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받은 인생...
제가 좋아하는 화가 한 분이 계십니다. 서양화가인 이존립 선생님입니다. 이분이 가끔 저에게 전화를 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이존립입니다.”하고 인사를 합니다. 그런데 듣기에 따라서 발음이 좀 거시기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엊그제 만났을 때 “선생님! 이름을 말씀하실 때는 발음을 천천히 하셔야 하겠습니다.”하고 말했더니 선생님이 웃으며 대답하기를 “저의 이름은 그래도 제 동생이름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제 동생 이름은 ‘이존만’입니다.”
이 화백님의 동생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친구들이 “좇만아!” “좇만아!”하고 놀려서 날마다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래도 지금은 그 동생이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자리에 올라서 얼마나 대견한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
하루종일 비가 내린 오늘도 여전히 일이 많은 하루였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마치면 짧은 시간이라도 제가 살아온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메일을 쓰기 전 시간이나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누웠을 때 잠시 그 시간을 갖습니다. 그러면 그날 하루가 몹시 뿌듯할 때도 있지만 아쉬움으로 남을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그 아쉬움을 보듬고 반성하면서 내일은 이 아쉬움을 조금 더 보완해서 더 따뜻하게, 더 열심히 살자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반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그 다음날 저의 행동에 많은 차이로 나타납니다.
요즘은 사업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요즘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사업을 크게 하던 선배가 부도 직전까지 몰려있다는 안타까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금액이 너무 크다보니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규모는 작지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친구가 조만간 회사 간판을 내리려 한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어렵게 빚을 내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거듭되는 불경기와 치열한 저가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업을 접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안타까운 것은 1년이면 수조 원씩 흑자를 내고 있는 대기업들이 더 무지막지하게 가격을 후려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중소기업들은 냄비 속의 개구리마냥 소리없이 죽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힘 있는 사람들은 이 아우성 소리가 들리지 않나 봅니다. 그 분들의 마음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세상은 살아질 것입니다. 들리는 얘기에 선배는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되풀이 하고 있고, 친구는 사업을 접고 남의 밑에 들어가서 월급쟁이라도 하겠다고 합니다.
그래도 성실한 사람들이라 지금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요즘 제가 정규직과 비정규직까지 해서 직원들을 20명 이상 채용하고 있습니다. 알음알음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인난입니다. 월급도 적지 않은데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제가 지금 준비하는 업종이 대형 식당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오는 분들은 참으로 복 받은 분들인데 말입니다.ㅋ
그런데 엊그제 제가 아끼는 후배가 현재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저에게 온다고 했습니다. 원래는 그 후배의 부인을 스카웃 하기 위해 우리 부부와 후배 부부가 함께 만났는데 그 후배가 저의 얘기를 한참 동안 듣고 있더니 “형님! 저도 사표 쓰고 형님에게 가면 안 됩니까?” 하고 묻는 것입니다.
제게 와서 숯불도 피우고 건물 관리도 하고 운전도 해주고 급하면 주방에 가서 일도 거둘 수 있다며 꼭 오고 싶다고 했습니다.
후배가 다니고 있는 회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대기업의 하청업체에서 다시 하청을 받는 재하청업체에 근무하고 있는데 월급도 3년째 오르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도 미래가 불확실해서 그렇지 않아도 전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바로 결정하지 말고 사흘 동안 더 고민해 보고 그래도 형에게 오고 싶으면 그때 다시 연락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에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는 죽어도 형에게 가서 죽겠다고 합니다. 그 말이 참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해서 후배도 오고 후배 부인도 저에게 오게 되었습니다. 15년이 넘도록 오랫동안 지켜봐온 후배 부부이고 워낙 성실한 사람들이라 백번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람이 중심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제 어깨위로 올라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반 월급쟁이야 서로 마음이 맞지 않으면 그냥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이렇게 사연을 갖고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이 사람들의 인생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그러니 제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제게 왜 하필 식당을 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돈을 벌기 위해서 한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그렇게 돈을 벌어서 뭐할려고 그러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저를 찾아옵니다.
이 아이가 어려워요. 이 가정이 어려워요. 그런 아이나 그런 가정을 실제 만나보거나 방문해 보면 너무나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것 좀 해보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 이 단체가 어려워요. 이 행사를 하고 싶은데 후원 좀 해주세요.
사람들은 제게 찾아오면 많은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모양입니다.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니에게 “엄마! 참고서 사야 해요. 돈 좀 주세요. 친구들과 어디 좀 가기로 했는데 돈이 필요해요. 엄마! 옷 하나만 사 주세요. 쪽팔려 죽겠어요.” 이렇게 끊임없는 저의 요구에 늘 돈이 없었던 어머니께서는 저를 한참 동안 바라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너는 내가 엄마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보이지?” 어머니의 이 말씀은 지금도 제 가슴에 못으로 남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