각 업무분장을 하고 조사를 하는데, 조사 과정에서 A검사가 하기로 한 내용을 B검사가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개인용 변기를 준비해 왔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검찰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군부대 시찰 때 화장실을 개조한 사실 등이 드러나 이번 검찰 조사 때도 박 전 대통령의 화장실 사용이 입길에 오른 것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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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7573.html?_fr=mt0#csidx964437aae36f9efac89294038db2f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