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재판부, 이 부회장 유죄 배경
ㆍ“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공모관계 인식하고 정유라 승마 지원”
ㆍ‘최지성 주도’ 주장 수용 안 해…재단 출연금은 강압적 측면 인정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요구를 받고 최순실씨(65) 딸 정유라씨(21)에게 승마 훈련비용을 지원한 혐의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게 25일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된 것은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재판부의 판단 때문이다. 재판부는 삼성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204억원의 출연금을 낸 것은 “강압적인 측면”이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 묵시적 청탁 인정
당초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개별 현안에 대해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잘 봐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인 청탁은 없었다고 했다. 2015년 7월25일 독대 전에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찬성 의결권을 이미 행사하는 등 시기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해서는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 요구에 이 부회장이 수동적으로 대응하긴 했지만, 응한 것 자체가 묵시적 청탁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정부의 주요 정책을 총괄하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데다가,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면밀히 살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보고서나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 기재된 ‘삼성 승계 과정 모니터링’이라는 문구 등이 근거다.
삼성은 재판 과정에서 청탁의 내용인 경영권 승계작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대가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폈지만 재판부는 삼성이 경영권 승계작업을 추진하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이 부회장의 계열사 지배력 강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고, 미래전략실이 이 작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경영권 승계작업에 관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면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66) 등에게 승마 훈련비용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청탁 결과 실제로 삼성이 이득을 얻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뇌물죄 성립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 ‘이재용·최지성’ 분리 전략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