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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런 지도자를 갖고 싶다 [김정남]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5. 10. 06:05

우리는 이런 지도자를 갖고 싶다 [김정남]

                         보낸사람

다산연구소 <dasanforum@naver.com> 보낸날짜 : 17.05.09 04:17               
제 856 호
우리는 이런 지도자를 갖고 싶다
김 정 남 (언론인)

   이른바 장미대선이라는 19대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전직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이라는 전대미문의 격변 속에 치러지는 역사적인 선거로 1961년 4·19혁명에 따른 7·29총선이나, 30년전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맞이했던 12·16대선에 비견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역사성에 걸맞은 긴장이나 흥분도 없이, 박근혜 탄핵에 따른 선거라는 의미마저도 퇴색된 채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진영논리가 또다시 판을 치고 있다.

   그나마 이번 선거에서 고무적인 것이 있다면, 26.06%에 달하는 사전투표가 보여주는 국민의 높은 관심과 참여, 그리고 12명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탈당이 밋밋했던 대선 선거판에 신선한 역풍을 몰아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거짓과 위선을 질타하는 국민의 성원이 존폐기로에 서 있는 정당과 흔들림을 당하고 있는 후보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총체적 위기 속의 대통령 선거

   굳이 이번 대선이 한국의 현대정치사에서 가지는 그 역사성이 아니더라도, 이번 대선은 무엇보다 국가의 생존이 걸린 총체적 위기 속에 치러지고 있다. 우선 세계정치를 장사꾼 논리로 확 바꾼 미국대통령 트럼프는 사드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이 내라,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끔찍한 것으로 재협상이 아니면 종료한다는 엄포를 서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압박과 관여, 제재와 협상을 공공연히 언급하는 등 북 치고 장구 치지만, 그의 안중에 한국은 없어 보인다.

   오스트레일리아로 가던 칼빈슨 항모전단이 한반도로 뱃머리를 돌려 142년 만에 다시 군함외교가 재현되고,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플로리다의 호화 리조트에서 모종의 비밀합의를 해도 거기에도 한국은 없었다. 북한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외과수술식 타격이 감행돼도 중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 하고, 북한은 중국이 대북제재 압박으로 북·중 관계의 붉은 선을 넘어서고 있다며 조·중 친선이 아무리 중요해도 목숨과도 같은 핵과는 바꾸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빅딜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질지 모르는 가운데, 한국은 사드 문제로 중국에 뺨 맞고 미국에 돈 내야 하는 엉뚱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북한의 도발, 언제 어디서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미국, 한국은 과거에 중국의 일부였다며 여전히 고압적인 중국, 얄미우리만치 발 빠르게 우경화로 움직이는 일본, 한발 떨어져 한반도를 지켜보는 러시아. 110여 년 전 한말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한국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국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뿐인가. 안으로 한국은 헌정과 경제위기, 교육과 문화, 일자리와 양극화, 저출산과 노령화 등 구조적이며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세계최고 수준의 내부적 갈등국가라는 멍에를 지고 있다. 혹자가 말하듯, 지금 한국이 맞이하고 있는 총체적 위기는 한말 이후, 또는 정부수립 이후 최고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우리는 이 총체적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낼 수 있을까.

5·9대선에 생각하는 대통령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대학」장구(章句)의 진의는 그 시간적 순차성에 있지 않고, 오히려 그 각각의 상호연관성, 그 전체적 통일성에 깊은 뜻이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제가(齊家)바깥의 수신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있다면 그것은 수신이 아니라 기실 소승(小乘)의 목탁이거나, 아니면 한낱 이기(利己)의 소라껍데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치국 앞선 제가란 결국 부옥(富屋)의 맹견과 그 높은 담장을 연상케 합니다. 평천하를 도외시한 치국, 이것은 일본의 침략과 횡포를 그 본보기의 하나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통혁당 무기수로 복역 중이던 신영복(1941~2016)이 감옥에서 그의 부모님께 보냈던 편지의 일부분이다. 나는 이번 대선기간 중 대선후보들이 벌이는 TV토론과 그들이 쏟아내는 발언들을 보면서, 저들 중에 과연 수신제가를 나름대로 했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치국평천하의 경륜을 가진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까, 아니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놓고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을 돌아본 사람이 있을까를 생각했다. 솔직히 고백한다면 나는 그들에게 실망을 넘어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인격적으로 그가 우리의 대통령인 것이 부끄럽지 않은 사람. 박근혜로 하여 떨어진 국격, 잃어버린 한국인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지도자. 국가의 안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가는 지도자. 국제사회에서 당당히 세계평화와 인류의 진보, 민족의 존엄과 통일, 대한민국의 명예와 권익을 설파해낼 수 있는 지혜와 경륜을 갖춘 지도자. 가난 자체보다도 고르지 못한 것을 해결해 주고, 가난이 제 탓만이 아닌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는 지도자. 최고의 인재와 최선의 정책으로 협치와 통합을 이루어낼 수 있는 지도자.
우리는 이런 지도자를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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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정남
· 언론인
· 前 평화신문 편집국장
· 前 민주일보 논설위원
· 前 대통령비서실 교문사회수석비서관

· 저서
〈이 사람을 보라:인물로 보는 한국 민주화운동사 1,2〉(전 2권) 두레, 2016
〈진실, 광장에 서다 -민주화운동 30년의 역정-〉창작과 비평사,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