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혐의 재판중 과도한 불만 표출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 증인으로 나와
“청와대 사건개입 전례 없어…부당한 압력”
‘CGV·CJ E&M 검찰 고발 압박’ 폭로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 증인으로 나와
“청와대 사건개입 전례 없어…부당한 압력”
‘CGV·CJ E&M 검찰 고발 압박’ 폭로
우병우 청와대 전 민정수석이 지난 8월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우병우(사진) 전 민정수석이 법정에서 열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병우 전 수석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증인신문 도중 과도하게 불만스런 모습을 보이다가 재판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아 화제가 됐다.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 시절인 2014년 10월 공정위가 씨제이그룹 계열 씨지브이와 씨제이이앤엠을 불공정행위(부당한 차별) 혐의로 제재하는 과정에서 씨제이이앤엠을 검찰에 고발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부위원장은 당시 사무처장으로, 조사를 지휘했다.
신 부위원장은 특검과 변호인의 연이은 신문에서 우 전 수석이 청와대로 자신을 불러 씨제이이앤엠을 씨지브이와 위법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을 추궁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가 공정위의 개별 조사에 관여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거듭 밝혔다.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인 신 부위원장은 미국 사례를 들어 공정위 업무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담합조사는 법무부가 담당하는데, 부서책임자인 차관보의 일에 법무장관이 직접 관여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우 전 수석의 변호인이 사정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실의 업무관장 범위에 공정위도 포함된다는 점을 강조하자, 신 부위원장은 공직자 비리 색출은 몰라도 공정위 사건처리에 관여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밝혔다. 또 우 전 수석이 법적 검토 의견을 냈을 뿐 강요한 것은 아니라는 변호인의 거듭된 질문에 대해 신 부위원장은 “(우 전 수석의 지시를) 부당한 압력으로 느꼈다”고 소신발언을 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의 고위 인사가 검토하라는 것은 사실상 지시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공직 현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우 전 수석은 이 대목에서 고개를 젓거나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재판장은 이에 대해 “피고인은 액션을 나타내지 말아달라”면서 “오전에도 몇번 그런 일이 있어서 참았는데, 한번 더 그런 일 있을 때는 그냥 안 넘어가겠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공정위는 청와대의 압박이 지속되자, 노대래 위원장의 지시로 씨제이이앤엠에 대한 검찰고발 의견을 내기로 방침을 바꿨다. 당시 신 부위원장은 차기 공정위원장으로 지명된 정재찬 후보의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새로운 위원장 취임 이후인 12월 중순에 열린 전원회의에서 공정위 심사관은 구두로 씨제이이앤엠에 대한 검찰고발 의견을 냈으나, 위원회가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우 전 수석의 기도는 무산됐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