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두환 노무현에 이어 검찰에 소환된 네 번째 전직 대통령이고 탄핵으로 파면까지 된 첫 대통령이자 여성 대통령이다. 탄핵 결정으로 이미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박 전 대통령도 참담하겠지만 그런 대통령을 보는 국민의 심경도 다르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이 밤늦게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면서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13가지 혐의 모두를 전면 부인한 것도 국민을 불편하게 만든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 지만 씨가 “내가 아는 누나는 아직까지 (자신이) 잘못했다는 인식이 없을 것”이라고 한 말이 맞는 듯하다. 구속 여부 등 신병처리 결정을 해야 하는 검찰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정치적 고려 없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정도(正道)이고 검찰이 살 길이다. ‘촛불’도, ‘태극기’도 검찰 수사를 지켜보며 향후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을 끝으로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돼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바란다. 이번 사태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정경유착 관행을 끊는 전기(轉機)가 된다면 불행 중 다행일 것이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지금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없앨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역대 대통령 모두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며 대통령직을 수행했지만 이제는 수치스러운 관행을 끊어내야 할 때다.
차기 대선주자들은 박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사람이 5년 후 자신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11명의 대통령 가운데 내각책임제 또는 과도기 2명을 제외하고 9명이 사법처리 또는 가족·친인척 비리로 치욕적인 말로를 맞았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 구속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의 사법처리와 내곡동 사저 특검을 정치 현장에서 지켜보고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 차기 주자들도 지금은 박 전 대통령의 불행이 남의 일처럼 보이겠지만 권력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무엇보다 다시는 실패한 대통령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